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유족 동의 얻어 '열사대책' 마련중

"인천 전기원 파업 중재노력하라" 지방노동청 압박도

지난 27일 인천 영진전업 앞에서 분신, 7시간 후 사망한 고 정해진 열사의 유족이 장례절차 등 후속대책을 노동조합에 위임함에 따라, 회사측의 유족 접촉이나 시신 탈취를 우려해 온 노동계가 한시름을 덜게 됐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은 29일 저녁 고 정해진 열사의 부친 등 유족들과 논의를 거쳐 "고인의 한을 노조가 풀어달라"는 유족들의 뜻을 받아 장례식 등 이후 조치의 전권을 맡게 됐다. 유족을 만난 건설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고인의 부친이 "아들이 영진전업 유해성이 정말 나쁜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며 "아들의 뜻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건설노조는 이에 따라 대책회의를 열고 이후 투쟁방안과 지침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고인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서울 영등포 한강성심병원에는 임시 분향소가 설치돼 조문을 받고 있으며,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8시에 병원 앞에서 추모집회가 열리고 있다.

  건설노조는 29일 오후 2시 경인지방노동청 앞에서 '고 정해진 열사정신계승 결의대회'를 열었다.


경인지방노동청,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

한편 29일 오후 2시부터 인천 남동구 구월동 소재 경인지방노동청 앞에서 건설노조 차원의 집회가 개최됐다. 건설노조는 인천지역 노동자들을 비롯해 5백여 명이 모인 이날 집회에서 고 정해진 열사의 분신에 이르도록 노사관계가 악화되었는데도 적극적인 중재노력을 펴지 않은 경인지방노동청을 규탄하면서 열사에 대한 추모의 발언을 이어갔다.

이준범 유압크레인노조 위원장은 고인의 분신 당시 현장에 있었다면서 "말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준범 위원장은 "정해진 열사는 전봇대 위에서의 잦은 감전과 화상으로 전기 노동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한강성심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이것이 노동자들의 현실"이라며 개탄했다.

이상준 공공노조 인천지역본부장은 "아무리 열심히 투쟁해도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을때 죽고 싶은 심정이 드는 것을 이해하지만, 이 나라의 대통령부터 노동부 장관, 지방노동청장까지 모두가 노동자의 죽음 앞에 어떤 가책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 노동자는 죽지 말고 투쟁해야 한다"고 연설했다.

경인지방노동청장을 면담하고 나온 박대규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청장이 노동부의 부족했던 점을 인정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지방노동청이 사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노동청 앞에 천막을 치고 계속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동안 이 싸움이 인천 전기원의 문제였지만, 그동안 민주노총이 열사투쟁을 어느 한 부분으로 돌린적이 없는 만큼 이제부터는 80만 조합원의 투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를 마친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경인지방노동청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노숙 투쟁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