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도시부터 성지까지, 파괴되는 레바논 역사 유적

남부 레바논의 고대 도시 티레(Tyre)에 피어오르는 폭격 연기. 출처: sarah

문화유산은 흔히 전쟁이 낳은 불행한 희생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실제로 중요한 역사 유적을 파괴하는 행위는 권력과 영토를 장악하려는 더 광범위한 시도의 일환으로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레바논 남부의 문화유산을 겨냥한 최근의 공격은 왜 역사 기념물을 보호하는 일이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해당 유산과 연결된 공동체를 보호하는 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레바논 남부에 대한 공격으로 100만 명이 넘는 주민이 삶의 터전을 떠났다.여기에는 티레(Tyre), 나바티예(Nabatieh), 야룬(Yaroun), 빈트즈베일(Bint Jbeil), 키암(Khiam)과 기타 국경 지역의 마을과 촌락 공동체가 포함된다.

이 같은 강제 이주는 사람들의 문화적 정체성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다. 또한 공동체가 제공하던 돌봄과 장인 기술이 사라지면서 역사 유적은 더욱 심각한 위협에 놓인다.

레바논 남부의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일은 국제사회의 관심사다. 이들 유적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한 번 파괴되면 다시 되살릴 수 없다.

보포르성과 티레

레바논에는 유네스코의 강화된 보호 대상 문화재목록에 등재된 문화유산 73이 있다.

그중 하나가 12세기에 건설된 보포르성(Beaufort Castle)이다. 십자군 전쟁 이후 9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러 전쟁을 견뎌 온 이 성은 중요한 문화·역사 유산으로 널리 평가받는다.

이 성은 527일과 530일 공격을 받았으며, 531일부터 이스라엘군이 전략적으로 점령하고 있다. 이러한 점령은 훼손과 약탈 위험을 높이고 있다.

2026531, 십자군 시대의 보포르성 인근을 이스라엘이 공격한 뒤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 건축물을 공격한 행위는 점령국이 문화재를 이용해 역사적 증거를 은폐하거나 파괴하는 것을 금지한 헤이그협약 제2의정서 제15를 위반한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공격은 국제형사재판소 로마규정 8조 제2(b)(ix)에 따라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도시 티레 역시 3월 이후 여러 차례 공격을 받았다.

이 페니키아 도시는 1984년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됐다. 티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도시 가운데 하나이며, 예루살렘의 솔로몬 성전 건설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이 세계유산 도시는 527, 67, 69 공격을 받았다.

67일 폭격에 대해 문화부 고고학 유적 지역 책임자인 알리 바다위(Ali Badawi)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적지 곳곳에 잔해와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 [...] 무너진 잔해가 넓은 지역에 걸쳐 쏟아지면서 일부 고고학 유물이 손상됐다. 이로 인해 기둥, 주두, 기둥 기단부, 모자이크 등 유적지의 많은 요소가 피해를 입었다.”

티레에는 알바스 고고학 유적지도 있다. 이곳에는 네크로폴리스(necropolis·고대 공동묘지), 로마 시대 히포드롬(hippodrome·전차 경주 경기장), 고대 수로의 유적이 포함돼 있다.

로마 시대에 건설한 티레의 히포드롬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고대 히포드롬 가운데 하나다. 출처: 위키미디어, CC BY-SA.

202636,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 유적지 입구를 타격해 고대 로마 유적 단지의 외곽 구역을 훼손했다. 이어 526일에는 또 다른 공습이 히포드롬에서 약 180m 떨어진 지점에 떨어졌다.

샤마 성채와 기타 유적지

중세 시대의 샤마 성채(Citadel of Chamaa, Shamaa)20264월부터 5사이 이스라엘군의 폭발물과 불도저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성채의 돔 네 개 가운데 최소 세 개가 파괴됐다.

11세기에 건설한 이 성채 역시 티레 지역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샤문 알사파(Shamoun al-Safa)를 기리는 성소가 있다. 샤문 알사파는 영어권에서 시몬 베드로(Simon Peter) 또는 성 베드로(Saint Peter)로 알려져 있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초기 제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의 성소는 기독교인과 무슬림 모두가 신성하게 여긴다.

공격을 받기 전 성소의 돔과 첨탑(미나레트) 모습. 출처: 위키미디어, CC BY-SA.

또한 5월에는 이스라엘군의 불도저가 야룬의 홀리 세이비어 기독교학교(Holy Savior Christian School)를 파괴했다. 바티칸의 기관지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L’Osservatore Romano)는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파괴의 도구인 굴착기들이 유령 마을이 된 곳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레바논 문화재총국에 따르면, 20249월부터 11월 사이 이스라엘이 실시한 공격으로 문화유산 20곳이 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9곳은 완전히 파괴됐다.

피해를 입은 유적에는 나바티예의 오스만 시대 시장(수크), 데르드가야(Derdghaya)의 성 게오르기우스 교회(Church of St George), 그리고 야룬의 모스크와 교회가 포함됐다.

이스라엘군, 레바논 야룬의 수도원과 학교 파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국제인도법은 문화유산을 포함한 신성한 장소들이 존재하며, 이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 적대행위로부터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

레바논에서 진행되고 있는 파괴 행위와 관련해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이 있다.

유네스코 무력충돌 시 문화재 보호위원회는 보호 대상 문화재에 대한 공격에 대응해 적절한 제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또한 유네스코는 공격 면제를 확보한 뒤 레바논 내 피해 규모를 조사하기 위한 현장 조사단 파견을 발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레바논 정부는 세계유산인 티레의 피해에 대한 기술·재정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세계유산위원회(World Heritage Committee)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아울러 강화된 보호 대상 문화재에 대한 공격과 관련해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에도 제소해야 한다.

유네스코 헌장은 다음과 같은 선언으로 시작한다.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시작되므로, 평화의 방어 또한 인간의 마음속에 세워야 한다.”

국제사회는 문화유산 파괴가 어디에서 발생하든 이를 규탄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일은 모든 문화가 인류 공동체에 기여해 온 가치를 존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출처] From a World Heritage-listed city to sacred shrines, Lebanon’s historic sites are being destroyed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셰린 알 샬라(Sherine Al Shallah)는 유엔사우스웨일스대학교 시드니(UNSW Sydney) 박사과정 연구원. 난민 문화유산과 관련 권리 보호를 연구하고 있으며, 칼도르 국제난민법센터(Kaldor Centre for International Refugee Law) 협력연구원, 호주 인권연구소(Australian Human Rights Institute) 연구협력자로 활동하고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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