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도, 나도 비정규직... 포기하지 않아요"

[인터뷰] 점거농성 13일째 밤에 만난 김정애 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

그녀들은 구로에 있었고, 동일방직에 있었고, 홈에버에 있었다

홈에버 상암점 앞은 삼엄했다. 점거농성 13일째가 되던 12일 밤, 농성장을 찾았다.

  경찰의 봉쇄로 농성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조합원들도 많다.

조합원들과 함께 경찰들의 폭력에 맞서며 도착한 농성장에는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경찰들은 출입구를 막고 안에 있는 조합원이 나오는 것도, 외부에서 연대하러 온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도 폭력적으로 방해하고 있지만 조합원들은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밖에서는 생필품도 못 들어가고 있다느니,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다느니 걱정들을 하고 있지만 농성장 안은 노동자의 학교가 된 파업과 즐거운 축제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조합원들의 결의가 가득할 뿐이다. 밖에서의 걱정은 그저 걱정일 뿐이다.

그녀들 곁에는 85년 구로에서 동맹파업이 뭔지 보여줬던 여성노동자들이, 30여 년 전 똥물을 뒤집어쓰며 노동3권 보장을 외쳤던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이, 2007년 울산에서, 광주에서, 청주에서, 서울에서 싸우고 있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싸우고 있었다.

“약속을 지키라는 거에요”

한 켠에서 힘찬 목소리로 구호를 함께 외치던 김정애 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은 “끝까지 할 거에요”라고 말했다.

  김정애 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은 기자가 말을 시키자 마자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3년 6개월 동안 홈에버 구월점에서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다.

“우리가 요구하는 거 큰 거 아니에요. 그저 약속을 지키라는 거에요. 단체협약이라는 거 만들어서 18개월 이상 된 노동자들 자르지 않기로 약속했잖아요. 그 약속 지키라는 거에요. 비정규직 보호하겠다고 약속하고 비정규 보호법이라는 거 만들었다면서요. 그거 지키라는 거에요. 약속을 어긴 것은 사측인데 왜 우리를 범죄자 취급하고 여기에 가둬 두려고 하는 거에요”

그녀는 기자가 “인터뷰 좀 해도 될까요”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범죄자에요? 왜 우릴 여기에 가둬 놓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체포영장을 보내고 그러는 거에요. 우리가 왜 아들같은 애들이 방패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 해요. 왜 무서워해야 하는 거에요. 너무 억울하고 비참해요”

그녀는 권리를 찾으러 들어왔다고 했다. 하루에 10시간 꼬박 홈에버 구월점 축산코너에서 손님을 맞아야 했던 그녀는 일한 만큼 받으며 살고 싶다고 했다. 그녀가 일한 돈으로 박성수 이랜드 그룹 회장은 130억을 교회에 십일조로 바친다고 했다. 그녀가 일한 만큼 받지 못한 돈들은 그 선하다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교회에 바쳐졌다.

“나도 집사예요. 나는 박성수 회장, 아니 그 장로님 때문에 교회 못 나간 지 두 달이 넘었어요. 내가 믿는 하나님은 선한데, 왜 그 사람이 믿는 하나님은 이렇게 독할까요”

그녀도, 그녀의 언니도, 그녀의 자식도 비정규직인 세상

그녀의 언니도 같은 매장에서 21개월을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다. 그녀의 언니는 계약해지 되었다. 그렇게 그녀는 언니와 함께 싸움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의 언니는 농성장에 없다.

“언니는 친정엄마를 모시고 있어서 농성을 함께 못하고 있어요. 몇 년 전에 남편은 암으로 죽고, 친정엄마는 중풍에 걸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에요. 근데 이랜드는 우리 언니의 생계를, 목숨 줄을 끊어 놓은 거에요. 언니는 매일 전화해서 같이 못하는 안타까움을 전해요”

언니도 비정규직, 나도 비정규직, 엄마도 비정규직, 나도 비정규직, 세상은 비정규직 천국이다.

“이건 언니만의 문제도, 나만의 문제도 아니에요.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의 문제고, 우리 모두의 문제에요. 언니 몫까지, 어디선가 힘들게 일하고 있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몫까지 보태서 열심히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1박 2일이면 끝날 줄 알았던 농성이 13일째를 넘어서던 날 밤, 그녀는 어느새 투사가 되어 있었다. 그래도 그녀는 너무 힘들고 가슴이 아프다.

“가슴이 너무, 너무나 아파요. 우리가 일했던 매장 우리 손으로 점거하고 망가뜨리면서 이러고 있는데 어떻게 기분이 좋겠어요. 저는 투쟁이란 소리가 뭔지도 몰랐어요. 근데 우리를 독립운동가로 만들고 있잖아요. 밖에 있는 사람들은 알아야 해요. 우리가 얼마나 가슴을 졸이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홈에버 상암점 앞에서는 농성에 결합하고자 하는 조합원들의 몸싸움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빨리 일터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녀는 빨리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빨리 돌아가서 웃으면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싶다고 했다. 언니랑 같이 일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냥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 했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면 지날수록 더 끝까지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이대로 포기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생각을 매일 밤 해요. 내가 억울하고 비참해서라도 그냥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힘없는 아줌마들이라고 무시하고 있는데요, 만약 우리 위원장님을 잡아간다든지, 매장 안으로 경찰이 들어오면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또 하루는 지나가고 점거농성 14일째 아침은 또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