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영 moon@kdlpnews.org
월드컵 열기가 뜨겁다. 이 열기를 달구는 데는 붉은악마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그들의 응원가와 구호는 이제 전국민의 것이 돼버렸다. 월드컵 16강에 나라의 사활이 걸린 듯 들썩이는 요즘, 붉은악마라는 또 하나의 스타가 탄생한 것이다.
붉은 악마를 붙들기 위해 기업들도 나섰다. 작년 10월부터 월드컵이 끝나는 올 6월말까지 붉은 악마의 공식 후원사로 계약을 체결한 SK 텔레콤은 후원금 3억원을 제공하고 ‘Be the Reds’ 캠페인 광고를 찍어주는 대신, 언론이 약 1천억원으로 그 가치를 추산하는 붉은 악마 이미지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따냈다. 기업 이미지 홍보에도 붉은 악마는 대단한 상품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때문에 붉은 악마가 상업주의에 물든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붉은 악마 내부에서도 뜨거운 논쟁거리다. “축구가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 상업주의에 물든 것 같아 보기가 안 좋다(최경순·22)”는 의견부터 “후원금은 순수 응원자금으로만 사용한다. 기업의 이미지 사용도 그쪽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주니까 나쁜 것 같진 않다(홍진욱·21)”는 의견까지 찬반이 분분하다.
좀더 효과적인 응원을 하기 원하는 붉은 악마에게 재정문제는 큰 고민거리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본의 논리에 휘말릴 때는 문제가 훨씬 복잡해진다. 순수함과 비상업성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는 굳건하다 하더라도 결과는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임을 내세운 KTF가 자신을 ‘대한민국 대표 이동통신’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전략은 SK가 ‘국민브랜드’임을 알리자는 것이었고, 그래서 스폰서를 구하고 있다는 붉은 악마와 계약을 맺었다. 물론 KTF를 염두에 둔 접근이었다. 비즈니스 세계의 경쟁은 전쟁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붉은 악마를 영입한 우리가 성공했다고 본다.”
SK 텔레콤 관계자의 이같은 말처럼, 현재 SK 텔레콤과 KTF 간의 경쟁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계약 조건의 이견 때문에 붉은 악마를 놓친 KTF는 SK 텔레콤의 전략이 유효하자 체대생들을 중심으로 ‘코리아팀 파이팅’이란 자체 응원단을 조직했다. 결과는 경기장에서의 붉은 악마와 코리아팀 파이팅 간의 응원 혼선과 감정 대립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끼리의 경쟁이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갈라놓고 있는 것이다.
태극기를 온 몸에 휘감고 눈물을 흘리며 목청껏 애국가를 부르는 붉은 악마의 모습에서 쇼비니즘적 섬뜩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국 스포츠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린 젊은이들의 자발성을 발견하는 것도 사실이다.
스포츠를 그 자체로 즐기고 환호할 수 있는 건강한 문화를 일구기 위해선 조직의 커진 영향력에 대한 붉은 악마 스스로의 세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 92호] 6.17 ~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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