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간부들, ‘대선캠프행 비판’ 기자회견 무산?

특정정당 참여 논란...전현직 간부 ‘선언’도 무기한 연기

민주노총 인사들의 대선캠프행을 비판하려던 전·현직 간부들의 목소리가 힘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그간 민주노총 인사들은 10~11월에 걸쳐 안철수, 문재인 등 대선캠프에 대거 합류해 왔다. 민주노총 내부에서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으며 민주노총은 지난달 25일 성명서를 발표해 “정치공학에 익숙한 관료집단 특유의 입신양명일 뿐 민주노총과는 어떤 인연도 없다”며 “더 이상 노동운동과 민주노총의 이름을 빌어 행세하지 않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지지 선언을 하는 민주노총 사회보험노조 전직 간부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하지만 민주노총 인사들의 대선캠프행이 브레이크를 잡지 못하면서, 민주노총은 노동정치에 대한 현장의 불신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시달리게 됐다. 이에 민주노총 중앙·산별·지역본부 지도위원과 전·현직 임원들은 ‘선언자모임’을 결성해 후속 입장을 발표하기로 합의했다.

‘노동중심의 진보정치’ 선언의 제안자로 이름을 올린 전·현직 임원들은 권영길, 단병호, 천영세, 남상헌, 박순희 민주노총 지도위원과, 정의헌 위원장 직무대행, 양성윤 사무총장 직무대행, 최순영 민주화섬연맹 지도위원, 홍희덕 민주일반연맹 지도위원, 이상무 공공운수연맹 위원장,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등이다.

이들은 지난 8일, 1차 선언자모임 및 기자회견을 개최해 ‘새로운 노동중심의 진보정치’ 추진을 요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 ‘특정 정당’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기자회견이 무기한 연기됐다.

선언자모임 관계자는 “선언자모임이 처음 출발한 목적은 문재인, 안철수 캠프로 이동한 인사들에 대해 강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이었다”며 “하지만 각 캠프와 정당의 인사들이 항의하면서 기자회견이 무기한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선언자모임의 기자회견이 어그러진 최초 발단은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후보가 선언자모임에 관여하면서부터다. 심상정 의원실은 11월 초, 직접 선언자모임 기자회견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기자회견 참석을 예고하면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선언자모임 관계자는 “선언자모임이 사실상 심상정 후보를 도우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심하게 쌓여 여기저기서 협공을 받았다”며 “심상정 후보 측에는 참석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상태지만, 정작 기자회견은 언제 개최될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진보정의당의 경우 민주노총 전현직 인사들이 많기 때문에, 일각에서 오해가 생겼다”며 “불필요한 오해와 분란을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 계획을 다시 논의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선언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민주노총 현직 인사는 “사실 대선 캠프로 간 사람들이 민주노총 전현직 인사들의 선언 발표에 왈가왈부할 입장은 되지 않으며, 이번 선언자모임 역시 민주노총과는 별도로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추진한 것”이라면서 “특정 정당 참여를 둘러싸고 선언에 참가하는 인사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문성현 전 금속연맹위원장, 이경훈 전 현대차지부장 등과 사회보험노조 전현직 활동가 100명은 지난 10월 초, 무더기로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 11월 5일에는 유덕상 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11월 9일에는 이두헌 전 서울본부 부본부장 등이 잇따라 문 캠프로 짐을 쌌다.

10월 말에는 이용식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과 이영희 전 민주노총 정치위원장 등 30여 명의 전현직 간부들이 안철수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통합진보당에도 민주노총 인사들이 합류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7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김영훈 위원장과 동반사퇴한 강승철 전 사무총장 역시 이정희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같은날 사퇴한 노우정 전 부위원장 역시 공동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