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진보 대선 후보, 김상곤·김진숙·단병호 있다”

대선 노동자·민중 후보 추대 연석회의 개최...진보대통합 연석회의 재판 시각도

진보적 교수 단체와 평통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가 민주통합당과 안철수가 아닌, 본격적인 18대 대선 노동자·민중 후보 추대를 위한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연석회의는 진보진영 원탁회의를 통해 노동자·민중후보 단일화를 위한 플랫폼으로서 경선을 관리해 나갈 구상이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 진보정치세력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모임(진보교연), 평통사 등 4개 단체는 5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교수만으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노동자·민중 독자후보 추대 배경을 설명하고 비공개 연석회의 준비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연석회의 제안자들은 “이명박 정권하에서 고통과 분노의 시대정신이 안철수나 민주당 후보로 대표되지 않는다”며 “그들이 담을 수 없는 사회·경제적 의제 등을 이슈화하고 진보의 재구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동자·민중 독자후보를 추대한다”고 밝혔다.


“독자 후보 완주 문제 여러 상황 고려해 판단”

하지만 연석회의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첨예한 쟁점은 연석회의가 추대한 후보가 민주당과 안철수와의 후보 연합 가능성도 열어 놓고 갈 것이냐 끝까지 독자 완주할 것인가에 있다

연석회의를 제안한 이도흠 민교협 상임의장은 “민주당이나 안철수와의 연대는 지금 상황에선 배제하고 있지만, 범 진보진영엔 두 가지 생각이 있다”며 “하나는 민주당이나 안철수 후보와 박근혜는 다르지 않기 때문에 범 진보진영이 끝까지 완주하자는 입장이고, 또 하나의 세력은 그래도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이나 안철수 후보엔 차이가 있으며, 그 차이가 노동자 민중이 좀 더 자유롭고 정의로운 세상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단일화를 하자는 세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도흠 의장은 “두 세력의 논리나 전술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 문제도 연석회의에서 합의가 필요하다”며 “여러 상황과 여론의 지지율, 정치적 역학 관계 등이 달라질 수 있어 모든 점을 고려해 연석회의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석회의 참가를 제안 받은 일부 좌파 단체들은 연석회의가 지난해 진보의 재구성을 위해 1년 가까이 진행됐다가 참여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 탈당파들의 통합으로 결론이 난 진보대통합연석회의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회의 참가 제안을 받은 한 단체의 관계자는 “제안 단체인 평통사에 대한 신뢰가 크긴 하지만, 연석회의가 민주당 세력과의 연합가능성과 끝까지 독자 완주 가능성 두 가지를 모두 다 열어 놓을 것으로 안다. 두 안은 사실상 조율이 불가능한 모순된 안이라 조율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참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민주노총이 중심을 잡고 독자후보 추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쟁점들이 많다”며 “좌파 단체들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대선을 투쟁으로 돌파한다는 계획도 없이 후보 논의 중심으로 가는 것은 지난 해 진보대통합 연석회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많다”고 덧붙였다.

구당권파 참가 여부도 뜨거운 감자

연석회의는 또 참가대상을 두고도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쟁점은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대표를 포함한 구당권파 세력의 참가여부다.

연석회의에 민주노총이 참가하지 않는다면 큰 힘을 발휘할 수가 없다. 민주노총은 통진당 구당권파의 패권적 행태를 비판하며 통진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상황이다. 연석회의에 구당권파가 참가할 경우 민주노총 내부에서 연석회의 참가를 놓고 진통이 발생할 수 있다.

조희연 민교협 의장은 “연석회의는 민주노총과 분리돼서 작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후보의 개념도 진보좌파 후보로 할 것인지 등의 논의를 했지만 민주노총의 새정치 특위 논의에 맞춰 노동자·민중 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손호철 대표는 “누가 무슨 계파라서 배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노동자·민중후보가 어떤 카테고리에 부합하느냐를 두고 원칙적으로 배제할 것”이라며 “구당권파라서 배제돼선 안 된다.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거나 등 노동자·민중의 범위 속에서 자연스레 배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교수단체들, 김상곤 경기교육감으로 뜻 모을 것”

연석회의 기자회견에선 진보민중 진영의 잠재적 대선 후보군이 거론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대선국면에서 진보민중진영을 적절히 대변할 후보가 없다고 하지만 통진당 사태로 인해 우리의 잠재력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전열이 정비되면 김상곤 후보에서부터 김진숙(민주노총 지도위원), 통합진보당의 여러 후보 많은 잠재후보들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교수단체들 사이에선 교수노조 출신인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잠재적 대선 후보로 강하게 거론됐다.

이도흠 의장은 “연석회의의 목적에 부합되는 후보들을 열어 놓고 추석 이전 범 진보 단일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며 “완전 합의된 상태는 아니지만 다수 교수학술단체의 진보 후보 추대 세력들은 김상곤 경기교육감을 후보로 생각하고 있다. 김상곤 교육감으로 합의가 된다면 찾아가 권유할 생각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희연 의장은 “교수단체 쪽에서는 무엇보다도 교육개혁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 교육개혁 과제에 김상곤 교육감이 유력하다는 견해가 상당히 있다”면서도 “그 외에도 김진숙 후보를 포함해 다양한 후보가 있다”고 덧붙였다.

손호철 대표도 “이미 연석회의 제안 과정에서 단병호, 김진숙, 김상곤 같은 분들이 거론됐다”고 말했다.

이날 연석회의 준비회의엔 민주노총이 참관 형식으로 참가했고, 권영길, 천영세 전 민주노동당 대표와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양경규 전 공공연맹 위원장, 김종철 진보신당 부대표, 김성진 통합진보당 인천시당 위원장, 정성희 전 민노당 최고위원을 비롯해 시민 사회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반면 독자후보 논의를 고민 중인 사노위(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 등 일부 좌파·노동사회단체들은 참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