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날치기로 새해 벽두를 열었다”

추미애 노동법 개정안 직권상정 국회통과

노동운동을 말살하기 위한 법 개정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동관계법) 일부 개정안이 2010년 새해 새벽 2시 6분에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해 재적의원 175명 중 찬성 173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통과됐다. 야당은 날치기라며 즉각 원천무효를 선언했다.

[출처: 노동과 세계, 이명익 기자]

노동관계법 개정안은 12월 31일까지 개정을 하지 않는다면 복수노조 전면 허용, 전임자임금지급금지 조항이 시행 될 터였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 법안을 2010년 1월1일부로 이미 시행되어버린 현행법을 무시한 채 다시 상정하고 날치기 처리하는 헌정사상 유래없는 해괴한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고 밝혔다. 홍희덕 의원은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이 헌법을 유린하고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막아선 이유는 오로지 무노조경영이란 이름으로 반노동자 적 경영으로 일관하고 있는 삼성을 비롯한 재벌대기업들의 이해를 위해서라는 것을 이미 국민들은 모두 알고 있다”면서 “입법부의 수장과 여당, 그리고 청와대가 모두 반노동자적인 재벌대기업들에게 마치 서로가 충성경쟁이라도 하듯이 날치기와 편법으로 일관한 작금의 사태는 수치스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도 “김형오 의장은 대운하 예산 날치기에 그치지 않고, 노동법 날치기로 새해 벽두를 열었다”면서 “김 의장은 노동법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던 말을 바꿔 느닷없이 1월 1일 0시 30분을 심사기일로 지정했다. 법사위 차수를 변경하고 단 30분 만에 노동법을 포함해 13개 법안을 처리하라고 해 법사위를 무력화시키는 노골적인 날치기 선언을 한 것”이라고 개탄했다.

[출처: 노동과 세계, 이명익 기자]

이날 통과된 노동관계법은 이른바 추미애 노동법이라고 불린다. 지난 12월30일 추미애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임태희 노동부장관, 차명진 한나라당 법안심사소위원장 등 3자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의 의견을 배제하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당은 ‘추-한 날치기 법’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추미애 노동법은 민주노총이 ‘차라리 추미애 법안이 통과되는 것보다 차악으로 현행법을 시행하는 것이 더 낫다’고 강조 할 만큼 노동조합 말살 법안이라는 지적이 많다.

추미애 노동법 통과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2010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복수노조 허용은 2011년 7월1일부터 시행 된다. 그러나 복수노조는 경영계의 의견이 대폭 반영되어 과반수 노조로 창구단일화를 해야 한다. 사실상 소수노조나 비정규직, 산별노조의 헌법에 보장된 단체교섭권은 없어진다. 추미애 법은 사용자가 동의한 경우 소수·산별노조가 별도 교섭권을 가질 수 있게 했지만 사용자의 동의를 얻어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노동계와 야당의 지적이다.

또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대신 ‘노사 공동활동과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조 유지·관리업무’에 임금을 주는 타임오프(유급 근로시간 면제)제도를 도입했다. 타임오프제 적용대상은 노동부에 ‘근로시간면제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정하고 3년마다 적정성 여부를 결정한다. 문제는 정부와 경영계가 심의위원회에서 노동조합 활동전반에 대한 축소와 개념 규정을 간섭하게 되고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게 된다는 데 있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31일 여의도 농성장 기자회견에서 “타임오프 심의위원회에서 합의를 하다보면 결국 전임자 숫자와 활동범위 문제가 남게 된다. 타임오프제는 노동조합의 활동범위를 구체화해서 축소하고 노조활동을 위축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노조말살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추미애 법안이 통과된다면 내년 초부터 악법개정투쟁을 하고 4월 중순께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