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 불가피, 보건의료노조 성찰 계기 되길"

[인터뷰] 보건의료노조 제명 결정, 김애란 전 서울대지부장

지난해 보건의료 산별협약 10장 2조에 대한 폐기를 주장하며, 지부 조건부 탈퇴를 결의한 바 있는 김애란 전 서울대병원지부장이 보건의료노조에서 제명됐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4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조직명예훼손, 결의사항 위반 등을 이유로 김 전 지부장을 제명시키기로 하고, 다만 오는 31일 임시대의원대회까지 조직적인 사과 및 조건부 산별탈퇴 결의를 철회할 경우에는 경징계로 수준을 낮추기로 했다.

서울대 마로니에 병원 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김애란 전 지부장은 보건의료노조의 제명 결정에 대해 이제는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조건부 징계결정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지부의 입장을 이미 여러 차례 밝혔음에도 다시 조건을 단 징계를 결정한 건 징계를 하지 않기 위한 최선을 노력을 했다는 면죄부를 스스로 부여하고 이후 산별교섭 자체에 힘이 빠질 것을 우려한 비겁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김애란 전 지부장이 가장 분노하는 부분은 “국공립대 병원 전체가 앞으로 겪게 될 치과병원 분리와 이에 따른 병원 측의 노조 와해 전략의 첫 사례인 서울대치과병원 운영 규정 변경의 문제를 징계문제와 연결시켜 흥정하려 한 보건의료 노조의 태도”이다.

김애란 전 지부장은 “서울대병원지부로서는 이제 보건의료노조 탈퇴라는 결정을 이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노조의 공식 입장이고, 새로운 조직 전환의 문제 역시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지만, “보건의료노조가 이미 산별합의안 문제로 불거진 내부의 문제제기를 서울대병원 하나의 문제로 치부하고 덮고 가려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향후 보건의료노조의 발전은 난망할 것”이라고 말한다.

“산별합의안과 관련해 8개 국립대병원의 공식 요청과 대경본부 9개 지부의 공식적 문제제기, 10장 2조 폐기를 공약으로 걸고 당선한 적십자 19개 본부 새 의장들의 목소리를 간과하지 말라”는 것이다.

획기적인 변수가 없는 한 서울대병원지부의 보건의료노조 탈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애란 전 지부장은 구체적인 연맹을 거론하는 부분에는 조심스러워 했지만, “서울대병원지부가 보건의료노조를 탈퇴해도 기업별 노조로 남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05년 비정규직 문제를 주된 투쟁 계획으로 잡고 있다”는 김애란 전 지부장은 “서울대지부 탈퇴가 보건의료노조의 자성과 성찰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염려와 “서울대지부도 그러하겠지만, 우리가 왜 노조라는 걸 설립했고 그걸 지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헌신했는지, 그 힘을 무엇을 했는지 우리 선배동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길을 가자”는 결의로 말을 맺었다.

김애란 전 지부장과의 1문1답이다.

근황은 어떤가

집행부가 새로 들어서고, 현재는 부지부장으로 보라매 서울대병원을 담당하고 있다. 노조의 2005년 이후 사업과 투쟁 준비로 분주한 날을 보내고 있다.

제명 결정으로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어느 정도 예상했다. 그런데 또다시 조건부 결정이 날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1월 17일 중집 이후에도 본조는 “한 달간 시간을 줄 테니 산별합의안 10장 2조 폐기 요구를 철회하고 사과하면 치과병원 운영 규정을 논의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우리 지부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걸 알면서 운영규정 문제와 흥정을 거는 것 아닌가?
이미 지난 해 9월 15일 중앙위에서 징계를 결정했다. 그 때도 양정은 철회나 사과여부를 조건부로 남겼다. 몇 개월 동안 산별합의안 10장 2조에 대한 지부의 입장이 변하지 않았는데, 다시 조건을 걸고 제명을 결정한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어째서 그런 조건들을 계속 다는 것인가?

10장 2조에 대한 지부의 문제의식조차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 조건을 걸며, 징계하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는 명분을 갖고자 하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그리고 이후 산별교섭 진행에서 산별교섭 자체가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염려 때문에 우리 지부에 계속 그런 조건들을 던지는 것이다.
조건부 탈퇴는 조합원의 89.9%가 투표로 동의한 사항이다. 임의로 철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산별교섭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보건의료의 염려는 어떤 것인가?

서울대병원이 국립대 병원과 전체 보건의료노조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상징이 있다. 그건 나 개인이나 우리 병원이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라, 규모나 상징성에 있어서 병원 쪽에서도 서울대병원의 결정을 지켜보며 바로미터로 삼는 부분이 있고, 앞선 선배들의 투쟁의 역사도 있는 거다. 지난 해 산별합의안 10장 2조와 나에 대한 징계의 부당함에 대해서 8개 국립대 병원, 대경본부 8개 지부, 울산대 병원에서 계속 문제제기가 있었다. 적십자 병원 19개 본부 새 선임 의장도 10장 2조 폐기를 공약으로 걸고 당선된 것까지 이런 문제제기를 무시하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10장 2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부분에서 서울대지부와 다르지 않으니 우리도 징계해 달라”는 요청을 하는 지부까지 있음에도 본조는 이 문제가 확산되는 것을 봉쇄하려는 것이다.

산별교섭자체의 성사여부가 보건 최대 관심거리이니 역사적 산별교섭이라는 포장을 할 뿐 그 역사적 산별총파업이 어떤 문제를 남겼는지 제대로 평가하고, 어떤 요구와 힘으로 이후 산별교섭을 관철할지는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 걱정스러울 뿐이다.

조합원이나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산별 내에서 문제제기를 한 것을 이유로, 더구나 그러한 문제제기가 여러 단위에서 나오고 있음에도 징계 결정이 내려지는 모습을 보며 조합원들의 분노가 크다. 조합원 전체의 의사를 이유로 지부장을 징계한 것 아닌가.

지난 해 43일간의 파업 과정에서 10장 2조에 대한 문제제기를 이유로 본조는 우리의 파업을 방기했다. 그리고 전혀 다른 문제인 치과병원의 어용노조 추진에 대한 입장을 모호히 하며 사과와 철회를 조건으로 지부 규약 변경을 흥정의 대상으로 삼았다. 조합원들의 분노를 더 말해 무엇 하겠나.

지난해 9월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산별합의안 10장 2조 폐기와 징계 철회 안건 상정 여부를 논의할 때, 윤영규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내부에서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고, 그런 평가 속에 내부에서 문제를 풀어가게 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후 평가나 지부와의 별도의 대화는 있었나?

별도의 평가 토론회는 없었던 걸로 안다. 지부와도 징계 문제 등으로 따로 대화를 해 본적 없다. 치과병원 운영 규정 승인 문제로 지난 해 10월 단식도 했지만, 승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9일 보건 대대에서도 치과규정 안건 상정이 부결됐다. 조건부 탈퇴를 결의한 어차피 나갈 지부라는 거다. 심지어는 10장 2조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공식적으로 평가서에 넣는 문제도 부결될 정도다.

현재 치과병원 상황을 얘기해 달라

아무 것도 추진된 것이 없다. 치과병원노조추진위에서는 기업별 노조나 보건의료 내 치과지부로 가려는 건데, 지부는 하나로 존재하는 것이 원칙이고 별도 지부는 안 된다는 것, 보건의료노조가 공인한 것이고 기업별 노조는 복수노조가 걸려서 안 된다.

지난 해 단체교섭에서 병원은 8월부터 치과병원에 노조 사무실 제공을 약속했고, 단체 교섭도 진행해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부당노동행위로 지방노동위에 진정했는데, 본조 사무직대가 “치과병원 조합원은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이지 서울대지부 조합원이 아니”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해서 부당노동행위가 기각됐다.

상황이 교착 상태에서 진전이 없자 치과조합원들의 마음이 동요하고 있고, 아무 것이든 당장 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다는 자포자기 상태도 있다. 조직적으로 굉장히 힘든 상태다. 병원으로서는 온통 치과병원에 붙어서 개입하고 있다. 연말에 치과에서 성과급까지 던져주고 있으니 더 조합원들이 혼란스러운 거다. 지금 당장이야 달지만, 앞으로 서울대병원과 노조를 분리시키고 다양하게 드러내놓고 진행할 구조조정을 어떻게 막아낼 지 걱정이다.

국립대 병원 치과병동 분리는 그 자체가 구조조정이고, 이후 현장에서 진행될 구조조정은 너무나 명확하다. 서울대 병원에서 진행되는 어용노조 추진과 이후 구조조정은 신호탄일 뿐이다.

서울대지부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여러 차례 말했고 그렇다면 탈퇴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후 어떤 계획을 갖고 있고, 그 계획은 언제쯤 가시화되나

산별합의안 10장 2조 문제 해결이 안 되면 보건의료노조 탈회하는 것은 조합원과의 약속이다. 이후 조직의 상을 조합원들과 논의 중이다. 기업별 노조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적당한 연맹이 있지 않겠나.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다.

98년 산별로 가면서 기업별 노조가 할 수 없는 산별의 힘과 기능을 많이 예기했고 8년이 지난 첫 치른 산별교섭에서 조합원들이 많은 상처를 받았다.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혹시 “서울대 병원 혼자 있어요”라고 말하는 조합원들이 있지 않을까 내심 염려했었다. 그러나 그런 조합원은 없더라. 혼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걸 조합원들도 인식하고 있는 거다. 그나마 그게 8년의 성과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울대병원지부 외에도 10장 2조에 대해 문제제기한 다른 지부도 많다. 혹 조직적 탈퇴나 이후에 라도 조직적 결합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인가?

내가 말하기 조심스런 부분이다. 그러나 10장 2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여전한 상태에서 이후 산별교섭에 참여할 것이냐, 혹은 탈퇴할 거냐의 고민 정도는 진행되지 않겠나. 그러나 10장 2조에 대한 문제와 조직의 구조를 바꾸는 문제는 의식 발전의 속도가 다른 문제가 아니겠나. 우리 지부는 43일간의 파업을 벌이며 산별합의안의 문제와 보건의료본조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봤지만, 다른 지부는 아직 조직적 형태 변경의 고민까지 확산되지는 않았다고 보는 게 맞을 거 같다.

그러나 자신들과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지부가 그 문제의식으로 징계를 받는 모습을 보며 더 이상 보건의료노조에 희망이 없다는 말들을 한다. 대경본부 8개 지부가 “우리도 징계하라”는 공문을 보내고 있지만 묵살하고 있다.

그런 식의 무마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민주노총은 2005년을 산별전환의 기점을 만드는 해로 말하고 있다.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이 어떤 모습을 가져가야 한다고 보는가

지난해 보건의료노조는 첫 산별교섭을 성사시켰다.

산별교섭과 산별투쟁은 사회적으로 낮은 위치를 점하는 자들과의 연대가 되게 하는 게 그 순기능이다. 그런 관점에서 요구사항이 나와야 한다. 보건의료 산별의 힘은 취약한 의료보장, 의료시장개방을 저지하는 등 의료공공성 강화를 요구로 거는 걸고 투쟁으로 쟁취하는 것에 있다. 그러나 실제 우리의 투쟁은 그러지 못했고, 심지어 우리 내부에서 노동자들을 차별하는 안을 받고 이를 넘지 못하도록 못 밖았다.

집단의 이익을 위한, 혹은 집단 내 거대 단위의 이익을 위한 산별은 내부와 사회로부터 힘을 얻을 수 없다. 전체 조합원의 힘으로 투쟁하고 교섭을 쟁취해 열악한 비정규직과 다수 노동자의 유익함이 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무엇 하러 산별을 하나

그리고 무엇보다 산별내의 민주적 의사 구조가 관철되야 한다. 산별이 소수 상층의 권력이 되서는 안 된다.

서울대지부가 탈퇴한다 해도 보건의료내의 문제가 봉합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에서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서울대 지부의 탈퇴를 10장 2조에 대한 공론화와 토론, 반성과 자성의 계기로 삼아 더 발전된 모습으로 가길 바란다. 서울대지부의 탈퇴는 일정부분 조직 훼손이라는 상처다. 정말 성찰하는 계기로 삼지 않는다면 우리 지부의 문제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대지부도 그러하겠지만, 우리가 왜 노조라는 걸 설립했고 그걸 지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헌신했는지, 그 힘을 무엇을 했는지 우리 선배동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길을 가자.

끝으로 2005년 서울대지부의 핵심 사업 계획을 말해 달라

작년 파업 과정에서 해결하지 못한 무노동무임금 문제해결이 중요하다. 또한 여전히 서울대병원의 단기병상제, 병실료 인하 등 의료 공공성 강화 문제도 주된 사업이다. 그리고 서울대병원에도 비정규직이 참 많은데 직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를 중요한 투쟁 과제로 삼고 있다. 과거와 달리 신참 간호사들의 경우 대부분 정규직이전에 비정규직의 경험이 있고, 지난 해 43일간의 파업 과정에서 의식적인 성장이 많았기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를 ‘남의 문제’로 생각하는 부분이 많이 해소됐다고 본다. 차근차근 풀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