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도 무시한 출입국관리법”

농성 47일, 수그러들지 않는 이주노동자 투쟁

이주노동자들의 농성이 47일 째를 맞는 20일. 집회가 예정된 두 시가 다가오자 서울과 경기 전역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종각역 보신각 앞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추운 날씨에도 이주노동자 탄압중단과 출입국관리법개악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에 참가한 150여명의 이주노동자들과 인권사회단체활동가들은 이주노조에 대한 표적단속 및 출입국관리법 개정이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까지만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주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 3인이 '표적단속'에 연행된 후 긴급하게 시작된 '단속추방 중단, 출입국관리법 개악저지! 이주노조표적탄압 분쇄!'를 위한 농성은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민주노총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 중이다.

지난 15일, 단속에서 중국 동포 사망해

이주노동자들이 '단속추방중단'을 요구하는 마음은 절실하다. 그 동안 영장 없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단속반원들이 무작정 단속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치명적인 부상을 입거나 심지어는 사망하는 사건이 빈번히 발생해 왔다. 지난 15일에도 중국 동포가 모텔에서 일을 하는 도중 단속반을 피해 옆 건물로 달아나려다 8층 높이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렇게 인권침해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영장과 적법절차 없이' 진행되고 있는 단속을 오히려 법무부가 법제화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8일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통해 '의심'만으로도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을 가능하도록 하는 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원회는 지난 12월, 법무부의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검토한 결과 "죽음을 부르는 외국인 강제단속 및 보호절차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출입국관리법개정안=긴급조치 9호"

최현모 이주인권연대 대표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박정희 정권시절 '긴급조치 9호'에 빗댔다. 최현모 대표는 11월 입법 예고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영장주의, 적법절차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며 영장도 없이 정부에 비판한다는 이유만으로도 많은 민주화 활동가들을 잡아 가두었던 "긴급조치 9호의 탄압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군사독재 정권이나 저지를 수 있는 악법"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오히려 법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권을 지키기 위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 지고 있다. 그러나 노조를 만든다는 상식적인 일 조차도 이주노동자들에게는 힘겨운 싸움이다.

지난 11월 이주노조 지도부 3인이 '표적단속'으로 연행된 후 '강제 출국'조치를 당하자 지역의 이주노동자들은 더욱 위축되었다.

내가 집으로 갈 수 없는 이유..."이주노조 지켜야"

집회에 참가한 한 이주노동자는 노동조합 활동이 곧 출입국의 '표적'이 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어서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노조는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아픈 어머니가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는데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절실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집회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이주노조를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집회 발언자로 나선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올해는 민주노총이 이주노동자 조직에 나설 것"이라며, 2008년에는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주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토르나 림부 이주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동대문, 안산 등 활동가들이 있는 지역을 집중단속하고 있다"며 이것은 "이주노조 파괴책동"이라고 강력히 비난하고 "아무리 우리를 뿌리 뽑으려해도 이주노조를 중단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투쟁의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