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 인정한 학교장 "징계 안돼"

학부모, 중징계 요청한 전북도교육청서 항의

  전라북도교육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서울교육청이 일제고사와 관련해 8명의 교사를 징계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전라북도교육청이 지난 10월 치러진 일제고사 때 현장체험학습을 인정했다며 장수중학교장에 대한 징계의결을 요구한 것이 알려져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2일 도교육청은 징계위원회에 장수중학교장에 대한 중징계 의결을 징계위원회에 요구했다. 징계위원회의 결정을 참고해 도교육감이 최종 징계를 결정하게 된다. 중징계에는 통상 정직, 감봉부터 해임, 파면이 포함된다.

장수중학교는 지난 10월 치러진 일제고사 때 3학년 학생 61명중 15명이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했다. 장수중학교장은 학부모들에게 일일이 현장체험학습 여부를 확인하고 교직원 의견을 수렴해 9명에게 현장체험학습을 인정했다. 이 중 1명이 일제고사에 응해 8명이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했다.

이에 대해 장수교육청은 10월 24일 ‘현장체험학습 허가 불허 방침’을 위반했다며 조사팀을 학교에 보내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이 학교장 징계방침에 대해 반대하는 학부모 서명을 받았고 학부모 232명이 서명했다. 장수중학교 학생은 213명이다. 이를 토대로 이미 지난 10월 28일 학교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징계가 부당하다며 도교육청에서 한차례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학교장에 대한 징계방침이 철회되지 않고 도교육청이 징계를 할 것으로 알려지자 지난 달 26일 장수중학교운영위원회 등 장수지역 10개 시민사회단체가 ‘일제고사 관련 부당징계저지 장수군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장수군대책위는 군 곳곳에 현수막을 게시하고 지난 16일부터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틀만에 5백여 명의 장수군민이 서명에 동참했다. 장수중학교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한명희 씨는 “3천 명이 목표였지만 연말까지 5천 명도 가능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렇게 구성된 장수군대책위원회가 도교육청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18일 오전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 앞서 징계 중단을 촉구하는 1인시위도 진행했다. 장수군대책위는 “교육주체인 학생의 희망과 학부모의 동의에 의해 현장체험학습을 적법하게 인정한 학교장의 행위는 적당한 직무행위”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도교육청이 현장체험학습을 ‘인정’해 ‘출석’처리한 것을 문제삼아 학교장에게 징계의 칼날을 벼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도교육청이 헌장체험학습 관련 법규를 무시하고 학생의 학습권, 학부모의 자녀교육권, 단위학교의 자율권을 박탈하는 반교육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대책위 관계자들이 교육감실로 가려하자 계단에서 교육청 직원들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대책위는 학부모의 선택권을 존중한 학교장에 대한 부당징계 중단, 학습권, 자녀교육권, 학교의 자율권 보장을 도교육청에 촉구했다. 또 교육과학기술부에 농촌학교와 학생들에게 패배감과 절망감만 주는 전국일제고사 중단과 ‘농산어촌교육 지원 특별법’을 제정해 농산어촌교육을 정상화할 것을 촉구했다.

이후 장수군대책위는 교육감 비서실장을 만나 도교육감과 면담일정을 조율하러 비서실에 가려했으나 도교육감실로 향하는 철문이 굳게 잠겨 있어 만날 수 없었다.

대책위 관계자들이 비서실로 향하자 교육청 직원들이 계단에 오르지 못하게 막아 한 때 실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장수군대책위는 공문을 접수하고 교육감 비서실을 통해 면담을 추진했으나 18, 19일은 교육감 일정상 면담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고 오늘 기자회견 후 비서실장을 만나 일정을 조율하기로 미리 약속했으나 비서실장도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장수군 대책위 관계자들이 비서실장을 만나려 했으나 비서실로 향하는 철문이 굳게 잠겨 있어 만나지 못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들은 미리 감사과장과 면담을 준비해 놓은 것으로 보였다. 직원들은 “감사과장을 먼저 만나보고 감사과장이 책임 못지면 그 후에 윗선을 만나는게 순리”라고 주장했으나 대책위는 “감사대상도 아닌데 감사했으니 잘못된 것이고 징계자체가 부당한데 감사과장 말은 들을 필요도 없다”고 일축했다.

대책위는 “이미 연락도 하고 약속도 했는데 문을 걸어 잠근 것은 만남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교육감이 면담 자체를 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 관계자가 어렵게 비서실장과 통화 됐으나 “일정 잡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다음 주에 면담 일정을 잡아 통보하라”고 요구하고 밖으로 나왔다.(박재순 기자)

  한 학부모가 도교육청 직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도교육청 직원들은 "왜 비서실로 가는 입구가 잠겨 있는지"에 대해 모두 '나는 모른다'고 답했다. 감사과장, 중등과장, 심지어 비서실장도 비서실로 가는 철문이 잠긴 이유는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