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금융서비스 조건부 합의?. 그러나 조건은 없다

[2차협상쟁점](5) - 박강우, "자본시장통합법 하나로 그 ‘조건’은 사라진다"

한미FTA 2차 협상 이틀째. 김종훈 수석대표는 ‘신금융 서비스’에 조건부 합의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신금융서비스, 미국에서만 운용하는 파생금융 상품을 국내 시장에 '제한적인 수준에서 개방하자'는 원칙에 양국이 합의했다는 설명이다.

합의를 끌어낸 조건은 3가지. 첫째는 신상품 출시 전 금융당국의 허가 둘째는 법률 재/개정을 수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 마지막으로 금융기관의 법인이나 지점이 국내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주재해야 한다는 전제이다.

김종훈 수석대표의 설명대로라면 이 3가지 조건을 전제로 신금융서비스 시장은 개방된다.

<참세상>과의 인터뷰에서 전대석 금융부문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미국 금융의 역사와 시장의 경험이 한국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풍부하고 많다. 일반 파생금융 상품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고 전제하며 “대책 없는 신금융서비스 개방은 외국자본에 의한 시장 잠식 강화, 소비자 보호의 문제, 금융 감독의 문제를 야기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금감원이 미국의 첨단 금융상품을 제대로 평가하고 국내 소비자를 보호할 능력이 있는가“를 반문하며 금융당국의 준비가 빈약함을 역으로 지적했다.

단순히 금융 상품 운용의 경험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한미FTA 1차 협상 이후, 지난 6월 30일 재정경제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통합법)을 입법 예고했다. 이 법률제정안이 올 국회에 통과할 경우 2008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리고 재경부가 입법 예고한 자본시장통합법은 ‘신금융서비스’ 시장 개방의 3가지 전제 조건과 너무나 잘 맞물린다.

자본시장통합법 하나면 이 모든 조건은 사라지게 된다

우선 ‘금융기관의 법인이나 지점이 국내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주재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박강우 사무금융연맹 정책기획실장은 “이미 상당수 미국계 금융기관, 투자 금융회사들이 진출해 있다"며 "사실상 개방이 완료 된 상태”임을 지적한다.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지난 6월 국내에서 은행 지점 설립 인가를 받은 데 이어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도 국내 은행업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이미 금유시장 개방은 상당부문 진척되어 있기 때문에 이 조건은 별다른 ‘제한적 조건’이 되지 못하는 셈이다.

또한 전대석 집행위원장은 "상업적 목적의 주재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 규모와 형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빠진 상태"임을 지적하며 "추가적인 내용들이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조건인 '법률 재/개정을 수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 될 것'이란 조건은 자본시장통합법이 ‘한미FTA의 선결조건이었다’라는 주장과 맞물리는 부분이다.

박강우 실장은 “법률 재/개정이 필요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될 것을 조건이라 했지만, BIT2004모델, 무역장벽 보고서 등에서 미국내 요구들이 반영되어 있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이미 입법예고 된 상황"임을 들며 "한국 정부는 한미FTA 협상 이전에 국내법 개정 작업에 돌입한 상태”라고 강조한다.

법률 재개정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조건은 한국 정부가 자본시장통합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미국도 자본시장통합법이 입법예고 된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합의해 줘도 부담이 없는 상황이란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양국 협상단이 한국정부의 노력과 금융시장 개방에 대한 의견이 접근이 된 것이지 한국 협상단이 협상을 잘해서 낸 결과도, 미국이 대폭 양보해서 얻은 결과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강우 실장은 “그래서 자본시장통합법이 한미FTA의 선결조건이라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본시장통합법은 현행의 은행, 종금사, 증권사, 선물회사, 자산운용사, 신탁회사, 보험사 등이 제공하고 있는 금융서비스를 은행, 금융투자회사, 보험사 등 크게 3개로 통합 재편 하는 것을 골격으로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내용이다. 자본시장 내 모든 장벽이 제거되고, 대폭적인 규율 완화와 겸업화, 대형화의 길이 열린 셈이다.

박강우 실장은 “자본시장통합법에는 금융투자 상품 대상을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 내용으로 인해 “신상품의 금융당국 사전 허가의 전제 조건 또한 조건이 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자본시장통합법은 그간 법에 열거된 항목만 인정하는 '포지티브 방식'에 묶여 있던 금융상품들을 금지 항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을 인정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변경한다. 이미 자본시장 통합법에서 금융투자상품 및 향후 출현할 모든 금융투자 상품을 ‘금지 항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신상품 출시 전 금융당국이 나서서 건건이 승인을 받는다는 조건 자체가 사문화 된 전제’라는 지적이다.

3가지 전제 조건 하에서 신금융서비스를 도입 하겠다 했지만, 그간의 금융시장 개방 정책과 자본시장통합법으로 인해 이 3가지 조건은 무용지물이라 강변한다. 박강우 실장은 “정부가 말하는 세 가지 신금융서비스 개방 조건은, 내용을 뜯어보면 조건 없는 개방과 같은 말”이라며 “말장난 외 내용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