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 - 촛불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

KBS스페셜, '충격적' 미국 축산업 실태 파헤쳐

29일 8시 KBS스페셜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방영

영화 ‘매트릭스’를 패러디한 애니매이션 ‘미트릭스’의 제작자는 “현대의 공장식 농장(Factory Farm)은 동물을 상품으로 변모시켰다. 그들은 더 이상 생명체가 아니라,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를 생산하는 상품에 불과하다”라고 말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가 한미FTA 4대 선결조건의 하나로 포함되면서 다시금 한국에서 화제를 모았던 ‘미트릭스’는 초국적 자본에 장악된 축산업의 폐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트릭스’가 일종의 구조라면 이러한 구조에서 파생된 ‘광우병’이 한미FTA로 미국에서 한국의 식탁에까지 도달하는 생생한 과정을 담은 KBS 스페셜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은 미국 축산업의 실태를 고발하며, 한미FTA가 민중의 생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밝힌다. 이강택 KBS스페셜 PD는 “지난달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가 결정되면서 광우병의 위험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의 생산, 검사, 도축, 가공 등 전 과정의 생생한 현장 취재를 통해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 여부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나아가 위험을 줄일 대안을 제안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기계톱으로 절단하는 모습 [출처: KBS]

KBS 1TV에서 방송되는 KBS스페셜은 지난 6월 ‘NAFTA 12년, 멕시코 명과 암’에 이어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을 오는 29일 8시에 방영할 예정이다.

“광우병은 자본이 불러온 재앙”

지난 8월 4일, 미국 상원의원 31명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재개하지 않을 경우 한미 FTA 자체가 무산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스크린쿼터 폐지,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완화, 의약품 가격 재조정 금지와 함께 한미FTA 4대 선결조건의 하나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해제’가 포함되었다. 의문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왜 ‘쇠고기’ 분야가 한미FTA 4대 선결조건에 포함되었을까?

이강택 KBS스페셜 PD는 참세상과의 인터뷰에서 “광우병은 자본이 불러온 재앙”이라며 “축산자본의 이윤축적 위기 상황에서 미국은 친미정권이 집권한 약소국에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산자본에 이해를 위해 한미FTA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출처: KBS]

실제로 타이슨 푸드, 카길과 같은 초국적 농축산 독점기업들이 한미FTA 4대 선결조건에 ‘쇠고기’를 포함시키도록 압력을 넣은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미국 식약청이 지난 2004년 7월 입법예고한 사료정책이 미국 축산기업의 반발로 시행되지 못하는 상황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었다.(참세상 기사 ‘한미 FTA와 미국 쇠고기 수입은 관련 없다고?’ 참조).

KBS스페셜은 축산자본과 미국의회의 긴밀한 관계에 주목했다. 이강택 PD는 “초국적 축산업 자본이 정치자금을 대고 의회, 정부의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초국적자본과 미국정권에 의한 세계재편의 과정 중 하나로서 이번 방송은 한미FTA 종합적으로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작은 단초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출처: KBS]

‘얼굴 없는 공포’, “대자본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생활방식”

지난 'NA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 방송 이후 파장은 컸다. 뒷담화지만, 이후 KBS 내외부로 상당한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은 한미FTA 협상 기간 동안 국정홍보처의 대언론 대응 상황만 봐도 가능하다. 방송을 앞두고 압력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강택 PD는 그저 웃었지만, 정부 모처에서 한번 보자는 전화는 받았다고 귀뜸했다. 이번 방송이 '광우병'과 관계가 있으니, 나머지는 독자들 상상에 맡긴다.

이강택 PD는 “한미FTA는 사실 단순 수치화되는 이해득실이 아니라 개개인의 일상, 생활방식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국익 등 경제적 이해득실의 차원에서 한미FTA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경계했다. 국익 및 경제적 이해득실에서 한미FTA 추진은 대세라는 정부의 입장을 반박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강택 PD는 또한 미국 취재 동안 식생활까지 대중의 생활 깊숙이 자본화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한다. 이강택 PD는 “일명 미국의 시골에까지 맥도널드, 타코벨 등 표준화된 식단의 식당들이 꽉꽉 들어차 있는 것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며 “대중의 삶 깊숙이 자본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라고 취재기를 덧붙였다. ‘얼굴 없는 공포’, “대자본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생활방식”이 어떻게 민중의 삶을 잠식하고 있는지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한편 29일 방송될 KBS스페셜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은 △미국 쇠고기 수입 2달, 공포에 휩싸인 일본의 분위기와 철저한 대응을 소개하는 한편 △초보적 단계의 사료금지 기준, 구명난 도축시스템,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특정 위험물질 등 광우병 대량 발생의 요소를 갖춘 미국의 축산업 실태를 낱낱이 파헤친다. 또한 △쇠고기 개방 압력의 배후에 서 있는 거대 축산자본과 부시정권 및 △굴욕적 수입기준, 구멍난 유통체계 등 한국 정부의 무방비한 대응을 함께 고발한다.

  폐기물 처리하는 모습 [출처: KBS]

“‘미트릭스’는 너의 주변 어느 곳에든 있다. 우리가 섭취하는 육류와 동물성 생산품들이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네가 살고 있는 이 농장은 환상이다. 이 환상 속에 머물고 싶으면 파란알약을, 진실을 알고 싶다면 붉은 알약을 선택해라”<‘미트릭스’ 중>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FTA 많은 쟁점이 있다. 광우병 주목한 이유?

기본적으로 광우병의 성격에 주목했다. 광우병은 자본이 불러온 재앙이다. 농식품 부분에서 초국적 대자본의 집약적 이윤축적 과정에서 발생한 질병이 광우병이다. 미국이 한미FTA의 4대 선결조건 중 하나로 왜 쇠고기 부분을 선택했을까 궁금했다. 그때 축산자본의 동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있었다. 역시 그랬다. 축산자본의 이윤축적 위기 상황에서 한미FTA는 필요했다.

한미FTA 4차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시기적으로 이번 방송의 의미, 기획의도는 어떻게 보는가?

  이강택 KBS스페셜 PD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한미FTA에 대한 시각이 여러가지다. 계급, 계층차원의 이해관계라는 시각에서 한미FTA를 볼 수 있고, 국가 경제 이해득실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한미FTA의 지금까지의 논의는 주로 경제적 측면의 이해 득실 차원에서 이야기가 되어왔다. 그런데 한미FTA는 사실 단순 수치화되는 이해득실이 아니라 개개인의 일상, 생활방식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화폐로 환산되는 이득 차원에서 조명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 일상생활 등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의미다. 그것의 단적인 표현이 우리의 먹거리의 변화 즉, 그것으로 유리하는 광우병이 그 예가 될 수 있겠다.

FTA라는 것이 각 부분의 이해관계로 조명이 되어왔는데, 개별적 부분에서 조명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기적으로 아쉽다면 좀더 일찍 방영되었으면 하는 개인적 아쉬움이 있다. 11월에 다른 굵직한 이슈들이 있지만, 대중들이 FTA를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한미FTA 국면에서 새로운 활력을 얻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파장이 클 것 같다. 지난 6월 4일 방영된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편 이후, 한미FTA 반대여론이 압도한 것만 봐도 그렇다. 어떻게 예상하는가?

한미FTA는 전국민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관심을 끌 것으로 본다. 지난 방송으로 국면이 변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다시 각각의 흩어진 사안들에 대해 본질이 어떻든 간에 초국적자본과 미국정권에 의한 세계재편의 과정 중 하나로서 이번 방송은 한미FTA를 종합적으로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작은 단초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회적으로 FTA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미국 쇠고기 수입 2달, 일본의 사례가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이 있다고 보고 취재했는가?

일본은 미국하고 협상을 하기 전에 국내에서 철저한 시스템을 정비했다. 일본은 모든 소에 대해 광우병시험을 한다. 이로 미국이 발견하지 못했던 것까지 광우병 발병이 확인됐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미국이 주장했던 30개월 이하의 소 수입을 거부했다. 미국이 국제수역기구의 기준에 따라 30개월 미만의 소 수입을 강행했는데, 한국은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명백한 과학적 근거가 있으므로 이를 일본은 거부했다. 그리고 관철했다.

국제수역기구의 기준은 '글로벌스탠다드'의 표상이 아닌가 싶다. 결국 그런 부분에 대해 국내에서 시스템을 정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일본의 사례는 국민적 이해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음 한다.

또한 일본은 이력추적시스템을 통해 소의 출생부터 도축까지 전과정이 완벽하게 추적 가능하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이력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소가 15%정도 밖에 안된다. 국가의 공공성들이 어떻게 발현될 수 있는가를 아주 모범적 사례로 일본을 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러한 시스템의 철저한 준비야 말로 국가의 공공성의 확실한 역할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한국에서 취재를 위해 준비해간 것도 있었을텐데, 미국이나 일본 현지의 상황에서 심각하구나 느꼈을 것 같기도 하다. 애초의 제작의도와 달라진 것은 없는가?

심각하다는 것은 자료를 통해서 이미 들어왔지만, 막상 눈으로 확인한 것들은 상상 이상이었다. 우리 취재팀이 8만5천 마리를 키우는 네브래스카 주의 '아담스 농장'을 방문했는데, 농장 2Km 전방부터 냄새가 심했다. 냄새를 화면으로 옮길 수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인터뷰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집약적으로 키우다보니 당연히 폐기물 문제 발생은 필연이었다. 또한 항생제를 다량투여하면서 감추고 넘어간다. 큰 농장들은 소고기 ,사료, 도축, 비료 등 전체가 사실은 하나의 초국적 자본에 의해 완전 장악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정치자금을 대고 이런 식으로 의회, 정부의 정책들을 좌지우지 한다. 미국의 통상정책의 핵심이다. 축산복합체라고 볼 수 있다. 한미FTA 중 전제조건의 하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던 셈이다. 미국에서 육류의 소비에 지출되는 돈이 줄고 있다. 이들이 이윤실업의 위기를 맞이해 그것을 해외시장에서 만회하고 있는데, 2000년 12월 광우병 발병이후 해외로 만회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국제수역기구 기준 완화해가면서 친미정권이 집권한 약소국들에게 개방을 요구하면서 이것이 대세인양 하고 있는 것이다.

방영을 앞두고 소감?

미국하면 상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주로 높은 빌딩의 뉴욕, 워싱턴의 모습이 미국으로 표상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명 미국의 시골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모든 식당들이 대자본화되어 있었다. 맥도널드, 타코벨 등 표준화된 식단의 식당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우리 삶에 깊숙이 자본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대중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것은 대자본에 의한 소생산자의 몰락, 획일화를 의미하고, 대자본이 모든 분야를 장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획일화된 문화만 남는 것이다. 그것이 대자본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생활방식이다. 그들이 말하는 선택의 자유라는 것이 그런 것이다. FTA 통해 우리에게 미치는 것은 바로 저 길이 아닌가라는 두려움을 많이 느꼈다. 우리가 진짜로 바라는 우리 사회, 생활방식이 어떤 것인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경제적 위기관계를 넘어.

이후 한미FTA 관련 방송을 생각하고 있는가?

대추리 문제, 북핵 등의 국면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 우리 사회가 기존 시각들로 위축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한번 정리해보고 싶다. 이것은 단기적 계획이다. 중기적으로는 내년에 미국대선이 있는데, 제국의 문제를 조명하는 그런 시리즈를 장기기획으로 해볼 생각이다.
덧붙이는 말

애니메이션 '미트릭스'는 미디어문화행동 사이트에서 상영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