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명신]의 학부모의힘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로, 두 아이를 키우며 교육운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나도 아이와 통하고 싶다'가 있으며, 학부모의 입장에서 교육 문제 전반에 날카롭고 따끔한 진단과 처방을 내놓는다. 교육의 주체로 빠질 수 없는, 학부모의힘을 보여준다.
자사고 확대, 우리 교육의 패자부활전인가?
[김정명신의 학부모의힘] 자사고, 특목고가 교육불평등 해소라며 억지
김정명신 
“우리 교육의 패자부활전은 무엇인가?”

‘교육의 패자부활전!’

패자부활전이란 운동경기에서 승리 후보는 이미 정해졌으나 근소한 차이로 아깝게 떨어진 팀끼리 승부를 겨뤄 승리후보와 다시 승패를 겨루는 것을 말한다. 대학입시에서 고3학생이 재수를 거쳐 다시 대입을 치루는 것도 해당되지만 우리교육의 패자부활전을 바라는 사람들의 의도는 대강 다음과 같이 읽혀진다.

1.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대학입시에 많은 영향을 준다.
2. 그 결과 서울강남지역 학생들의 일류대 진학률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3. 강남에 살지 못하거나 부모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 않으면 대학입시에서 일단 불리하므로 자립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특목고 확대 등 고교교육제도를 보완해서라도 패자부활전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법(?)은 널리 퍼져 지난 1월 17일,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2008년까지 은평ㆍ길음 뉴타운 등에 자사고 3곳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신년사에서 같은 내용을 밝혔고, 김진표 교육부총리도 종교계 사학재단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자사고 확대방침을 흘렸다.

고교평준화 유지와 보완을 대선공약으로 삼은 참여정부는 입시문제와 공교육문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1군 1명문고를 세우거나 교육특구에 특목고와 자사고를 유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선거구민의 표를 의식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 역시 두 가지 학교 제도를 선거의 중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정! 또 반대할거야?”

오랜만에 친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 요지는 두 가지인데 정부가 내세우는 자사고나 공영형자율학교 설립에 교육운동진영이 무조건 반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고민해볼 것과 강북에도 자사고를 세워 공교육감이 말한 것처럼 교육여건 격차를 해소시켜 강북학생들의 대학입시률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자사고와 특목고, 공영형 혁신학교를 설립하는 것으로 교육여건 개선이 될까?

같은 자사고라도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대학 진학률과 수준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같은 강남이라도 중대형평수밀집지역과 소형평수밀집지역은 진학률에 있어서 차이가 난다는 것은 강남지역교사들에게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들 세 학교 제도는 교육의 패자부활전 기능을 할 수 있을까? 만약 이러한 일이 현실화된다면 과거 명문고보다 학교 수가 많아져 고교평준화는 유지 보완수준을 넘어 아예 깨지게 될 것이다.

얼마 전 한 TV방송에서는 서울 강남ㆍ북에서 3개 고등학교를 선정해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능력 평가시험을 치룬 결과. 두 학교에서는 절반이 넘는 학생이 고등학교 1학년 기본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한 학교에서는 중학교 1-2학년 수준인 학생들도 37%나 되었다고 한다. 평준화된 학급에서 학생 간 학력 차이가 심한데 이를 개선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

고교 평준화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효과적인 수준별 수업이 필요하고 수준별 수업을 제대로 하려면 교육 여건개선이 뒤따라야한다. 정부는 2006년부터 수준별 수업을 영어와 수학 과목 중심으로 시행하려고하지만 교원단체에서는 여건 미비 등을 이유로 반대가 심해 정착 여부가 불투명하다. 평준화제도에서는 유급제나 과목 낙제제도도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대략 5% 안팎의 상위권 학생을 핑계삼아 한나라당 등 보수층이 요구해온 일류고 부활에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나온 결론이 자사고와 특목고, 공영형 자율학교 확대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특목고, 자사고, 공영형 자율학교 제도는 얼핏 보면 강남학생을 따라잡을 묘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고 도리어 우리교육을 파행으로 몰 공산이 크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강남효과'는 수험생 부모의 학력,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사교육 효과와 강남 학교효과 중 어느 것이 영향을 주는지 분명하지 않다. 강남지역공립고등학교들은 오후 4시면 학생들을 하교시킨다. 그러나 특목고는 우수한 학생들을 입학시켜 0교시와 야간자율학습까지 해서 대학입시에 좋은 결과를 내기 때문에 자사고 등 1군 1명문고도 24시간 입시체제로 갈 위험이 크다.

둘째, 전국의 초등학생을 입시지옥으로 몰아넣을 공산이 크다. 자사고나 공영형 자율학교(인문계고교 사례 - 경기도 이우학교)는 전국단위에서 학생을 모집하므로 그 지역 교육발전과는 무관한 형편이다. 최근 일류고등학교로 도약하는 민사고는 강원도 횡성에 있으나 실제 그 부근지역학생은 드물고, 강남학생들이 대다수 합격하고 있으며 명문고교로 도약한 대원외고도 한반의 70% 이상이 강남학생인 현실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강북 은평․ 길음 뉴타운에 특목고나 자사고를 설립한다고 하지만 실제 은평․강북구 학생들 얼마나 혜택을 받고 일류대에 진학할 수 있을까? 지역학생들을 뽑으면 우선 혜택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은평․길음 고등학교들은 대학진학률에 따라 일류고교, 이류고교로 등급이 나누어져 초등학생부터 입시전쟁에 매달리게 된다.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 과열경쟁을 이유로 중학교무시험추첨제와 고교평준화를 단행했다. 그런데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셋째, 명문고입시에 실패한 학생들은 여전히 조기유학에 나서게 될 것이다. 지금는 대학입시의 무모한 과열경쟁과 시교육비부담 때문에 조기유학을 택한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고교입시까지 부활되면 무모한 고교 입시경쟁을 피해 조기유학 행렬에 합류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사회적 양극화에 따라 교육의 양극화 현상이 가속되고 있으며 학벌의 대물림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대책을 마련하고자 교육부는 2006 핵심 사업으로 교육복지사업을 정했다. 그러나 대학입시의 구조적 문제까지 교육복지로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004년 고등학교가 위치한 강남북, 수도권, 지방 등 지역에 따라 수험생의 학력과 상관없이 고교등급제를 실시한 야만적 대학들이 일류대라고 행세하는 한국사회에서 대학입시 문제는 교육의 양극화의 핵심고리이다.

최근 프랑스 정치인들의 정통 엘리트 코스로 알려진 국립행정학교(ENA)가 사회적 불평등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한다. 어려운 입학시험으로 인해 소수계 학생들이 이 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이며 교사 추천 등을 제외하고 시험성적만을 고집하면서 최근 들어서는 졸업생 자녀가 또다시 이 학교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세습화되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어 사회적으로 비판당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 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다만 이런 교육불평등을 사회적으로 공론화시켜 합리적으로 균형잡아 해결하고 가느냐, 우리 나라처럼 고교등급제 의혹도 완전히 해소시키지 못한 채 자사고, 특목고 확대 등 교육 불평등의 해결책이 아닌 것을 해결책이라고 우기며 억지를 펴고 강행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해미] 다시, ‘노동강도 저하’를 위하여 (0) 2006.02.13
[김정명신] 다시 대기업의 횡포에 자리 내주나 (4) 2006.02.10
[장귀연] 돈이면 모든 게 해결된다?! (0) 2006.02.10
[너부리] 제도화와 문화 사이 (0) 2006.02.06
[완군] 백남준, 예술 그리고 계급 (2) 2006.02.03
[김규종] 일청담 분수대 옆에서 (0) 2006.01.20
[정병기] 유령당원은 기성정당의 뿌리와 관련된 것 (0) 2006.01.20
[김정명신] 자사고 확대, 우리 교육의 패자부활전인가? (0) 2006.01.18
[최인기] 광화문 풍경 (0) 2006.01.16
[김정명신] 컴퓨터오락 중독에서 내 아이를 지키는 법 (0) 2006.01.11
[김정명신] 학부모의 불만과 공적인 분노 사이 (4) 2006.01.04
[정욜 (동성애자인권연대)] 반격하라! 에이즈 (0) 2006.01.02
[너부리] '돌속에 갇힌 말'을 풀어내는 사회변혁의 연금술사들 (0) 2005.12.30
[김규종] 슬프고도 기쁜 새날을 위하여 (0) 2005.12.24
[너부리] 노동자, 농민에게는 대한민국 시민'권'이 없다 (0) 2005.12.21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