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때요? 농성장 지켜야죠”

[인터뷰] 윤재일 구로선경오피스텔분회 분회장

추석에도 노동자는 투쟁 중

추석에도 노동자는 투쟁 중이다. 아니 투쟁 중에 추석이 있는 거다. 추석이라고 멈출 이유도, 멈출 수도 없는 싸움을 노동자들은 하고 있다. 태풍 위파가 서울을 통과하던 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가운데 노동자들 한 무리가 청와대 앞에 섰다. 그들은 최소 100일 이상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 노동자들이었다.

그들은 뉴코아-홈에버에서 일하던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이고, 한국합섬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고, 기륭전자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고, 코오롱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고, 구로선경오피스텔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었다. 그들은 ‘공동투쟁’이라는 말로 모였다.

19일, 투쟁사업장 2차 공동투쟁이 열리던 날 이들은 청와대를 향해 한 목소리로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라며 “그 말을 지키는 것이 임기 말의 마지막 권한 행사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라고 말했다.

  19일, 투쟁사업장이 공동투쟁이라는 이름을 걸고 청와대 앞에 섰다.

“명절 생각이요? 문제 해결만 생각해요”

그 속에서 열심히 발언하던 윤재일 구로선경오피스텔분회 분회장에게 말을 건넸다. 구로선경오피스텔분회 조합원들은 사측의 용역전환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지난 7월 5일 해고되었다. 그 이후 사측에 용역전환철회를 요구하면 지금까지 싸우고 있다.

추석을 어떻게 보내실 것이냐는 질문에 윤재일 분회장은 “농성장 지켜야죠”라고 답한다.

“명절 생각은 별로 나지 않구요. 빠른 문제 해결만 바랄 뿐이죠”

“추석이 될 때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처음으로 추석을 농성장에서 보내게 되었네요”

투쟁하는 노동자에게 명절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기자의 입이 부끄럽다.

떠난 사람들 그리고 남은 사람들

구로선경오피스텔분회는 이제 4명의 조합원이 남았다. 오랜 투쟁기간을 버틴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버티다 버티다 농성장을 떠난 조합원들. 그 조합원들을 바라봐야 하는 남은 조합원들.

“마음이 좀 그렇죠. 함께 시작했던 모든 사람들이 마지막 까지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깝긴 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요. 남은 조합원들과 함께 끝까지 싸워야죠”

윤재일 분회장의 대답에 힘이 들어간다. 지하 5층, 기계가 가득한 곳에서 농성을 한지도 79일, 투쟁을 시작한지 125일. 어느 새 장기투쟁사업장 대열에 들어간 노동자들. 용역직원들에 의해 끌려 나와도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이제는 농성장을 로비로 옮겼다. 그리고 추석 때도 집에 가지 못하고 농성장을 지켜야 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빌딩에 입주한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꼭 이겨야할 이유가 있기에 오늘도 농성장을 지킨다

사측에게 매일매일 교섭을 하자는 공문을 보낸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미 용역전환을 완료했기 때문에 노조와 교섭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그리 좋진 않다. 얼마 전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도 기각되었다.

“아직 결정문이 오지는 않았는데요. 결정문이 도착하면 바로 중앙노동위원회에 다시 구제신청을 할 겁니다”

추석이 오기 전에도, 추석 연휴에도, 추석이 지난 후에도 그들 앞에는 꼭 이겨야할 이유가 있고, 돌아가야만 하는 직장이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추석에도 농성장을 지킨다.

윤재일 분회장이 조합원들에게 추석인사를 했다.

“해고 된 상황에서 보내는 추석이지만, 힘 잃지 말고 잘 쉬고 와서 더 나은 싸움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윤재일 분회장은 오늘도 농성장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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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 명절 , 추석 , 윤재일 , 구로선경오피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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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힘내세요!

  • 참노동자

    힘내세요 옆에서 말없이 돕겠습니다 신자유주의 완전히 철폐시키고 사회양극화 조금이라도 해소해서 인간답게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