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한나라당이 25일 언론 관련 법안 22개를 직권 상정한 것은 물론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채로 한미FTA 비준안을 외통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가결시키고, 4대 보험 징수통합을 핵심으로 하는 국민연금법과 국민건강보험법 일부 개정안을 보건복지위에서 처리, 정보위에서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상정하는 등 각종 쟁점 법안들의 단독 처리를 추진 한 것.
언론 관련 법안들의 경우 지난 12월 임시국회 입법전쟁에 대한 여야 합의에서 유일하게 시안을 정해놓지 않고 논의키로 한 것이기도 하다.
25일 하루 동안 벌어진 한나라당의 ‘초강수’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를 두고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한미FTA 비준안의 경우 26일 오전 10시로 예정되어 있는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표결처리를 불사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으며, 상임위에 상정된 언론 관련 22개 법안은 김형오 국회의장의 의중에 따라 언제든지 본회의에 직권상정 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6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본회의 직권상정에 대해 임시국회 마지막 날까지 야당과 논의를 하겠다면서도 “이번 회기에 처리하도록 야당과 협조를 구해보도록 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다시 공이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넘어간 것. 김형오 국회의장은 25일 여야가 입장을 조율해 오라며 26일 여야 대표 회동을 제안했지만 25일 사태로 야당이 이를 거부하기로 결정해 논의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언론 관계 법안의 경우 각종 여론조사에서 60% 이상의 국민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어 김형오 국회의장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자칫 본회의 직권상정을 시도할 경우 야당이 등을 돌리는 것은 국민들까지 국회와 정부여당에 확실히 등을 돌리게 되는 계기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25일 “국회의장으로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날치기 상정을 하고도 그것에 대해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 여당 대표를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직권상정 직후부터 문방위 회의실을 점거하고, 고흥길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상임위들에서 논의되고 있는 각 종 쟁점 법안 논의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원혜영 대표는 “국회 운영에 있어서 (여당은) 야당을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있고, (12월처럼) 전쟁으로 입법을 하겠다는 태도로 되돌아간 것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26일 오전 6시부로 총파업에 돌입한 언론노조의 최상재 위원장도 이 날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법안을 철회할 의사를 밝히고 (언론노조가 포함되는) 사회적 논의기구, 또 합의기구를 구성하겠다고 하기 전까지 파업 깃발을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언론노조의 총파업으로 MBC의 경우 오전 뉴스프로그램부터 진행자가 바뀌는 등 프로그램 제작에 파행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