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경투쟁중인 포항건설노조 조합원 전원 연행

16일 결의대회 마친 후 청와대로 평화행진 시도 중 강제해산

  16일 오후 2시부터 '하중근 사태 책임자처벌 및 포항파업 해결 촉구 결의대회'가 서울역에서 열렸다./이정원 기자

  포항지역건설노조 상경투쟁단은 경찰 폭력 장면과 하중근 열사의 부검 사진이 담긴 포스터를 들었다./이정원 기자

  하중근 열사의 영정을 앞세운 포항지역건설노조 조합원들/이정원 기자

  이정원 기자

15일부터 2박 3일간 4차 상경투쟁을 진행중이던 포항지역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전원 연행됐다.

16일 오후 2시부터 서울역에서 열린 '하중근 사망 책임자 처벌 및 포항파업 해결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한 포항지역건설노조 조합원 천 여 명은 이들을 지지하는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과 노동사회단체 활동가 5백여 명과 함께 집회를 갖고 광화문까지 행진을 시도했다.

앞선 결의대회에서 연대사에 나선 정혜인 KTX승무지부 부산지부장은 "동지들이 투쟁에서 승리해 현장에서 웃게 되길 바랬는데 더 안타까운 소식으로 서울로 찾아오게 돼 속상하다"면서 "소박한 요구가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까지 했다. 우리 모두 승리해 현장에서 만나자"고 말하기도 했다.

  오후 3시경 결의대회를 마치고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한 참가자들/이정원 기자

  조합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청와대 방향으로 향했다./이정원 기자

  상복을 입은 조합원들이 을지로 롯데백화점 앞을 지나고 있다./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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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여의 결의대회를 마치고 행진을 시작한 참가자들의 맨 앞에는 하중근 열사의 영정을 든 조합원들과 상복 차림의 조합원들이 위치하고, 그 뒤로는 "건설노동자도 인간답게 살고싶다", "하중근을 살려내라", "경찰청장 구속하라"는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들이 뒤를 이었다.

행진을 시작한 참가자들은 오후 4시경 "청와대로 가자"며 을지로입구역 롯데백화점 측면 도로로 접어들었으나 경찰 병력이 더 이상의 행진을 허가하지 않고 막아서자 그 자리에서 연좌 시위를 시작했다. 행진로가 막힌 참가자들이 투쟁가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며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으나 경찰측은 선무방송을 통해 해산을 종용했다.

한 시간이 지난 오후 5시 15분경,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이 방송을 통해 '1차 강제해산 명령'을 발표했다. "집시법과 도로교통법을 위반했고, 집회신고서에 명시된 대표자와 질서유지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최은민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가 남대문경찰서장 등 경찰측을 만나 "평화 행진 후 자진 해산하겠다"며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으나 경찰측은 "서울 도심에서 정체를 야기하며 이만큼 시위했으면 됐다"면서 "포항에서 또 시위가 있지 않느냐, 즉시 해산하지 않으면 강제 해산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오후 6시경 경찰이 강제해산을 발표하자 팔짱을 끼고 드러누웠다./이정원 기자

  조합원들을 한 명씩 떼어내고 있는 전경들/이정원 기자

  모든 조합원들이 큰 저항 없이 경찰에 연행됐다./이정원 기자

  방송 차량 위에서 구호를 외치던 한 간부가 경찰에 의해 끌어내려졌다./이정원 기자

이윽고 오후 6시경부터 호송을 위한 경찰 버스 수십 대가 대오 왼편으로 배치되며 강제 연행이 시작됐다. 노동자들은 서로 팔짱을 끼고 호루라기를 불거나 구호를 외치며 그 자리에 누웠고, 경찰은 이들을 한 명씩 강제로 떼어내 호송 버스에 태웠다.

포항지역건설노조 조합원들이 별다른 저항 없이 순순히 연행됨에 따라 무려 700여 명의 노동자를 연행하는데에 30분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현재까지 포항지역건설노조 상황실에서 파악된 연행자 수는 포항지역건설노조 조합원 수만 715명, 민주노총 지도부와 연대 대오 20여 명 등이며 서울 시내 18개 경찰서에 분산 수용되고 있다. 나머지 상경투쟁단은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에 모여 경찰서 항의방문 및 연행자 면회투쟁 등을 준비하고 있다.

  "하중근을 살려내라" "억울해서 못살겠다" 울부짖는 노동자/이정원 기자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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