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인사 대선캠프 행, 무엇이 ‘동지’들을 흔들리게 했나

“입신양명 아닌 진보적 정권교체 위한 행보”

이미 민주통합당과 경계허물어 온 민주노총...‘당연한 귀결’ 자조도

최근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이 잇따라 문재인, 안철수 대선 캠프로 짐을 싸면서, 민주노총이 최악의 혼란기를 맞이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사태와 직선제 논란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전현직 간부들의 대거 이탈은 민주노총의 정체성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민주노총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선 캠프로 이탈한 인사들을 향해 날선 공격을 가했지만,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통합진보당 사태로부터 불거진 진보정당의 분열과, 국민참여당 논란, 민주노총의 야권연대 올인, 정치방침과 대선방침의 부재 속에 ‘당연한 귀결’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그동안 국민참여당과 통합한 통합진보당 지지방침, 총선에서 ‘야권연대’에 올인해 온 민주노총의 행보를 봤을 때, 민주노총 인사들의 문재인, 안철수 캠프로의 이동은 그리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짐을 싼 인사들 역시 민주노총이 주야장천 이야기 해 온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한 행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24일 안철수 후보의 쌍용차 분향소 방문 수행엔 안철수 캠프로 들어간 이용식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왼쪽 앞)과 강승규 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오른쪽)등이 함께 했다.

대선 캠프로 떠나는 노동운동 동지들
“입신양명 때문”VS“정권교체, 진보세력 구축 위해”


민주노총 인사들의 대선 캠프 행 소식을 들은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간부들이 무슨 딴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들 꿍꿍이가 있는데 오픈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내부에 감도는 불신분위기를 토로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관련 인사들의 대선 캠프행이 마무리된 지 3일 만인 25일, 성명서를 발표해 “관료집단 특유의 입신양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최근까지도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함께 논의하고 보수정치를 비판했으며, 서로 노동운동 동지라 칭했던 이들이 떳떳하게 이탈해나가는 모습은 누가 봐도 민망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대선 캠프로 옮겨간 인사들은 민주노총의 성명에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다. 특히 민주노총 인사들이 대거 옮겨간 안철수 캠프 쪽 인사들은 ‘개인적인 행보’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 캠프에 참여한 한 인사는 “조직적으로 논의한 틀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입신양명이라는 비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철수 캠프로 이동한 민주노총 인사들은 혁신연대 계열인 노동정치연대포럼의 조직적 결정을 기반으로 움직였다. 이들은 안 캠프행이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단일화와 새로운 진보세력 구축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 캠프로 옮겨간 한 인사는 “우리의 목표는 정권교체와 새로운 진보세력 구축이며, 정권교체를 위해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난 세력들을 진보, 노동 세력과 결합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엇이 ‘동지’들을 흔들리게 했나

이들의 자연스러운 대선 캠프 행은 그간 민주노총이 취해왔던 정치적 행보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민주노총은 지난 4.11총선 시기,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통합당과 19대 총선 정책협약을 맺었다. 총선 3일을 앞두고 체결된 협약에서, 민주노총과 민주통합당은 “민주진보진영의 원내 1당 지위 확보와 교섭단체 구성 등 의회 내 안정적인 절대 다수의석 확보가 선결 과제라는데 인식을 함께한다”며 “당면한 총선에서 민주진보 세력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고 약속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정권심판과 여소야대를 목표로 한 반MB연대, 야권연대에 올인했으며, ‘민주진보세력’을 형성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통합당과의 정책협약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비판이나 문제제기 등 잡음도 거의 없었다.

국민참여당과 통합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역시,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참여정부 세력과의 경계를 허물게 했다. 민주노총은 애초 통합진보당과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반대했지만, 통합 이후에는 총선에서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 방침을 결정했다. 민주노총 지지후보 34명은 모두 통합진보당 후보였다.

민주노총이 반MB연대와 통합진보당 표 몰이에 나섰음에도, 야권연대는 패배의 성적표를 받았다. 당시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정권심판을 내걸고 여소야대를 목표로 했던 야권연대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 사이에 민주노총이 총선방침으로 ‘진보정당’이라고 규정한 진보신당은 1.1%의 지지율을 얻으며 정당 해산절차를 밟았다. 또한 현장에는 ‘반MB연대’와 ‘야권연대’, ‘민주진보연대’라는 정치적 프레임이 확대됐다.

통진당과 야권연대에 ‘몰빵’한 민주노총의 후유증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정체성조차 모호


  지난 3월 29일 4.11총선 선거운동이 시작하던 첫날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야권연대 합동 유세.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현재 민주노총은 일부 인사들의 대선캠프 행이, 현장의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노총 새정치특위 관계자는 “총선에서 민주통합당과 진보정당들과 정책협약을 맺었지만, 이후 강제한 것이 없다”며 “때문에 현장에서 민주통합당과 찍은 사진이 보여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이어서 “특히 민주노총 인사들이 보수(정치) 후보 쪽으로 가는 것이, 현장에 있는 조합원들에게 혼란스러움을 줄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집단화 된 그들이 조합원들을 또 끌어들일 것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곤혹스러운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계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이미 ‘통큰 연대’를 추진한 만큼, 내부의 정치적 입장은 사분오열 돼 있다. 안 캠프를 택한 노동계 인사들 역시, 안 캠프 행을 통한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꿈꾸고 있다. 한 인사는 “지금 진보는 그동안 정치세력화의 평가 속에서 새로운 진보세력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며 “안 캠프 행은 그런 모색의 일환으로, 다양한 정치세력과의 연대로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진리는 실천 속에서 만들어지는 만큼, 실천이 가장 중요하며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안 좋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 사태 역시 노동계 정치지형을 다변화했다. 내부 반대에도 ‘통합진보당 집중투표’를 진행했지만, 통합진보당이 갈가리 찢어지면서 민주노총 역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정치세력화 논의는 더디고, 대선 방침은 부재하며, 민주노총 내부는 각 정파와 조직을 중심으로 대선 ‘각개전’을 준비 중이다.

배성인 한신대 교수는 “민주노총 인사들의 대선 캠프로의 이동은 통진당 사태의 후유증”이라며 “통진당을 통한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가 깨지면서, 민주노총 인사들의 운신의 폭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그동안 민주노총이 추진해온 반MB전선이 대선을 맞아 반 박근혜로 가게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며 “특히 진보우파를 중심으로 한 세력은 예전부터 자유주의세력에 대한 비판적지지 세력이기 때문에 문재인, 안철수 대선 캠프행이 별로 이상한 그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노총과 각 산별연맹의 전, 현직 위원장들은 조만간 노동계 인사들의 대선 캠프행과 관련한 후속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새정치특위 관계자는 “10월 25일 입장의 후속조치로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이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과,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진보정치의 내용을 담은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