김경욱, “가슴 한 켠 아프지만, 아줌마 조합원의 승리”

이랜드일반노조와 홈플러스, 합의문 작성하고 조인식 가져

이랜드일반노조가 오늘(13일), 500여 일의 파업을 마치고 홈플러스테스코와 조인식을 가졌다. 조인식은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 도성환 홈플러스테스코 대표이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시흥에 위치한 홈플러스테스코 본사에서 진행되었다.

조인식은 노사 대표가 합의문에 서명을 한 후 노사화합을 상징하는 떡을 자르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이 날 조인식에서는 ‘신노사관계 수립을 위한 노사화합 선언문’도 발표되었다.

  조인식에서 노사가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성환, “보다 나은 서비스 위해 노사가 함께”
김경욱, “파업에 함께 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합의서는 △노조 간부 포함 총 11명 제외한 해고자 복직 및 추가징계, 인사 불이익 금지 △임금 10% 인상(성과급 포함) 및 2009~2010년 임금 인상 회사에 위임 △홈에버에서 이미 외주화가 된 업무(주차/카트, 미화, 시설, 보안 등) 제외하고 추가 외주화 금지 △입사 후 16개월이 경과한 계약직 조합원의 무기계약 전환 간주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노조 및 단체, 개인에 대한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 △파업기간 중 조합원 연차발생 문제와 이랜드가 조합원들에 미지급한 매각 위로금은 민사소송 1심 판결 수용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사평화기간 3년 △13일부로 파업 종료 및 종료일 다음 날 전원 복귀함을 원칙으로 하고 개별 사정으로 복귀 못할 경우 오는 30일까지 복귀 등의 내용을 담았다.

조인식에서 도성환 홈플러스테스코 대표이사는 “이번 계기로 홈에버가 홈플러스로 출발하는 데 있어 보다 나은 서비스를 노와 사가 함께 만들어가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은 “이랜드가 외주화를 강행하려는 과정에서 비정규직을 대량해고 해 시작된 파업사태가 홈플러스테스코 측과 원만히 합의하게 되어서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파업투쟁에 지지를 보내줬던 시민들과 연대해준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말하고, “홈플러스 측과 4개월 동안 교섭을 하면서 서로 인내하면서 대화하는 과정을 만들었으며, 이런 대화와 타협의 분위기가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지도부가 결단할 수 있었다”라며 “앞으로도 이랜드와는 다르게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랜드일반노조와 홈플러스테스코는 오늘(13일) 합의문에 서명을 했다.

김경욱 위원장, “파업대오 유지하고 있을 때 현장으로 가야”

한편, 조인식 이후 이랜드일반노조는 오후 1시부터 민주노총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경욱 위원장은 합의사항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그 의미와 한계를 짚었다.

해고자 복직문제와 관련해 김경욱 위원장은 “사측은 애초 12명의 쟁의대책위원들의 복직 불가 입장이었고 우리는 이를 최소화 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결국 최종 해고자는 9명이다. 여기다 퇴사를 희망하는 3명을 포함하면 총 12명이 이번 파업 사태로 해고가 되었다. 이들의 해고는 사직서를 제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앞으로 복직투쟁 등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경욱 위원장은 “복직되지 못한 간부들, 조합원들 때문에 가슴 한 켠에 있는 응어리가 꽤 오랜 기간 동안 남을 것 같다”라며 “하지만 500일 동안 임금도 한 푼 없이 어렵게 싸워온 조합원들의 어려운 상황을 가슴 깊이 알고 있기 때문에 지도부들이 자진해서 결정한 것이며, 아마 복직을 계속 요구했다면 어떤 식으로든 합의는 불가능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파업대오가 180여 명인데, 2~3개월 지나면 이 조합원들도 남아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었다”라며 “그나마 파업대오가 유지되고 있을 때 힘있게 현장으로 복귀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 판단했다”라고 전하고, “그래도 분회장들과 함께 복직하는 곳이 있기 때문에 만일 홈플러스가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마음이라면 많이 힘들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계약직 고용기간 16개월로 단축이 성과”

김경욱 위원장은 이번 합의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으로 계약직의 무기계약 전환 기간을 16개월로 단축한 것을 꼽았다. 이로 인해 현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2천여 명의 계약직 노동자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김경욱 위원장은 설명했다. 특히 16개월 이상 일한 계약직 노동자들의 경우 입사시기와 상관없이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해 더욱 의미가 깊다는 것이다. 이랜드와의 단체협약에서는 2004년 6월 이후 입사 한 계약직 노동자에 대해서는 고용보장이 되지 않았다.

이런 이랜드일반노조의 합의는 현재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려는 정부의 시도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줄인 것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김경욱 위원장은 “2년을 기다려야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비정규직에게 또 2년을 늘려 4년을 기다리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이번 합의처럼 비정규직 고용기간은 계속 짧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합의에서는 애초 비정규직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국가 공휴일이 인정되기도 해 임금의 차이를 제외하고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동일한 근로조건을 가지게 되었다. 김경욱 위원장은 “임금 차별 문제는 다음 지도부에서 해결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사평화선언과 관련해서 김경욱 위원장은 “노조도 500일이 넘는 파업으로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조합원들과 노조를 정비하고 힘을 모으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싸움, 비정규직 혼자서는 못한다”

마지막으로 김경욱 위원장은 “오늘 합의는 500일이라는 사상 최대의 파업기간을 함께 버텨온 아줌마 조합원들의 승리이며, 끝까지 함께 해준 연대단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라고 말했다.

김경욱 위원장은 “비정규직의 싸움은 비정규직 당사자들만의 싸움으로 이길 수 없다”라며 “조직이 있어야 가능하고, 고용이 보장되어 있는 정규직들이 앞장서야 가능한 싸움이다”라고 밝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싸우는데 이를 내친다거나,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를 합치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상황에서 과연 앞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노동자들을 신뢰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라며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이랜드일반노조는 내일(14일), 500일 전 점거농성에 들어갔던 홈에버 상암점 앞에서 마지막 문화제를 갖고 파업 투쟁을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