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같은 1년, 광주시청 청소용역 노동자의 싸움

광주시청비정규직분회, 서울로 상경해서 “원직복직” 요구

“쓰러져도 오뚜기 처럼 또 일어설 거예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 100년을 맞이했다던 날. 서울 시청 앞 광장에는 신명나는 공연이 벌어졌다. 비정규직 철폐가 써진 조끼를 입은 배우들과 똑같은 조끼를 입은 관객이 신나게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놀이패 '신명'은 8일, 서울시청 앞에서 마당극을 했다.

“시청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청소를 하는 우리 실력은 최고 전문가야. 손해배상 건너 고소고발 건너 고용승계 쟁취하세. 우리의 일터로 돌아갈 거야. 무조건 돌아갈 거야”

신나는 트롯트가 울려 퍼지자 박수가 절로 나온다.

  공연의 주인공은 광주시청에서 청소용역을 하던 아줌마들이었다.

  "무조건 무조건 돌아갈거야" 신명의 공연 중

연극같은 현실, 현실과 똑같은 연극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일하던 광주시청 청소용역 아줌마들이 3월 8일, 알몸으로 광주시청에서 쫓겨난다. 알몸을 한 채 무대 위를 구른다. 슬픈 장면도 잠시, 아줌마들은 툭툭 털고 일어난다. 그리고 내가 일하던 일자리를 돌려 달라고 외친다.

50이라는 나이를 먹으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싸움. ‘투쟁’ 그리고 1년.

  광주시청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작년 3월 8일 알몸으로 시청에서 쫓겨 났다. 신명의 공연 중

홀로 아이 셋을 키우던 한 아줌마는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떠나기도 했지만 아줌마들은 오히려 따뜻한 마음으로 보내준다. 그리고 소주 한 잔으로 마음을 달랜다.

  신명의 공연은 연극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군대를 갔다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을 만나러 간 아줌마. 그 아줌마의 아들은 이제 광주시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아들이 되었다. 매년 무너지는 마음을 갖고 무덤을 찾아갔던 아줌마 곁에는 이제 함께 위로하고 감싸주고 웃어주는 동지들이 있다. 눈물이 있고, 한숨이 있고, 웃음이 있었다.

광주시청 청소용역 아줌마들을 소재로 마당극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광주시청으로부터 공연장 대관을 취소당하고 지원금을 뺏긴 놀이패 ‘신명’은 이제 아줌마들의 든든한 동지가 되었다.

이렇게 서울 시청 앞 ‘신명’의 공연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신명’으로 다시 살아났다. 조명도 없고, 마이크는 꺼졌다 다시 켜지기를 반복했지만 ‘신명’의 공연은 어느 멋있는 극장에서 한 공연에 비할 수가 없었다. ‘신명’의 공연은 멋있는 옷을 차려 입고, 몇 만 원을 주고 봐야 하는 액자 속에 갇힌 예술이 아니라 세상이라는 너른 마당에 비정규직이라는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현실이었다. 연극 같은 현실에 현실과 똑같은 연극이었다.

여의도 한 복판으로 나선 광주시청 청소용역 아줌마들

오늘(10일) 광주시청 청소용역 아줌마들은 서울 한 복판에 섰다. 커다란 빌딩이 가득 찬 여의도 한 복판에 연극 같은 현실을 봐달라고 일곱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는 싸움을 하고 나섰다.

  광주시청비정규직분회는 오늘(10일)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작년 6월 26일, 광주에서 열렸던 세계여성포럼을 앞두고 “시청에서 일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10월 2일, 전국체전을 앞두고도 “문제해결에 공감 한다”라며 “전국체전으로 바쁘니 체전 끝나면 관련부서와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해결하도록 하자”라고 말했다. “공식적인 것이니 믿어 달라”라는 약속도 했다. 그리고 10월 5일, “10월 말까지 해결 하겠다”라고 했다. 그러나 세계여성포럼과 전국체전이 끝나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아줌마들은 “약속을 지키라”는 것뿐이다. 그러나 광주시청 청소용역 아줌마들에게는 수 천 만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액과 광주시청 근처에는 오지도 말라는 법원의 가처분이다.

그래서 아줌마들은 서울에 왔다. 내 얘기 좀 들어달라고. 난 그저 광주시청을 깨끗이 청소한 죄 뿐이라고.

아줌마들은 오늘 밤에는 박광태 광주시장이 소속되어 있는 통합민주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 앞에 찾아갈 예정이다. 그 곳에 가서 하소연을 할 작정이다. 쫓겨나고 끌려 나와도 하소연을 할 거라고 했다. 아니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할 작정이다.

  신명의 공연 중

  7보 1배에 나선 광주시청 청소용역 노동자들.

“대부분의 언론이 벌써부터 18대 총선을 앞두고 개혁공천이니, 계파공천이니 하면서 선거 뉴스로 대부분을 채우는 묻지마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모두가 이 야만의 구조에 공범자들이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가운데 늙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거리로 나선 이 기막힌 사연이 18대 총선의 화두다”

여의도에 선 최경구 광주시청비정규직분회 분회장은 말한다.

“발걸음 하나하나 내딛을 때 마다 생각했다. 내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렇게 해야 하는지 피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우리는 시청 건물을 사랑한다. 그래서 반드시 시청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녀들은 "반드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신명의 공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