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여권 덮친 反FTA, 핵분열 시작되나?

우리당, “충정은 이해하지만”.. 한나라, “대선용 정치쇼”

反FTA 기류가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구여권 내 개혁세력 일부가 한미FTA 반대 목소리를 내는가 싶더니 이제는 구여권 정치지형 자체를 흔들 조짐이다. 한미FTA에 대한 입장을 두고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구여권 내 제 세력들은 저마다의 손익계산서를 짜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일단 조심스러운 반응 속에 갈피를 못 잡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구여권 내 反FTA 기류가 상승곡선을 타고 있지만, 최근까지 여당으로 정부의 한미FTA를 지지․지원해 온 기존 입장을 무위로 돌리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제는 여당도 아닌 상황에서 무턱대고 기존 입장을 고수할 처지도 못 된다. 더군다나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천정배 전 의원 등 구여권의 핵심 대선주자들이 ‘한미FTA 즉각 중단’을 촉구하며, 단식농성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을 수수방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열린우리당‘론’, “반대하시는 분들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최재성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이런 상황을 고려한 듯 “한미FTA 협상을 둘러싸고 단식을 하는 정치인도 계시고, FTA 문제가 찬반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단식까지 하면서 FTA를 반대하는 분들의 충정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근태, 천정배, 임종인 의원 등을 추스렸다.

그러면서도 최재성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은 ‘선 평가 후 판단’이라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며 “FTA 협상 결과를 놓고 전문가들을 통해서 이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면밀하게 분석하고 판단하겠다”고 기존 당론을 재차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한미FTA특위를 열어 한미FTA 평가단을 구성키로 하고, ‘지켜야할 것’과 ‘얻어야할 것’ 각각 5개 항목을 담은 성명서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전달했다. 마지노선을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국회 비준 과정에서 당의 입장을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FTA를 둘러싼 ‘대세’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당론을 정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돌아가는 상황을 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열린우리당, 反FTA 기류에 우왕좌왕

당의 공식 입장과는 별개로 당내 제 세력들은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상 현재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한미FTA 문제에 있어서는 당 내부 의견을 조율하고 조정할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여진다.

당장 이날 당 한미FTA 특위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전달한 성명서에는 열린우리당 전체 의원 중 42명 만이 서명했다. 또 특위에 참석한 채수찬 의원은 “당 내에서도 무조건 찬성, 반대 등 여러 스펙트럼이 있다”며 당론 차원에서 성명을 전달하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날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한미FTA체결에 따른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의원간담회’에 참석한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원은 “천정배 의원을 만나고 왔는데, 내가 단식은 못하더라도 여론형성에는 적극적으로 동참해야한다는 생각”이라며 한미FTA 반대 움직임에 함께할 뜻을 내비쳤다.

한편, 열린우리당 내부에는 한미FTA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에 나선 김근태, 천정배 의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27일 오전 열린 당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정장선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FTA 문제 때문에 모든 분이 고민하고 관심이 많으나 정치인들이 머리를 깎거나 단식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는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런 것들이 과연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지금 협상이 진행과정 중인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한다”고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근태 전 의장 등을 에둘러 비판했다.

한나라당, “FTA 단식, 대선용 정치쇼”

협상 타결이 임박한 현재 시점에서 열린우리당이 한미FTA 입장을 두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데 대해 한나라당은 김근태 의원 등의 단식을 “대선용 정치쇼”라고 일축하며 한미FTA 자체가 쟁점화 되는 것을 진화하고 나섰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27일 김근태, 정동영, 천정배 의원 등을 겨냥해 “노무현 대통령 밑에서 장관을 지냈던 범여권의 대권주자들이 일제히 FTA반대를 외치고 나섰다"며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표만 생각하는 대선용 정치쇼”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어 “대선주자로서 주도권 잡기에 이용하고 지지층을 결집시켜 답보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정략”이라며 “농민 대표인 농민 출신 의원들의 반대와는 달리 진정성이 엿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