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국제협력의 새로운 모델: 중앙북극해 어업협정 사례

북극대구(Arctic cod, Boreogadus saida)가 얼음 아래를 헤엄치고 있다. 얼링 스벤센(Erling Svensen)/아르츠다타방켄(Artsdatabanken), CC BY.

최근 북극과 관련한 소식은 대부분 암울하다. 북극은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3~4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해빙 감소, 영구동토층 해빙, 해안 침식등으로 나타나는 북극의 기후변화는 이미 북극 주민과 생태계, 그리고 지구 전체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외교 차원에서도 상황은 좋지 않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북극 지역에도 파급효과를 낳아 긴장을 고조시키고 북극 국가 간 협력 체제를 흔들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린란드에 관심을 보인 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 대립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북극 동맹국들 사이의 관계도 불안정해졌다. 1996년 북극 국가 간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설립한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활동 규모를 많이 축소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사례도 있다. 5년 전미국, 러시아, 중국은 6개국과 유럽연합(EU)과 함께 새로운 조약인 중앙북극해 어업협정(Central Arctic Ocean Fisheries Agreement)을 발효했다. 이 협정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해당 지역에서 상업적 어업 활동을 금지하기 위해 마련했다.

해빙이 물러난 해역의 어업 가능 수심을 강조해 표시한 중앙북극해(Central Arctic Ocean) 지도. ©퓨 자선신탁(Pew Charitable Trusts)./ (범례) 200해리 해양 경계, 공해, 중앙북극해(CAO) 내 어업 가능 수심(2,000m 미만), 20129월 평균 해빙 범위

이 협정의 어업 금지 조치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으며, 러시아를 포함한 협정 당사국들은 지역 내 다른 긴장 요인에도 불구하고 협정에 따라 북극해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 계속 협력하고 있다.

나는 미국 국무부에서 근무하던 시절 이 협정을 도출한 협상을 주재했다. 이례적인 이 협정이 어떻게 성사됐는지, 왜 지금까지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향후 북극 외교의 모델이 될 수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방 원칙의 필요성

이 협정의 핵심이자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현대 국제법의 원칙인 예방 원칙또는 예방적 접근에 있다. 실제로 나는 국제법 분야에서 이 원칙을 가장 잘 구현한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국제 어업 관리의 맥락에서 이 원칙은 정보가 불확실하거나 신뢰하기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을 때 정부가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과거 실패한 어업 협정을 포함한 많은 조약과 달리, 참여국들은 상업적 어업이 문제가 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중앙북극해에서는 지금까지 상업적 어업이 이루어진 적이 없다. 최근까지 이 지역은 기록이 존재하는 이래 전면적으로 얼음에 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북극의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고 해빙이 감소하면서 중앙북극해의 상당 부분, 즉 공해(公海)에 해당하는 해역은 매년 일정 기간 개방 수역으로 바뀌고 있다.

해양 보호를 위한 역사적 합의: 중앙북극해 어업협정의 의의
데이비드 볼턴(David Balton) 등은 중앙북극해 어업협정이 왜 독특하고 성공적인 협정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북극해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업적 어업이 이 지역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이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 조약은 예방적 접근 원칙을 적용해 각국 정부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어업을 관리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정보를 확보할 때까지 상업적 어업의 시작을 미룬다. 또한 이 조약은 중앙북극해를 연구하고 관측하기 위한 연구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미국 중심의 국제 협력

이 협정의 기원은 오늘날에는 상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미국 내 초당적 노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미국 의회는 중앙북극해 어업 조약 체결을 촉구하는 공동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에 서명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기 미국은 두 차례의 국제 협상을 주도했다. 첫 번째 협상에서는 중앙북극해 연안국인 미국, 캐나다, 덴마크 왕국, 노르웨이, 러시아의 입장을 조율했다. 이후 협상 범위를 확대해 아이슬란드와 함께 대규모 원양어선을 운영하는 중국, 일본, 한국, 유럽연합이 참여했다.

<북극 해빙 면적의 감소> 매년 해빙 면적이 전년도보다 반드시 더 적은 것은 아니지만, 10년 단위 평균을 보면 북극 해빙 면적은 감소 추세를 보인다. 각 선은 연중 매일 해빙 피복률이 15% 이상인 지역의 평균 총면적을 나타낸다. (가로축은 연중 날짜별 해빙 면적을 나타낸다.)

이 조약은 원주민 지식을 반영하고 북극 원주민들이 이행 과정에 참여하도록 의무화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정의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나는 과학자, 산업계 지도자, 환경단체를 포함한 원주민 및 비정부 전문가·단체들이 참여하지 않았다면 협상이 성공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결과 탄생한 조약은 2021년 발효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 시절, 이 협정에 서명하고 비준했다.

각국은 협력을 통해 얻을 것이 있다. 미국의 경우 이 협정은 알래스카 연안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해 온 어업 관리 모델을 공해로 확대하고, 해당 지역에서 외국 선박의 활동을 제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중국, 일본, 한국처럼 북극해와 접하지 않은 국가들은 이 조약을 통해 북극 지역의 주요 행위자로 국제적 인정을 받는다. 동시에 이 조약은 중앙북극해에서 미래의 상업적 어업을 금지하지 않는다. 대신 해당 지역에서 이루어질 어업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시간을 확보한다.

러시아와 협력하는 드문 장

이 조약의 10개 당사국은 2022년 이후 매년 회의를 열어 협정을 이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구에서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해역 가운데 하나인 중앙북극해에 관한 과학 연구를 진전시키고 있으며, 물고기가 중앙북극해로 이동하는 양상을 연구하기 위한 매우 제한적인 탐사 어업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이 회의들이 지금도 계속 열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례적이다. 북극이사회와 달리 이 조약 당사국 회의에는 매번 러시아 전문가들이 참여해 왔다. 여기에는 2026616~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회의도 포함된다.

세계가 지정학적 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도 조약 이행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중앙북극해와 관련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서로의 차이를 제쳐두고 협력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

공동의 이익을 위해 차이를 제쳐두려는 이러한 의지는 많은 이점을 가져올 수 있다.

냉전 시기에도 미국과 소련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했다. 여기에는 남극조약(Antarctic Treaty)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공동 노력도 포함된다. 이 조약은 남극을 비무장 지대로 유지하고 지구의 또 다른 극지에서 과학 발전을 촉진하는 데 기여했다.

냉전이 끝난 뒤 북극 역시 동서 진영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지역으로 발전했다. 각국은 북극 환경을 보호하고 경제 발전을 촉진하며 수색·구조 역량을 강화하고 과학적 이해를 높이기 위해 협력했다.

현재 러시아와의 협력이 붕괴한 상황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도록 러시아에 압박을 유지하려는 의도를 고려하면 한편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북극해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얼음이 녹으면서 상업적 해운 활동이 증가하고 있으며, 해저 광물 채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들 모두는 북극 환경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중앙북극해 어업협정이 국가들이 그 사례를 따른다면 협력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되는 북극 지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영감을 제공할 수 있으며, 어쩌면 하나의 로드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출처] This successful Arctic fishing treaty has kept Russia, China, the US and others working together for 5 years – it could be a model for future diplomacy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데이비드 볼턴(David Balton)은 하버드 케네디스쿨(Harvard Kennedy School) 북극 이니셔티브(Arctic Initiative) 선임연구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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