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1일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델시 로드리게스(Delcy Rodríguez)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에서 열린 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델시 로드리게스 인스타
베네수엘라는 현재 미국의 점령 아래 놓여 있다. 다만 미국 지상군이 실제로 주둔하고 있지는 않다.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를 공격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영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를 의심스러운 이유인 마약 및 무기 혐의로 납치한 1월 3일 이후, 베네수엘라는 자국의 석유와 광물, 그리고 외교 정책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다.
마두로가 부재한 가운데, 이전에 부통령이었던 델시 로드리게스가 임시 대통령직에 올랐다. 그는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인 오빠 호르헤 로드리게스와 함께 미국과 스페인 언론에 출연해 베네수엘라를 시장 친화적 경제로 전환하겠다고 말해 왔다. 동시에 미국 외교관과 대표단의 입국을 환영하고 있다.
로드리게스의 임시 대통령 체제를 다룬 최근 <워싱턴 포스트> 기사에 따르면, “이 나라는 대체로 혁명적 격변을 피한 채 미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들끓는 서부 개척 시대식 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 기사는 쿠바계 미국인 변호사 마우리시오 클라베르카로네(Mauricio Claver-Carone)에 주목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마두로를 축출한 군사작전 이후 클라베르카로네가 “베네수엘라의 비공식 미국 총독”이 되었으며, 델시 로드리게스와 협력하고 남미 국가인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석유 부를 활용하려는 행정부의 계획을 실행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점령 정부
집권 여당인 베네수엘라 통합사회주의당(PSUV) 소속 전 국회의원이자 경제학자인 토니 보사(Tony Boza)는 <트루스아웃>에 로드리게스 행정부를 “점령 정부”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이 정부의 임무는 “일련의 법률들을 거의 아무런 협의도 없이 신속하고 성급하게 바꾸면서, 동시에 자신들에게 부과되는 모든 요구 사항을 이행하는 것”이다. 보사는 이 과정에서 베네수엘라의 금융 주권이 철저히 파괴되었다고 말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자원들, 즉 석유와 금의 경우를 보면, 모든 것이 완전히 불투명하게 처리되고 있으며 정확히 어떤 조건으로 판매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고 보사는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모든 것이 도널드 트럼프 주변 집단의 직접적인 통제 아래 넘어갔기 때문”이라며 “심지어 이는 미국 법 자체를 위반한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공식적인 전쟁 선포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6년 1월 29일, 국회는 유기탄화수소법(Organic Hydrocarbons Law)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2006년과 2007년 이후 베네수엘라 석유 부문 체제에 가해진 가장 중요한 변화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우고 차베스 정부는 오리노코 벨트에서 활동하던 외국 석유회사들에게 사업 구조를 혼합기업으로 전환하도록 강제했다. 이 구조에서는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가 최소 60%의 지분을 보유해야 했다.
보사에 따르면 핵심 문제는 국가가 석유 채굴 및 판매 권한을 부여하는 대가로 에너지 부문에서 받는 사용료가 이제 기업의 수익성에 연동된다는 점이다. 이는 기업이 회계상 이익을 내지 못할 경우 사용료가 1%까지 떨어지거나 심지어 0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어떠한 최소 보장 기준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석유 사업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이 로드리게스 정부가 추진한 헌법 개정에 따라 “해외로 이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에너지 관련 분쟁이 결국 미국 법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바로 몇 년 전 미국의 제재를 명분으로 베네수엘라 국영 기업 시트고(Citgo)를 압류했던 그 사법체계 말이다.
국립직업훈련사회주의교육원(INCES) 소속 베네수엘라 노동조합 활동가 아델모 베세라(Adelmo Becerra)도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 베세라는 <트루스아웃>과의 인터뷰에서 1월 말 이루어진 유기탄화수소법 개정으로 인해 베네수엘라가 “100년 이상 후퇴해 석유 산업이 초국적 기업들의 손에 있었고 국가가 석유에서 최소한의 수입만 얻었던 후안 비센테 고메스(Juan Vicente Gómez) 시대”로 되돌아갔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석유 수익으로 발생한 이윤 대부분을 외국 기업들이 가져갔다. 그는 마두로 정부의 투명성 부족을 비판해 왔지만, “그때는 국가와 정부가 석유 수익을 직접 관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 정부가 그 수익에서 나오는 자원을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전유하고, 통제하며, 배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이후 많은 노동조합은 미국 제재의 충격 속에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경제를 되살린다는 명분으로 단체교섭권을 약화시킨 마두로 정부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베세라의 견해로는 로드리게스 역시 조직 노동의 힘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외아들인 니콜라스 마두로 게라(Nicolás Maduro Guerra)는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마두로 정부 시기에 있었던 “과도한 행위들”에 대해 차비스모(Chavismo)가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故) 우고 차베스가 창설한 정치운동인 차비스모는 역사적으로 좌파 민족주의, 반제국주의, 국가의 경제 개입, 사회복지 정책, 그리고 라틴아메리카 통합을 추구하면서 베네수엘라에 참여민주주의를 건설하려는 목표를 결합해 왔다. 마두로 게라의 견해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 시절의 차비스모는 여러 실수를 저질렀다. 여기에는 “경찰의 행위”, “항상 공정한 절차를 보장하지 못했던 사법제도”, 그리고 “변호권” 문제가 포함된다.
2월 말 로드리게스 정부는 정치적 성격의 범죄로 간주된 혐의로 수감되어 있던 수백 명에게 사면을 부여하는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법안 통과를 위해 베네수엘라 정부에 압력을 가했다. 차비스모 지지자들 가운데 일부는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여기에는 오랜 언론 평론가이자 베네수엘라 통합사회주의당(PSUV) 내 강경 좌파 인사인 마리오 실바(Mario Silva)도 포함된다. 그는 사면법을 거부하며 수감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고 차베스 정부와 마두로 정부 시기 여러 차례 벌어진 반정부 시위를 언급했으며, 특히 2014년과 2017년에 가장 심각한 폭력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과림바 피해자 위원회(Committee of Victims of the Guarimba)라는 단체는 오랫동안 이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극우 폭력의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해 왔다. 이 위원회의 견해에 따르면, 해당 폭력은 수십 명의 사망자와 수백 명의 중상자를 발생시켰다.
실바는 또한 내무부 장관이자 베네수엘라 통합사회주의당(PSUV) 지도부 인사인 디오스다도 카베요(Diosdado Cabello)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카베요는 자신이 장악한 내무부의 권한을 통해 로드리게스가 국가 자원을 민간 기업에 개방하는 개혁을 추진하도록 허용해 왔다. 이 서한에서 실바는 다시 한 번 자신의 당과 로드리게스 정부를 비판했다. 실바의 견해에 따르면, “그 어떤 압력도 지금까지 베네수엘라 국민의 진전이나 삶의 개선을 보장하는 어떠한 약속도 제시하지 않은 침략자와 협력하는 일을 정당화할 수 없다.”
우고 차베스 정부 시절 부통령을 지낸 엘리아스 하우아(Elías Jaua) 역시 최근 자신이 “미국의 베네수엘라 점령”이라고 부르는 상황을 비판하고 나섰다. 하우아는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의 석유 판매를 통제하고 있으며, 그 수익을 미국 재무부가 관리하는 기금에 입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도 직접 이를 확인했다. 하우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가가 최소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부 자금만 되돌려주고 있다.” 그는 이것이 “강압 아래 이루어지는 후견 통치일 뿐이며, 한 정부가 다른 정부를 관리하는 신식민주의적 통치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주재 베네수엘라 외교대표를 포함한 베네수엘라 정부 관계자들은 이 기사 취재를 위한 인터뷰 요청을 반복적으로 거부했다.
알렉스 사브의 송환
5월 23일,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 군대가 카라카스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해병대와 군용기를 동원한 “신속 대응 훈련”을 실시하도록 허용했다. 이는 마두로나 차베스 시절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그보다 며칠 전 로드리게스 정부는 사업가이자 전 베네수엘라 장관인 알렉스 사브(Alex Saab)를 미국 당국에 넘겼다. 콜롬비아 출신의 베네수엘라인인 사브는 과거 마두로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는 이란 같은 우방국들과 협력해 미국의 경제 제재를 우회하고, 베네수엘라 최빈곤층에 식량을 배급하기 위해 설계된 지역공급생산위원회(CLAP) 프로그램용 식량과 의약품을 수입하는 데 관여했다.
2020년 사브는 카보베르데에서 체포된 뒤 미국으로 송환되었고, 자금세탁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의 아내 카밀라 파브리 사브(Camila Fabri Saab)는 2022년 사브가 “미국에서 매일 고문과 비인도적 처우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두로 정부는 그의 석방을 위해 강력한 외교 활동을 벌였고, 결국 2023년 12월 석방을 성사시켰다. 사브의 석방 대가로 카라카스는 미국 시민 10명을 석방했다. 이들 가운데 2명은 2019년 마두로 축출을 시도했던 실버코프 USA(Silvercorp USA) 소속 용병이었다. 2024년 10월 사브는 베네수엘라 인민권력 산업 및 국가생산부 장관(Minister of Popular Power for Industry and National Production)에 임명되었으며, 2026년 1월 16일까지 그 직책을 유지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1월 미국의 군사 공격 이후 워싱턴은 로드리게스에게 사브를 체포하고 미국으로 송환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로드리게스가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수많은 요구 사항 가운데 이 요구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워싱턴은 마두로에게 했던 것처럼 로드리게스를 기소했을 수도 있다. 로이터는 미국 당국이 이미 그에 대한 수사 자료를 축적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5월 18일 디오스다도 카베요는 공개적으로 사브가 “온갖 종류의 사기”를 저질렀으며 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사브가 2004년부터 “위조된” 베네수엘라 신분증을 사용해 왔다고 주장했다. 카베요는 “그 사람이 베네수엘라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어떠한 기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루 뒤 로드리게스 대통령은 사브의 송환이 “국익을 위한 조치”였다고 선언했다.
한편 실바는 자신의 프로그램 <라 오히야>(La Hojilla)서 두 가지 단순한 질문을 던졌다. 첫째, 사브가 2004년부터 위조된 베네수엘라 신분증을 사용해 왔다면 왜 이런 불법 행위가 22년 동안 적발되지 않았는가? 둘째, 그런 사람이 어떻게 마두로 정부 아래에서 외교관이 되었고, 나아가 장관직까지 맡게 되었는가?
신자유주의와 검열
실바의 프로그램은 베네수엘라 내부 극우 세력과 미국의 대외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는 것으로 유명했으며, 한때 국영 방송사 <베네솔라나 데 텔레비시온>(VTV)의 심야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많은 시청자를 확보한 방송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올해 3월 방송에서 퇴출되었다. 같은 달 또 다른 인기 좌파 정치 프로그램인 <수르다 콘둑타>(Zurda Konducta, 좌파적 행동) 역시 VTV에서 사라졌다.
이러한 목소리들을 베네수엘라 국영 방송에서 제거한 것은 카라카스가 워싱턴과, 그리고 미국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제기구들과 강제로 화해하는 과정에 대한 비판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달 초 로드리게스 정부 관계자들은 IMF 관계자들과 회동했다. 베네수엘라는 1946년부터 IMF와 세계은행의 회원국이었지만, 2000년대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이들 기구를 “미국 제국주의의 도구”라고 규정하며 탈퇴했다. 차베스는 남반구은행 같은 대안적 지역 기구를 육성하려 했지만, 브라질이 초기의 열정에도 충분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 기구는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 2017년이 되자 국제 유가 폭락, 석유 생산 감소, 외환보유고 고갈, 그리고 강력한 미국의 경제 제재가 겹치면서 베네수엘라는 국제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 채무는 1,700억 달러에 달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로드리게스 정부는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대외 부채를 재협상하고 국제 금융시장 복귀를 추진하기 위해 미국 기업 센터뷰 파트너스(Centerview Partners)를 “공식 경쟁 절차 없이” 고용했다. 이 회사를 고용하라는 권고는 트럼프 정부 출신 인사이자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Marco Rubio)의 측근인 마우리시오 클라베르카로네에게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카라카스와 IMF 사이의 새로운 관계에 대해 베세라는 <트루스아웃>에 “이 새로운 관계의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투명한 정보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세계 각국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IMF와 협상하는 국가들은 “경제정책을 잘 알려진 신자유주의 정책들에 종속시키게 되며, 이러한 정책들은 대다수 국민의 경제적·사회적 권리에 반한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1989년 2월, 부패한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Carlos Andrés Pérez) 대통령 정부가 IMF의 긴축 정책을 시행하자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폭발했다. 정부는 군대를 동원해 이를 진압했고, 그 결과 약 1,000명에서 3,000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1992년에는 우고 차베스라는 이름의 젊은 중령이 IMF 정책, 카라카스의 워싱턴 종속, 그리고 석유 수익을 노동계급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해 재투자하지 않은 현실에 반발하며 안드레스 페레스 정부를 상대로 군사 쿠데타를 시도했다.
델시 로드리게스가 계속해서 트럼프의 지시에 따를 경우, 언젠가 그의 정부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또 다른 우고 차베스와 맞서야 할지도 모른다.
[출처] The US May Not Have Troops on the Ground, But Venezuela’s Government Is Occupied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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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아쿠냐(Rodrigo Acuña)는 20여 년 동안 라틴아메리카 정치를 주제로 글을 써 왔으며, 라틴아메리카 관련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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