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명신]의 학부모의힘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로, 두 아이를 키우며 교육운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나도 아이와 통하고 싶다'가 있으며, 학부모의 입장에서 교육 문제 전반에 날카롭고 따끔한 진단과 처방을 내놓는다. 교육의 주체로 빠질 수 없는, 학부모의힘을 보여준다.
컴퓨터오락 중독에서 내 아이를 지키는 법
[김정명신의 학부모의힘] 컴퓨터 사용 가족 합의문 만들어 지키기
김정명신 
오래 전, 어느 신문 인터뷰 기사에, 잘 나가는(?) 컴퓨터 게임업계의 CEO가 정작 자신의 집에는 컴퓨터가 없어서 자신의 어린 자식들이 아이들이 컴퓨터에 접하지 않는다고 말한 기사가 생각났다.

아차!!!! 자신이 개발한 컴퓨터오락이 위험하고 부작용이 많다는 것을 자신도 잘 알고 있으며, 자기 자식들을 그 피해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삼십 분, ”
“일주일에 두 시간...”

어제 만난 개포동 초등학생들은 핏기 없는 얼굴로, 모든 것이 다 귀찮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이가 컴퓨터를 일주일에 삼십분, 두 시간 정도로 적게 접촉하게 하려면 부모자식간 갈등이 보통이 아닐텐데 다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일까?

지난 1월 7일, 컴퓨터오락을 오래 한다고 아이를 꾸짖던 어머니가 오락에 중독된 아이를 비관하여 자살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지난해에는 인터넷오락 때문에 아버지에게 꾸중 들었던 청소년이 자살을 했다. 오락실에서 수십 시간 오락을 하던 성인이 돌연사 했다는 소식도 심심치 않다.

집집마다 인터넷 때문에, 컴퓨터 오락 때문에 난리다. 그러나 주변 엄마들을 만나보면 이메일 주소도 제대로 없는 엄마들이 태반이다. 이메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엄마들도 많다. 이메일 주소가 있는 엄마는 30% 이내, 그것도 본인 것이 아니라 자녀 이메일 주소인 것이 절반 정도, 본인 이메일 주소라고 해도 우편함이 넘쳐서 제대로 배달이 안 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렇듯 자신은 온라인게임이나 인터넷 등에 별로 관심이 없거나 전혀 모르면서 아이들이 포르노사이트에 접속할까봐 오락에 중독되어 공부에 방해될까봐 불안해서 난리다. 그런데 시내버스 옆 차체에 붙어있는 인터넷 오락광고는 건전한 여가 선용과 스트레스 해소라는 주장과는 달리 영향력이 강력하기 그지없다. 인터넷 게임업체들은 유저에게 ‘중독성’이 강한 오락을 만들지 못해 안달이고, 수천수백 명이 지켜보고 참가하는 인터넷게임대회에 교육부 장관이 나가서 축사를 할 정도니 뭐가 뭔지 혼미할 따름이다. 이를 제어하기 위한 사회적 제어장치는 허술하기 그지없다.

두 아이들이 10대이던 어느 날, 나는 아이들과의 싸움에 지쳐 결국 컴퓨터를 거실로 끌어냈다. 처음에는 컴퓨터를 빈방에 두었는데 밤에 자다가 새벽 2-3시경 우연히 깨어보면 아이가 컴퓨터방에 가서 오락을 하고있을 때가 종종 있었다. 나는 자다 깨서 깜짝 놀라 '갑자기 배신감을 느끼랴', '다음날 학교에 가서 수업시간에 졸지 않을 지 걱정하며 아이 야단치랴' 아무튼 '아닌 밤에 난리'가 아니었다. 컴퓨터를 거실로 들어내면 거실 분위기도 영 어색하다. 그래도 아이들이 맹목적으로 컴퓨터오락에 빠져드는 것을 막으려면 우선은 컴퓨터와 아이를 공간적으로 분리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 번은 큰맘 먹고 큰애에게 컴퓨터를 실컷 하라고 했다가 이박삼일 동안 아이가 그치지 않자 그렇게 제안한 나 자신을 저주하며 컴퓨터를 욕조에 처넣고 싶었던 적도 있다. 이박삼일동안 아이가 오락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결과 새롭게 개발되는 게임들 때문에 아이가 게임에 질리거나 싫증을 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 오락은 중독이라는 것을 치를 떨며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이렇게 컴퓨터를 둘러싸고, 두 아이들과 온갖 갈등과 타협을 해왔던 지난 10여 년이었다. 그런 소동을 벌이며 아이는 역삼중학교 스타크래프트 짱이 되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져 유해한 중독성 있는 오락을 개발하여 돈을 버는 게임업체 CEO들을 경멸할 만큼 성장했다. 그때 주변의 일부 엄마들은 외출할 때마다 컴퓨터 코드를 아예 빼서 차에 싣고 다니기도 했다. 그래도 이렇게 부모자식간 실갱이를 벌이는 집은 아이 교육에 관심이 있어서 좀 나은 편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방치되어 있다시피 하다.

아는 댁(전상룡, 두아들을 둔 4인가족)에 컴퓨터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주장을 편 후 다음과 같은 합의문에 합의하고 서명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 도움이 될까하여 소개한다. 한편 컴퓨터를 거실에 내놓을 기회가 있다면 부피가 큰 모니터를 지양하고 자리 차지를 적게 하는 노트북컴퓨터로 과감히 교체하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합의문
1. 타임제도 실시(타임을 요청하면 30분 후 교대), 단 타임은 시작한지 30분 후에 요청 가능.
2. 컴퓨터 공동 종료 시간은 AM 01:00.
3. 컴퓨터 시작 시간은 AM 04:00.
4. 컴퓨터 우선 순위는 <엄마-일-검색-오락> 순서로 하고 우선 순위제는 타임제도보다 앞선다.
5. 합의 내용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합의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6. 음란 싸이트 접속 금지 - 위반시 3일간 사용 정지
7. 일이 있을 시에는 언제라도 사용하며, 종료시간을 1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다.
8. 합의 내용을 어길 경우 2일간 사용 정지.
* 정지 중 사용하면 정지기간이 가중됨.

2002년 12월 16일
OOO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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