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감 후보 토론회, 인권조례 두고 1대4 공방

문용린 “학생은 인권찾는 주체 아니라 보호해야 할 대상”

6일 오전 열린 서울시 교육감 후보 토론회의 뜨거운 감자는 ‘학생인권조례’였다. 진보진영 단일후보인 이수호 후보와 나머지 보수후보 간의 일대 다 구도로 이뤄진 토론에서 후보들은 학생인권조례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이수호 후보는 “교육의 핵심은 자주성에 있다”고 강조하며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과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사와 교육의 역할”이라고 학생인권조례의 존속을 주장했다. 그러나 보수진영 후보들은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학교현장이 혼란에 빠졌다”며 학생인권조례를 폐기하거나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MBC 서울시 교육감 후보 토론회 화면캡쳐]

특히 문용린 후보는 “학생인권조례 자체가 교사와 학생을 대립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침해되는 현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면서 “학생인권조례를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이견은 ‘학생인권’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문용린 후보는 “학생들은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며 “학생들이 인권을 찾도록 가르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악생들의 인권을 보호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학생들의 인권은 교사와 학교가 나서서 보호해주는 것이 정도”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수호 후보는 “문용린 후보의 방식으로 교육하면 아이들은 제대로 자라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수호 후보는 “교육의 핵심은 자주성을 키우도록 돕는 일”이라며 “아이들이 자신의 인권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남승희 후보는 “학생들이 아직 미숙하더라도 주체성을 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목표”라고 밝혔지만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남승희 후보는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학교현장에 많은 혼란이 초래됐다”고 주장하면서 “조례 이전에 인권이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교육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MBC 서울시 교육감 후보 토론회 화면캡쳐]

문용린 후보는 인권조례에 포함된 내용들도 문제삼았다. 문 후보는 “인권조례에는 동성애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학교는 학교에서 그런 일(동성애)이 벌어져선 안된다고 가르쳐야지 그런 권리도 있다고 가르쳐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서는 후보들간의 이념공세와 도덕성 공방도 진행됐다. 특히 이수호 후보의 전교조 위원장 이력과 민주노동당 당직 경력을 향한 날선 공세가 이뤄졌다.

문용린 후보는 전교조 교사들의 시국선언과 민주노동당 당비납부를 언급하며 “공교육 활성화의 가장 큰 장애는 전교조 교사들이었다”고 주장했다. 문용린 후보는 “전교조 위원장까지 지낸 이 후보는 전교조의 정치 관여 활동을 어떻게 극복하냐”고 다져 물었다. 남승희 후보와 최명복 후보는 이수호 후보가 공교육 활성화의 대안으로 내세운 ‘혁신학교’정책에 대해 “혁신학교는 전교조가 만들어낸 정책으로 전교조 교사 일색이며 혁신학교에 과중한 혜택이 집중되고 있다”고 이수호 후보를 공박했다.

이수호 후보는 ‘학부모들이 직접 서명을 해서 혁신학교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실례를 제시하며, “전교조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신망을 얻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아무런 인센티브도 없는데 전교조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혁신학교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를 반기고 있는데 이를 나무라는 것은 올바른 교육을 만들지 말자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혁신학교에 집중되는 예산과 혜택에 대해서도 많은 예산이 이미 연구학교와 시범학교를 통해 쓰이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 후보는 “이 성과들을 모아서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확대해 모든 학교가 혁신교육이 되도록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MBC 서울시 교육감 후보 토론회 화면캡쳐]

때아닌 이념공방도 오갔다. 문용린 후보는 “교육에 정치가 개입되선 안된다”고 주장하며 이수호 후보가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 “전교조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이 친북 좌파”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수호 후보는 이에 대해 “그런 게시물을 올린 적이 없다”고 답변하며 “정치개입을 안된다고 말하는 문 후보가 오히려 이념대립으로 선거를 몰고 간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구체적 사실이 아닌 의혹을 통해 선거를 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치개입을 반대한다”던 문용린 후보도 ‘정치개입’ 공세를 받았다. 남승희, 최명복 후보는 문용린 후보가 후보등록 직전까지 박근혜 후보의 대선캠프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의 부위원장을 지냈던 사실을 지적하며 문용린 후보의 단일화과정을 “밀실 보수단일화 꼼수”라고 비판했다.

문용린 후보가 사교육 업체인 ‘대교’의 연구책임자를 맡았던 이력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최명복 후보는 “대교가 서울 학생들을 상대로 한 사업을 포기하든지, 교육감이 사퇴하든지 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남승희 후보도 언론보도를 통해 문 후보가 정부여당의 낙점을 받아 “교육감에 정치색을 물들여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남 후보도 “교육감(후보)과 교육업체 간 부적절한 관계라면 대단히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교육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토론회이니 교육 정책과 관련된 이야기만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