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 짜고 양허안 교환”.. 웬디 커틀러의 숨겨진 협상 정치

[2차협상쟁점](3)섬유 농업 맞바꾸려는 한국, 섬유 농업 다 잡으려는 미국

한미FTA 2차 협상에서 양국은 상품 양허안을 교환하며 상품품목별 관세를 인하하거나, 철폐하는 시기와 폭을 제시하게 된다. 서비스/투자 유보안 및 정부 조달 분야별로 양허안도 교환할 예정이다. 이번 2차 협상은 각 품목별 양허안과 유보안의 내용을 어떻게 구성하고, 합의할 것인가가 핵심인 셈이다.

10일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는 내외신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2차 협상에서 가능한 많은 이슈에 대해 전반적인 협의를 끌어내는 것”이라며 협상 목적을 밝혔다. 특히 “관세안(양허안)을 서로 교환하는 것이 특별한 목표로 9월 3차 협상이 있기 전에 양허안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2차 협상에서 양측 협상단의 양허안과 유보안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는 “양허안 교환을 했었으면 하고 바랬지만 양허안의 틀을 짜는게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먼저 그렇게 하기로 했다. 틀을 짜고 양허안을 교환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틀 구성의 원칙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 양허안과 유보안에 대한 교환 시기도 조절할 수 있다는 암시이다.

이에 일반 언론들은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의 발언을 놓고, ‘협상이 연기되는 것’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협상의 연기’의 의미 보다는 본격적인 협상의 시작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상품 양허는 11,462 품목에 달하는 상품 품목별 관세협상을 통해 단계한 시장개방을 의미한다. 상품 양허안 작성을 위해서는 양허단계(category) 및 이행기간 등 양허안 기본 요소에 합의하고 최초 양허안(initial offer) 교환 추진 하게 된다.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가 말한 ‘틀’은 최초 양허안 교환에 앞서 사전 기본 요소를 합의하고 시작할 것 이라는 주장이다. 교환에 무게가 실린 것이 아니라 '요소 합의'에 무게가 실려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은 한국의 ‘쌀’과 미국의 ‘섬유’ 라는 양측의 민감 품목을 의식한 한국 협상단의 협상 전술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국 측은 쌀 시장도 개방에서 예외 일 수 없다며 농산물 협상에 대한 공격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물론 한국 정부도 쉽게 뒤로 물러서기 어려운 국내 지형이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섬유’가 한국의 쌀 처럼 민감품목에 해당된다. 또한 섬유 영역은 한국이 미국에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니 협상의 쟁점이 협성되는 분야이기도 하고, 판단에 따라서는 상호 조율 및 교환이 가능한 분야이기도 하다.

이런 판세 속에 한국 협상단이 제시한 2차 협상전략은 시장개방에 민감한 농산물과 비교우위에 있는 섬유와 상품 등 3개 분야의 양허안을 일괄 교환하는 ‘팩퀴지 딜’ 방식이었다.

그러니 미국 협상단은 ‘상품 부문 양허안 중 농산물 분야부터 우선 교환하자’는 ‘분리’ 시키자는 주장을 하게 되는 것이다. 팩퀴지 협상을 하게 될 경우 하나의 합의 하에 단계의 이행 기간이 모두 일괄 적용되기 때문이다. 미국 협상단의 입장에서는 일괄 협상을 하기 보다는 따로 구분해 협상을 진행하며 각각에 대해 다른 양허 단계와 이행 계획을 따로 두는 것이 더욱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국 협상단의 입장에서는 농산물 협상에서 키를 잡고, 이를 압박해 섬유에서 이행기간도 길게 두고, 단계도 많이 나누는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니 최초 양허안 교환에 무게를 싣기 보다는 협상의 키를 잡기 위해 '틀'을 구성하는 것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7월 2차 협상 이후 9월 협상까지 2개월의 시간적 여유도 있다. 이번 협상에서 최초 양허안을 교환해 본 협상에 돌입하지 않아도 검토의 시간은 있는 셈이다.

결국 웬디 커틀런 수석대표의 발언은 '협상의 지연술'이 아닌 협상을 제대로 해 기선을 잡기 위한 주장이고, 한국 협상단의 '농업과 섬유를 교환하기 위한' 전술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