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탈퇴하길 정말 잘했다”

농협중앙회노조 한국노총 탈퇴, “비정규직 싸움 잘 하기 위해”

“우연인지 우리가 한국노총을 탈퇴하고 나서 바로 한국노총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조합원들은 우리가 민주노총으로 가길 잘했다, 이런 한국노총에 남아서 뭘 하겠냐며 정말 잘했다라고 말하더라구요”

배삼영 농협중앙회노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의 말을 전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로 구성된 농협중앙회노조는 한국노총을 탈퇴했다. 지난 8일 대의원대회에서 농협중앙회노조는 전체 대의원 15명 중 12명이 참석한 가운데 11명의 대의원이 상급단체변경에 찬성해 한국노총을 탈퇴하고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에 가입했다.

“비정규법은 한국노총이 동조해 만들어진 것”

  배삼영 농협중앙회노조 위원장

농협중앙회노조가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은 “비정규직 싸움을 잘 하기 위해서”다. 배삼영 위원장은 “비정규법은 한국노총이 동조해 만들어진 것”이라고까지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비정규법 논의에 있어 중요한 순간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와는 비켜가는 방식으로 정부, 재계와 합의해왔다.

비정규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직전 한국노총은 ‘최종 수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안은 △기간제 사유제한의 포기 △불법파견에서 고용의제 포기 △사용사업주 책임의 포기 △특수고용 노동3권 유보 등을 담고 있어 노동계가 비정규법 제정에 있어 필수적이라 말한 핵심 요구안을 모두 포기한 것이었다. 한국노총이 이 같은 수정안을 제시하자 정부와 재계는 이를 환영하고, 한국노총의 수정안을 기준으로 법안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비정규법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이후에도 한국노총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이랜드그룹의 비정규법 악용으로 집단해고 된 뉴코아-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점거농성을 벌일 당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상수 노동부 장관, 이수영 경총 회장과 ‘비정규직 보호법의 안착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한다. 합의문에는 ‘중규직’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던 ‘직무급제’를 확산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한국노총은 비정규법 재정 당시 최종 수정안으로 노동계의 요구안을 포기했으며(왼쪽), 뉴코아-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단해고에도 비정규법을 안착시켜야 한다며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오른쪽)/참세상 자료사진

결국 이런 한국노총의 행보가 농협중앙회노조의 탈퇴를 자초한 것이다. 배삼영 위원장은 “우리는 IMF이후 처절한 삶을 살았으며,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었다”라며 “농협중앙회는 비정규 악법이 통과된 이후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외주화와 계약해지를 단행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비정규 악법의 효과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첫 차별시정 인정받은 고령축산물공판장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한국노총 탈퇴

한편, 농협중앙회노조의 상급단체변경을 환영하기 위해 사무금융연맹은 오늘(12일) 오전, 농협중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사무금융연맹은 농협중앙회노조의 상급단체변경을 축하하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서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농협중앙회에는 직접고용 비정규직이 6천 여 명, 간접고용 비정규직까지 합치면 1만 2천 여 명이 있으며, 사무금융연맹에서는 농협중앙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현재 농협중앙회에서는 노조탈퇴서와 한국노총 금융노조 가입서를 동시에 들고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장 중단해라”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11월 30일 대법원에서 정대근 농협중앙회 회장의 뇌물수수 관련 유죄가 확정되면서 농협중앙회에 대한 개혁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이런 상황에도 농협중앙회는 노조 교섭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라며 “농협중앙회가 계속 대회를 외면할 경우 교섭권과 체결권을 받아 안아 투쟁할 것”이라고 밝히고 농협중앙회의 성실교섭을 촉구했다.

사무금융연맹에 따르면 비정규법 시행 이후 첫 차별을 인정받았으나 해고된 고령축산물공판장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상급단체를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