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연속2교대, 노동자의 '수명' 대 자본의 '이익'

[기자의 눈] 주간연속2교대제를 둘러싼 현대차 노사의 사투

지난 9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의 임금협상이 결렬됐다. 현대차지부는 10, 11일 부분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사실상 추석 전 타결은 어렵게 됐다.

현대차지부는 지난 2일 잠정합의를 했지만,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37%만이 찬성표를 던져 잠정합의안이 부결됐다. 9일 교섭은 부결 이후 진행된 추가협상이었다. 협상이 결렬되면서 결국 추석 이후 현대차 노사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중동을 비롯한 일간지와 경제지들은 이번 잠정합의안 부결을 ‘배부른 정규직 노동자의 투정’으로 몰고 가고 있다. 언제나 반복되던 레퍼토리다. 하지만 현대차 현장의 분위기는 이전과 다르다. 그 이유는 ‘주간연속2교대’ 때문이다. 현대차 조합원들은 왜 이렇게 주간연속2교대에 목을 매는 것일까.

노동자의 ‘생명’과 자본의 ‘이익’이 달린 주간연속2교대

현대차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이 다른 생산직 노동자의 임금보다 높은 것은 보수언론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보수언론은 현대차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과 야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 07년 현대차 노동자들의 평균노동시간은 2528시간이었다. 2500시간 넘게 일한 노동자는 만 명이 넘어선다. 현대차지부 조합원이 4만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네 명 중 한 명 꼴이다. 현대차 노동자들은 독일 노동자의 평균노동시간인 1480시간(05년 기준)과 비교하면 2배에 달하는 시간을 공장에서 보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밤을 꼬박 새우는 야간노동을 격주마다 해야 한다. 독일수면학회의 “야간교대근무를 하는 노동자는 주간근무만 하는 노동자보다 평균수명이 13년 짧다”는 연구결과만 보더라도 ‘목숨 바쳐 일 한다’는 표현이 과장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결국 현대차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 야간노동으로 돌아오는 것은 ‘귀족 노동자’라는 사회적 비난과 잠만 자러 가는 집뿐이다.

하지만 장시간 노동은 자본의 문제이기도 하다. 자본의 대표 브레인인 삼성경제연구소는 ‘장시간노동실태와 개선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장시간 노동은 조직 피로도를 높여 기업의 비용부담으로 귀결된다”며 이를 위해 “생산성 향상과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적용기간 연장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은 바 있다.

노동강도 강화와 현장권력 약화로 이어진 잠정합의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05년 현대차 단체협상에서 현대차 노사는 ‘주간연속2교대 09년 1월 시행’에 합의했다. 주간연속2교대는 심야노동을 없애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을 앞두고 현대차 노사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줄어드는 노동시간에 따른 임금과 생산성 유지의 문제였다. 전자는 현대차 노동자에게, 후자는 현대차 자본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그리고 협상중단이라는 우여곡절 끝에 잠정합의안이 나왔다. 결과는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생산량을 유지하는 방식이었다. 임금도 생산량이 보전돼야 현행 유지한다는 내용이었다. 현대차 자본은 주간연속2교대로 잃은 것이 없다. 하지만 현대차 노동자에게는 ‘노동강도 강화’라는 선물이 돌아왔고, 덤으로 현장권력도 빼앗길 위기에 부딪혔다.

현대차지부가 아직까지 ‘강성’노조로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것은 대의원들의 역할이 컸다. 대의원들의 힘은 M/H협의(시간당 완성차 생산대수와 투입인원에 대한 노사협상)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조합원들의 생활과 밀접한 연장근로와 노동강도, 배치전환 등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의원은 해당 조합원들의 즉각적 심판을 받기에 조합원의 눈치를 항상 봐야 했다. 하지만 이번 잠정합의는 M/H협의 권한을 주간연속2교대 협의기구로 넘기기로 했다. 이제 극소수의 노조간부들과 사측 관계자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됐다. 이럴 경우 현대차 조합원 다수는 직접적 힘을 행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실력대결에서 누가 이길 것인가

현대차지부 건립 이후 역대 최대의 반대로 부결된 잠정합의안이다. 구조조정의 광풍이 몰아쳤던 98년에도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현대차지부가 추석 전 타결을 짓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은 일제히 경제를 위해 빨리 타결하라고 현대차지부를 압박하고 있다. 주간연속2교대가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어서이다. 현대차 노사의 결론이 금속 제조업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기아차, 자동차 부품사들의 근무형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동자들과 현대차 자본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 사투는 현대차 노동자에게는 ‘수명’이 달린 문제고 현대차 자본에게 ‘이익’이 달린 문제다. 그리고 다수의 제조업 노동자들은 이 사투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있다. 결론은 누가 더 힘을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다. 공은 현대차 노동자들에게 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