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투쟁, 영진전업 앞에서부터 전국으로"

노동사회법률단체들, 고 정해진 열사 분신장소서 기자회견 개최

사회진보연대, 이윤보다인간을,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금속노조기륭전자분회, 코스콤비정규직지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 전국 24개 노동사회법률단체가 지난 10월 27일 분신 사망한 고 정해진 열사와 관련, 유해성 영진전업 사장의 구속을 촉구하고 나섰다.

  24개 노동사회법률단체들이 1일 영진전업사 앞에서 유해성 사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들은 1일 오전 11시 인천 부평구 청천동에 위치한 영진전업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무현 정권이 비정규직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정부를 규탄하는 한편 "간접살인 유해성을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이 열린 영진전업사 앞은 인천 전기원 노동자인 고 정해진 열사가 분신한 장소이기도 하다.

"열사투쟁, 지방노동청 압박으로 해결될 일 아니다"

고 정해진 열사가 분신 사망하고 고인의 유족들이 노동조합에 장례절차 등 후속대책을 일임한지 며칠이 흘렀으나, 민주노총 차원에서는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영등포 한강성심병원 앞 분향과 추모집회 외에 아직 뚜렷한 투쟁지침을 내지 않고 있다. 건설노조에선 지난 10월 29일 경인지방노동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천막을 설치, 농성을 시작했으나 "열사투쟁의 거점은 노동청 앞이 아니라 영진전업사 앞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조합원들의 볼멘 목소리가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단체들은 "열사투쟁이 아직 힘있게 전개되지 못하며 전체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건설노동자들만의 투쟁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에 따라 "열사가 분신한 현장에서부터 출발해 인천지역의 투쟁으로, 다시 전국적 투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영진전업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이 투쟁은 단지 노동청을 압박해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에 머물러선 안된다"며 "오늘 기자회견이 작은 출발이지만 하반기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을 제대로 만들어가기 위한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건설노조와 민주노총은 각각 오늘(1일)과 내일(2일) 중앙위원회와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고 정해진 열사 관련한 이후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해성을 구속시키라'는 해진이 형님의 유언 꼭 지키겠다"

건설노조 인천지부 전기분과 파업투쟁 상황과 고 정해진 열사가 분신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한 나상돈 인천건설지부 전기분과 조합원은 지난 10월 19일 있었던 한국노총의 농성장 침탈에 대해 언급했다. 나상돈 조합원은 "비가 오는 새벽 6시경에 한국노총 조끼를 입은 용역깡패 30여 명이 4명이 자고 있는 천막을 다 들어내고 두들겨 팬 후, 농성 집기들을 차에 실어 갖다 버렸다"면서 "그렇게 내몰리면서 투쟁하다가 정해진 열사가 그렇게 돌아가신 것"이라며 침통해했다.

나상돈 조합원은 "우리 노동자들이 월급을 몇천만 원 달라는 것도 아니고 남들 다 하는 격주근무만이라도 하게 해달라는 건데 사장들이 뭐가 그리 두렵고 무서운지 노동자들이 뭉치는 꼴을 못 본다"며 "해진이 형님이 돌아가시면서 '유해성을 꼭 구속시켜라'고 한 만큼, 영진전업 사장을 구속시키는 날까지 이 싸움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진전업 건물에 '한국노총 경인지역 전기노동조합 영진지부' 명의로 "민주노총만 노동자냐 우리도 노동자다" "우리의 단체협약은 우리가 체결한다"는 등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의 김상하 변호사는 인천지역 전기업체들의 단체교섭 해태와 노동조합원 분열 공작 등 여러가지 부당노동행위를 지적했다. 김상하 변호사는 "유해성 사장은 지금까지 벌어진 부당노동행위와 노조 탄압의 책임을 지고, 분신 상황으로 열사를 죽음으로 내몬 책임을 지고 당연히 구속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소견을 밝혔다.

아울러 "백여 건이 넘는 고소와 진정에도 불구하고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경인지방노동청과 노동부도 직무유기의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노동부 장관이나 지방노동청장이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가 제대로 투쟁하지 못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 정해진 열사의 고통이 계속 우리에게 남아있을 것이기에 열사가 분신하신 현장에서 끝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결의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