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함이 평화의 언어가 될 수 있을까

군대보다 감옥이 안전한 시대의 병역 거부 운동 명숙 / 인권운동사랑방 상임 활동가. 인권운동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해외 파병 군인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흥행했다. 잘생긴 남자 배우의 얼굴, 화려한 전투 장면 등으로 사람들은 군대 – 전쟁 – 살인을 떠올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렇게 전쟁과 군대를 수용했다. 사람들은 2003년 11월 이라크에 파병된 현역 이등병 강철민 씨가…

피 흘리는 필리핀 농민과 캄보디아 노동자

나현필 •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 쌀을 달라는 농민에게 총탄을 쏜 필리핀 경찰 24살 여성 마조비(Majobie)는 지난 4월 1일, 자신의 삼촌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얼굴이 피범벅이 된 광경을 보았지만 도우러 갈 수 없었다. 모두가 경찰 발포에 놀라 도망쳤기 때문이다. 필리핀 인권단체 CTUHR(Center for Trade Union and Human Rights)은 지난 4월 1일 필리핀 키다파완(Kidapawan) 지역에서 발생한 농민…

우리는 느리게 걷자

성지훈 기자 “비장애인들의 발걸음은 너무 빨라요. 그 빠른 발걸음이 아마 자본의 속도일 거예요. 바쁜 아침 출근길 그 발걸음을 휠체어의 느린 속도가 막아서면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속도에 화를 내요.” 광화문 지하도에는 농성장이 있다. 2012년 8월에 자리 잡았으니 같은 곳에서만 햇수로 5년째다. 부양의무제와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농성장이다. 그들은 5년째 아침마다 광화문역을 지나 출근하는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을…

한국판 양적 완화, 한국은행은 누구를 위해 돈을 뿌리나

송명관/ 참세상연구소(준). 《부채 전쟁》을 함께 지었고 참세상 주례토론회를 기획하고 있다. / 사진 정운 기자   ‘한국판 양적 완화’ 논쟁 공천 사태로 시작해서 큰절 정치로 마무리된 이번 총선은 정책 면에서 최악의 선거로 평가된다. 그런데 정책이 실종된 이번 총선에서 한 가지 눈여겨 볼 만한 이슈가 있었다. 바로 양적 완화이다. 다른 정책들을 제쳐 두고 왜 갑자기 양적 완화가 논란을 부르게…

한국 여자와는 다르다고?

‘순종적인 미모의 탈북 여성’ 이미지만 만드는 종편 신나리 기자/ 사진 임태훈 “착하고 귀엽고, 남한 여성에게는 볼 수 없죠” 방 청소로 하루를 시작하는 새댁의 모습이 그려진다. 부지런히 아침밥을 준비하는 아내와 식탁에 앉아 가만히 기다리는 남편. 아내에게 이것저것 주문하는 남편은 이제 막 새신랑이 된 다른 출연자에게 “아니 이런 것도 못 시키면 장가를 뭐하러 가? 머슴 하려고 가?”라고…

“북에서 왔어? 그럼 말 잘 듣겠네”

성희롱과 비하에 시달리는 탈북 여성들 신나리 기자/ 사진 임태훈 탈북은 한국 사회에서 이용 가치가 있는 소재다. 선거를 앞두고 혹은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북한 미사일, 탈북, 간첩은 자주 등장하는 이야깃거리다. 4.13 총선을 닷새 앞두고 정부가 ‘북한 해외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을 발표한 것 역시 보수 표를 결집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존재하지만 평소에는…

안전해지고 싶어? 신라면을 사

이 정부의 안전 교육법 윤지연 기자/ 사진 정운 기자   “아이고 깜짝이야!” 난데없이 휴대폰에서 울려 대는 경보음. 국민안전처가 발송한 ‘긴급 재난 문자’의 요란한 알림 소리다. 액정 화면에는 ‘비상 사태’, ‘경고’, ‘긴급’ 같은 문자가 떠 있다. 놀란 맘에 확인한 문자 내용은 ‘서울 폭염 특보 발령 중! 야외 활동 자제와 충분한 물 마시기, 물놀이 안전 주의 등…

경찰들아, 명랑하게 나의 신체를 보호하라

윤지연 기자   종종 경찰 제복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다. 대개 여러 집회 및 투쟁 현장을 다녔던 사람들이 그렇다. 실제로 현장에서 경찰과 맞부딪혀 보면 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거나 혈압이 급상승하는 것은 다반사. 집회를 통제하겠다며 멀쩡한 인도를 막기도 하고, 차벽을 쌓아 집회 장소를 고립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약과. 류현진이 던지는 강속구 세기의 물대포를 발사해…

청소년과 청년 사이, 나의 정치

양지혜 (청소년 활동가로 살다가 스무 살을 맞았다. 청년초록네트워크, 청년좌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불복종 선언 선거철이다. 나는 선거 운동을 ‘돕고’ 있다. 스무 살이지만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정식 선거 운동원은 될 수 없지만, SNS에 사진을 찍어 올린다거나 1인 피케팅을 진행하는 등 소소한 일들을 하고 있다. 이번 총선은 내 인생의 첫 번째 선거다.…

우리는 너무 가혹한 땅에 살고 있구나

정리․성지훈 기자 수현 현직 (수습) 기자. 어릴 때부터 딱히 기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은 사회 운동 활동가였는데 집안과 주변의 반대를 떨쳐 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절충안이 기자. 이번 대담은 본명 대신 이니셜로 쓰겠다는 담당 기자의 꾐에 넘어가 회사에 대한 불만을 잔뜩 얘기했다. 하지만. 현우 병을 앓고 난 후 “정말 하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