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투사업장서 박수 받을 때 가장 좋았다"

[인터뷰] 99일 농성 마무리하는 토르나 이주노조 직무대행

'강제추방 중단! 출입국관리법 개악저지! 이주노조 탄압 분쇄!'를 위한 비상대책위가 11일 해단식을 갖고 99일 간의 농성을 마무리 했다.

까지만 까풍 위원장을 비롯한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 지도부 3인이 "표적 단속"으로 연행된 후 시작된 농성은 힘겨웠다. 3인의 지도부가 작년 12월 13일 돌연 강제출국을 당하고, 당뇨 합병증이 의심되었던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수바수 씨마저도 강제 출국을 당하는 등 농성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이 유린당하는 상황은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 농성은 정부의 이주노동운동 탄압을 사회적으로 알리고, 연대를 모으는 등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울러, 예정되어 있던 출입국 관리법의 반인권적 성격을 부각시키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토르너 직무대행
이제, 농성을 마무리하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는 토르나 이주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을 만나 지난 99일간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희망'을 들어보았다.

농성을 마무리하는 얼굴이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해단식을 앞둔 마음이 어떤가.

걱정이 된다. 이제 농성이 끝나면 연대 단위들도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고, 이주노조 혼자서 헤쳐 나갈 부분도 커지게 될 것이다. 이주노조가 혼자서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지 많이 걱정이 된다.

문득, 99일간 혹시 눈물이 나도록 힘이 들었던 적이 있었는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눈물을 흘린 적... 몇 번 있었다. 3인 지도부가 강제추방 되었을 때 울었었다. 그리고 세계 이주민의 날 민우가 단속되었을 때 그 때도 울었었다.

민우는 네팔 출신의 이주노동자로, 토르나 직무대행과는 막역한 사이다. 노조 활동에도 열심이었다. 그런데 그가 하필이면 세계이주민의 날 단속된 것이다. 토르나 위원장은 세계이주민의 날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그 소식을 접했다. 전날만 해도 농성장에 들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잠시 집으로 돌아갔던 동생이자, 동지였다.

분위기를 바꾸어 가장 좋았던 기억을 물었다.

없는데... (장난스레 웃는다) 장투 사업장 가서 박수 받을 때 기분이 가장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그리고 24일 집회 때 많은 사람들이 참가해서 좋았다.

지난 24일 열렸던 여수 화재참사 1주기 추모집회에는 약 1000여 명이 참가했다. 좋았던 기억을 잠시 떠올리더니 이전 질문이 떠올랐는지, 표정을 바꾸고 힘들었던 마음도 털어 놓는다.

하필 내가 왜 이러고 있나...남을 위해 희생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미 15년 한국에 있어서 노동비자 쟁취해도 난 대상이 안 될 건데, 공격을 받으며 떠날 텐데, 한국 이미지도 훼손할 텐데, 이런 것을 알면서도 왜 하나 고민이 들 때도 있었다. 아무도 없어서 지키는 거다.

그도 계속해서 이주노조에서 활동을 이어간다면 언젠가는 샤말 타파, 안와르, 까지만 등 이전의 지도부들처럼 표적단속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토르나 직무대행은 93년도에 한국 땅에 발을 디뎠다. 벌써 15년이다. 2003년 이주노동자 농성을 거쳐 벌써 두 번째 농성이다. 2003년에도 ‘단속추방 중단,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를 걸고 1년 간 농성을 진행했었다. 여전히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단속추방이라는 위협에 놓여있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3년 11월 시작된 농성의 결과로 이주노동자들의 독자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농성에는 '이주노조 탄압 분쇄'라는 요구가 덧붙여졌다.

그리고 그 동안 '적법절차 없이' 진행된 법무부의 단속에 대해 이주노동자들과 사회운동단체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정부는 아예 '영장 없이도 단속이 가능'하도록 하는 '출입국 관리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래서 이번 농성에는 '출입국관리법 개악저지'라는 요구도 덧붙여졌다.

  1월 20일 '이주노동자탄압중단 출입국 관리법 개악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가 보신각 앞에서 열렸다.

이번 농성이 남긴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단속 추방이 무엇인지, 단속이 왜 생기는 건지 많이들 물어 본다. 출입국 관리법이 무엇인지 관심을 보이고, 토론도 했다. 여러 가지 캠페인도 했다.

이번 농성에서는 장기투쟁사업장과 민주노총이 결합했다는 점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갈수록 연대하는 단위들이 열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노총과 여러 연대했던 단체들에 아쉬운 점은 없는지 살짝 질문을 던져 보았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에 대해 토르나 직무대행은 담담하게 대답한다.

이번 농성 과정에서 대대나 현장을 많이 가 보았다. 조합원들이 이주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서 잘 모르고, 왜 투쟁하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직도 교육이나 알기 위한 노력이 아쉬운 상황이다.

지난 1월 8일 한국기독교회관(KNCC)에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농성단은 민주노총에 이주조직 전담자 배치, 1노조 1계좌 후원, 이주특별위원회 설치 등을 요청한 바 있다.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코스콤 노동자들도 다 싸우고 있다. 민주노총이 해야 할 일이 많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주노조로 힘을 모으고, 노동조합을 확대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였다. 토르나 직무대행은 그 점에서 확신을 보였다.

지역에서의 지지하는 이주노동자들도 많았다. “해야 한다. 열심히 해라, 우리는 지역에서 열심히 하겠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지역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옷도 보내주고, 전화카드도 보내 주었다. 차비도 주고...지역에서 열심히 하겠다는 말에 가장 힘을 많이 얻은 것 같다. 심지어 잘 못하는 한국말이지만 내가 하는 발언을 듣기 위해 집회에 오는 사람도 있었다.(웃음)

농성이 끝나면 3월 말에 이주노조를 재건하는 임시총회를 연다. 이후에 계속 지역 조직화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를 사회적 소수자라고 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인권침해와 탄압이 예상된다.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토르나 직무대행은 여전히 3인 지도부가 강제출국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토르나 직무대행은 99일간의 농성 이후 현장으로 돌아가 지역에서 이주노조를 더욱 튼튼히 하는 일에 매진할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그 동안 연대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전하는 그의 말에서 우리의 ‘희망’은 어쩌면 너무나 단순하지만, 또 너무나 중요한 ‘연대와 단결’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3인 지도부 석방은 못했지만 농성에 참여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한다. 그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파괴된 이주노조도 다시 만들고, 이주노동자들의 문제가 알려질 수 있었다. 이분들의 긍정적인 연대로 투쟁했고, 승리의 희망을 잃지 않았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