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한진중 1년 뒤 재취업 권고...조남호 수용

노조, 해고 노동자 등과 논의 후 판단할 듯

  조남호 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권고한 94명의 정리해고자 1년 뒤 ‘재취업’ 안을 수용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8일 자정께 속개한 국정감사에서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농성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과 3명의 농성자가 내려온다는 조건으로 △이날부터 1년 뒤 재취업과 △1년 동안 2천만 원 이내 생계비 지원을 권고했다.

이 권고안은 한나라당이 제안해 민주당, 민주노동당, 자유선진당이 동의한 여야 만장일치 안이다. 여야 환노위 의원들은 7일 오후 7시 30분께 국정감사를 중지하고 3시간여 동안 이채필 노동부 장관과 함께 조남호 회장 설득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남호 회장은 “김진숙 씨가 (크레인에서) 내려오는 것을 전제로 권고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 “노조도 대승적 결단해 달라”

환노위 권고안은 조남호 회장뿐 아니라 노조에게도 동시에 제시하는 안이다. 따라서 노조 쪽이 거부할 경우 합의는 안 될 수 있다. 여야 환노위 의원들은 조남호 회장이 권고안을 받아들이자 여야가 합의의 정치를 이뤘다며 자축하면서도 노조에 권고안 수용을 한목소리로 호소했다.

홍영표 의원은 “노동조합의 주체가 이 자리에서 결정을 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며 “국회의 권고안이지만 노사가 수용을 해서 이 사태가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이제 고공농성중인 김진숙 씨와 3명이 함께 내려올 수 있도록 저희들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동영 의원은 “최근 여야관계에서 드물게 여야와 이채필 장관이 머리를 맞대 한국사회 최대의 쟁점이었던 한진 정리해고 문제 권고안을 만들어 냈다”며 “재취업이라는 말 속에 해고자들은 근속연수가 없어진다는 걱정도 하지만 이 문제도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조 회장과의 대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어 “여야 모두가 힘을 합쳐,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와 우리와 함께 밥도 먹고 협력할 날이 모레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월요일인 10일 조 회장이 노측 대표를 만나겠다고 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이범관 의원(한나라당 환노위 간사)은 “한나라당 의원의 의지를 모아 제가 중재를 했다”며 “홍영표, 홍희덕 의원 같은 분들의 대승적인 협의가 없었으면 절대 이뤄 질 수 없었다. 다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범관 의원은 이어 “큰 합의를 이뤘으니 김진숙 씨와 모든 분이 조속히 내일이라도 내려오시길 바라고, 여야 합의문화가 정치문화를 쇄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미경 민주당 의원도 “이제 노동조합 쪽이 합의를 보다 더 완벽히 이뤄내는 과정이 남아 있다”며 “오늘 여야 간 합의라는 이름으로 제안 드린다. 노동조합도 대승적으로 함께해주셔서 이 합의가 열매 맺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오늘 합의가 일편 다행으로 여기면서도 그렇게 기쁘지만은 않은 게 제 심정”이라며 “여야가 권고안을 어렵게 만들어 냈으니 빠른 시간 안에 노조도 주체를 만들어 김진숙 동지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7일 국회 환경노동위 국정감사에서 증인대표로 증인선서를 하는 조남호 회장

노조, 권고안에 신중하게 접근할 듯

한편 노조는 권고안을 즉각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온 박유기 전 금속노조 위원장에 따르면, 김진숙 지도위원은 권고안을 놓고 정리해고 당사자인 타워크레인 중턱 농성자와 한진중 정리해고 철회 투쟁위원회(정투위), 금속노조가 조직 내에서 논의해보고 판단할 문제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내에서는 이번 권고안 수용을 놓고 격론이 일어날 수도 있다. 상당수 정투위 소속 조합원들은 지난 9월 초 금속노조가 회사 쪽에 제시한 ‘6개월 이내 재고용’ 안도 정리해고자체 문제를 회피하는 안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박유기 전 위원장도 권고안에 대해 조합원이 판단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박 전 위원장은 노동조합의 이런 의사결정 절차를 환노위 의원들에게 알리기 위해 마무리 발언을 요청했지만, 김성순 환노위 위원장은 “증인심문이 다 끝났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