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의 명운을 결정지을 임시당대회를 이틀 앞둔 1일 심상정 비상대책위가 당 혁신과 총선 비례대표 선출 방안 등에 대한 최종 안건을 확정, 공개했다. 쟁점이 되고 있는 ‘일심회’ 사건 관련자 제명 조치와 관련해 ‘편향적 친북행위’라는 근거가 삭제됐다. ‘미군철수 완료 시점에 북핵 폐기’ 공약을 폐기한다는 내용도 혁신안에서 빠졌다.
‘친북’ 물 빼기..“기본 원칙 불변” 비대위 측은 부인
비대위는 이날 공개한 당 혁신안에서 “소위 ‘일심회’ 관련 당원 최기영, 이정훈의 행위는 명백한 해당행위”이며 “북한 및 북한과 연계된 인물에게 전달할 것을 목적으로 당내 동향과 당직자의 신상과 성향을 분석한 자료를 유출한 것은 당헌·당규와 당의 기밀을 지켜야 하는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앞서 28일 공개됐던 안건 토론자료에서 “당의 강령과 당헌 당규를 위반하면서 북한과 연계된 인물들에게서 지침을 받아 활동하며 당내에 음성적인 조직을 결성하는 등의 활동은 명백한 편향적 친북행위”라는 문장은 통째로 사라졌다.
당이 ‘일심회’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서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당초 “당의 친북적 이미지를 누적시켰다”는 평가에서 “당내 혼란과 국민적 불신을 초래했다”로 탈색됐다.
관련자 제명 조치 이후 대책에 대해서도 “당은 북한을 포함해 어떠한 외부세력에 의해서도 당의 독립성과 자주성이 훼손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만 밝혔다. 당초 ‘북한 당국에 대한 엄중한 항의와 남한의 진보정당운동에 대한 개입 중단 요구’에서 한 발 물러선 입장이다.
소위 ‘북핵 자위론’이 당 강령정신에 반한다는 내용과 함께 “대선정책공약 중 ‘미군철수 완료시점에 북핵무기 폐기 완료’는 당론으로 정해진 바 없음을 확인한다”는 규정도 최종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성희 수석부대변인은 “일심회 사건과 관련해 ‘편향적 친북행위’라는 용어가 핵심이 아니라 관련자에 대한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핵심”이라며 “내용을 정교하게 가다듬는 과정에서 문구 조정이 있었지만 28일 토론자료에서 밝혔던 기본 정신이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심상정 비대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 기밀 유출 행위는 북한이 아니라 한나라당에 했더라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유출 대상이 한나라당이면 판단을 쉽게 내렸겠지만, 북한과 연계된 것이기에 즉각 조치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국민들에게 ‘편향적 친북’이라는 오해가 쌓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 기밀을 북한에 전달할 목적으로 유출한 것보다 이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에 ‘편향적 친북’의 원인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주파 반대 입장 고수..당 혁신안 통과 난망
이날 비대위가 혁신안에 극렬 반대하고 있는 당내 자주파를 향해 ‘여지’를 내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주파에서 혁신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 보인다. 자주파 내 온건 성향으로 알려진 이정미 전 중앙연수원 부원장은 “‘일심회’ 사건에 대한 해석이 당원 간에 분분한데 사실 관계나 당사자 소명 절차도 거치지 않고 대의원에서 제명 조치를 결의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당내 신당파는 이날 조승수 전 의원, 김형탁 전 대변인 탈당과 함께 당대회 불참 입장을 밝혔지만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대응을 준비 중이다. 김형탁 전 대변인은 “당 혁신안의 본질을 바꿔놓고 문구 수정이라고 변명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이라며 “당 혁신안이 통과되길 바란다는 기존 입장을 취소한다. 전면적인 문제제기와 함께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심상정 대표는 “이번 대의원대회의 성격은 일상적인 그것과는 달리 비대위에 준 권한을 바로 행사하느냐 하는 신임을 묻는 대의원대회”라며 “당원과 국민들이 과거를 대표하는 골리앗이 아니라 미래를 약속하는 다윗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혁신안 통과를 호소했다.
한편 비대위는 일심회 사건 관련자들이 혐의를 부정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당원들에 한해 입증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