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축구가 좋다. 축구가 축구 그 자체였으면 좋겠다

강철수(노동자의 힘 회원)

요즘 월드컵 때문에 온 나라가 아니 세계가 난리가 아니다.
한국 경기가 있는 날이면 거리가 온통 빨간물결을 이루며 연신 "대한 민국"을 외치는 것이며, 평소에 축구 중계만 보면 드라마 봐야 한다고 리모컨 쟁탈전을 벌이던 애 엄마도 요즘에 와선 나보다 더 축구중계를 찾을 정도니 알만하다.
우리나라가 48년만의 숙원이라고 하는 16강에 올라 분위기는 한층 더 고조된 듯 하다.
단일 종목으로 이렇게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흥분시키는 것은 아무리 찾아봐도 축구밖에 없다. 올림픽이야 종목과 규모가 다양하고 커서 세계적으로 관심과 집중을 받지만, 200만 이상이 거리로 나와 응원하지는 않는다. 또 야구나 농구등 각 구기 종목별로 세계대회를 열지만 축구처럼 자국이 경기에서 지면 흥분하여 난동을 부리지도 않고 승리했다고 해도 축구처럼 밤새 거리를 돌아다니며 축제분위기를 만들지 못한다. 세계를 흥분시키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있다.
그러나 축구는 다르다. 축구에는 다른 스포츠와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공 하나로 수많은 사람들을 거리로 나오게 하는 힘, 짧은 시간 내에 수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어 버리는 힘이 축구에는 있다. 축구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고 국교가 단절된 일도 있을 정도이니 축구는 분명 마력을 가지고 있는 스포츠임에 틀림없다.
그 마력 때문에 축구는 정치적 수단으로 상업적인 도구로 많이 이용하고 있고 때로는 대중의 왜곡된 분노로 표출되기도 했다.
1960년대 영국은 보수정치에 의해 사회보장 제도가 후퇴하고 전반적으로 노동자들과 민중들의 삶이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대다수 노동자들과 민중들은 이러한 분노의 분출구를 계급적 관점에서 찾지 못하고 축구장에서 축구를 통해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홀리건의 유래이다.
유고가 연방국가 일 때 티토는 축구를 연방국가를 하나로 묶는 기제로 사용했고, 지금 여러 나라로 분리된 후에는 서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축구를 이용 국수주의를 부활시켜 민중의 눈과 귀를 가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만 보더라도 월드컵 열기 때문에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속에서 신음하는 노동자들과 민중들의 투쟁이 깽판치는 것처럼 왜곡되거나 묻혀버렸고, 정치권의 부패와 실정으로 인해 민중들로부터 현 정치권이 외면당하는 결과를 초래한 6.13선거도 한 보수정당의 승리로 은근슬쩍 넘어가고 있다.
월드컵 시작 전부터 김대중정권과 보수정권은 월드컵을 빌미로 각종 법들을 개악해 노동자들과 노점상등 대다수의 민중들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앞에선 축구를 이용해 교묘하게 국수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것 때문에 붉은 악마들과 많은 사람들이 응원을 위해 거리로 나와 붉은 물결을 이룰 때 결코 기쁘지만은 않았다.

나는 다른 운동경기 보다 축구를 무척 좋아한다. 보는 것뿐 아니라 직접 운동장에서 뛰는 것을 더 좋아한다.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뛰고 있으면 모든 사람들이 순수해 진다고 생각한다. 실수에 안타까워하고 골을 넣고 아기처럼 깡충깡충 뛰는 모습과 그 기쁨을 동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축구, 그 순수함 때문에 축구의 마력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축구가 정치적으로나 상업적 도구로 이용당하지 않는 축구 그 자체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축구가 우리의 현실인식을 왜곡하지 않고 우리를 순수하게 만드는 축구로 즐겼으면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나의 바램이 허무맹랑한 것이지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