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특고법안 핵심은 '파업권 제약'

쟁의행위 봉쇄, 노조 해산... 특수고용 대거 편입 우려

노동부가 지난 14일 김진표 열린우리당 의원안의 형식을 빌어 국회에 제출한 특수고용근로자보호입법안과 관련, 노동계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 제출안의 골자는 '근로자와 자영인의 중간 형태로서 특고종사자'의 개념을 새로 도입해 단체결성권과 교섭권을 주고, '간주근로자' 개념을 도입해 노동3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특수고용노동자 쟁의행위 원천 봉쇄된다

정부는 이 법안에 대해 마치 특고종사자에 대한 집단적 권리가 인정되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특고종사자에게 보장되는 '단체결성권'은 '노동조합이 아닌' 단체 결성을 허용하는 것으로 이는 법적인 보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도 가능한 수준이다.

'단체'를 결성했을 경우 '사업주와 노무제공에 관한 계약조건에 대해 협의할 권한'을 갖고 '해당 사업주는 반드시 이에 응하도록' 했다고 하나, 협의가 원만히 되지 않아 분쟁이 발생할 시에 노동위원회의 조정을 받게 된다. 조정안이 거부되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위원회에서 중재에 회부한다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당초 '노동조합'이 아니므로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쟁의행위는 불가능하다.

노동부 안에서 밝힌 '(노동조합이 아닌) 단체결성권'과 '교섭권'은 노동권이라 볼 수 없는 있으나마나한 규정인 것이다. 특고종사자의 파업이나 쟁의행위가 원천 봉쇄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노동2권'도 아닌 '유사2권'을 굳이 만든 핵심은 파업권에 대한 제약"이라 우려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도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지 않은 단체결성권과 교섭권은 현실적으로 별다른 의미가 없다"며 "사용자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관철돼 온 기존의 필수공익사업장의 직권중재제도 폐해를 그대로 반복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결국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무력화시킬 뿐만 아니라 불법행동을 이유로 노동탄압을 양산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도 "정부 특수고용 법안은 노동조합 해산하라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비연은 "정부안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으로, 사실상 노동3권 적용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국회 논의에 고춧가루를 뿌리겠다는 의도"라며 "이미 5-6년 전부터 합법적인 설립필증을 교부받아 노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특고노동조합은 정부안에 따르면 모조리 해산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참세상 자료사진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조합도 인정 안돼

이같은 반발은 정부안에서 '특고종사자'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겠다고 밝힌 것과도 관련이 있다. 이미 노동조합을 결성해 활동하고 있는 퀵서비스기사, 학습지교사, 레미콘기사 등등도 '특고종사자'에 포함되는 순간 조합원 자격이 상실되고 만다.

대통령 시행령으로 '특고종사자'라는 애매한 중간지대를 설정하게 되면 그나마 인정되던 노동자들, 노조 조합원들은 '특고종사자'가 되는 순간 노동기본권이 아예 사라진다. 노동조합이 사라지고 쟁의행위가 불가능한 이 안을 사용자들이 이용해 구조조정을 단행, 특고종사자가 대대적으로 확산되는 현상도 나타나게 될 것이다.

민주노총은 "기업들이 노동법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특수고용형태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며 "다양한 편법을 동원해 이미 노동자로 인정받는 경우도 사용자들의 비노동자화 의도로 인해 중간자로 전락할 것"이라 예고했다.

경제5단체는 정부안이 발표된 즉시 "기업을 어렵게 할 것, 집단해고 등 부작용이 심해질 것"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있지만, 전비연은 이에 대해 "정부가 비정규 관련 허구와 사기로 가득찬 대책이나 법안을 내놓으면, 사용자단체는 그것이 마치 노동자들을 위하는 것인양 반발하는 제스처를 위하는 행태를 지난 수 년간 보아왔다"며 "정부가 애초에 내놓는 대책과 법안 자체가 사용자들의 입장을 100% 반영한 것"이라 성토했다.

'간주근로자 노동3권 보장'은 어불성설... 근기법에 포함시켜야

또 정부는 '간주근로자'라는 규정을 새로 도입해 이들에게 노동3권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벌써부터 이 '간주근로자' 범주에 골프장 경기보조원이 해당된다는 이상수 노동부 장관의 선심성(?) 발언에 따라 보수 언론들은 "골프장 캐디도 파업할 수 있다"는 등의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나 '노동3권이 모두 보장되는' 노동자라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하면 될 일이지, 또다시 '간주근로자'라는 새 개념을 도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김혜진 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무조건 노동자인 것이지 '간주근로'라는 개념은 불필요하다"며 "정부가 정규직, 비정규직, 특고종사자, 간주근로자라는 식으로 노동자들을 다양하게 세분화, 위계화하려는 갖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골프장 경기보조원들이 '간주근로자'가 되어 노동3권을 행사할 길이나마 열린다 해도, 골프장 사업주들이 경기보조원들을 해고하면 그만이다. 이미 사용자들은 법안이 통과되면 대량해고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다.

종합해 볼때, 정부의 안은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을 절충해 일부 주장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파업권 제약과 노동조합의 실질적 무력화' 및 '노동자들의 특수고용직화'로 요약된다.

더구나 정부가 김진표 열린우리당 의원안으로 낸 제출안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보호등에관한법률안'이라는 별도의 특별법 형식이라 문제다. 그동안 노동계가 줄곧 주장하고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발의한 안 등은 근로기준법과 노조법 등을 수정해 특수고용노동자를 근로자 개념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별도의 특별법으로 특고종사자들을 관리할 시, 다양한 방식으로 이 법을 얼마든지 변형시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국회 논의를 위해 정부안을 간절히 기다리던 노동계가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안과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안을 놓고 논의를 시작하자고 주장한 끝에 '편법'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의원입법의 형식을 빌어 내놓은 정부안은, 노동계는 물론 사용자들과 정치권의 반발에까지 부딪혀 6월 국회에서의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노동자성 인정 관련한 논의 가능성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