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안내사, 이젠 노동자로 불러라

[통역안내사 집중취재](1) - 대법원, 자유소득업자 아니다 판결

계약직 관광통역안내사 집중취재 기사를 6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부득이 취재원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를 구합니다. - 편집자 주

지난 해 12월 21일 대법원은 대한여행사 ‘전속 계약직 관광통역안내사(계약직 안내사)'인 A씨를 자유소득업자로 분류해 계약해지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한여행사는 '계약직 안내사는 팁과 쇼핑수수료로 수익을 얻는 자유소득업자'라고 주장하며, 'A씨를 계약해지 한 것이지, 해고한 것이 아니'라고 밝혀 왔다.

2004년에 대한여행사가 해고한 A씨에 대해 이미 지방노동위, 중앙노동위 심판과 행정소송에서 부당해고가 인정된다는 판결이 있었다. 대한여행사는 이에 불복하고 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지난해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대한여행사 계약직 안내사들은 서울지역여성노조에 가입하여, 사측에 단체협약과 A씨의 복직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사측은 A씨의 대법원 판결 이후에 보자고 교섭을 미뤘다.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사측이 단체교섭과 복직을 미루자, 서울지역여성노조 관광통역안내사지부는 지난 1월 23일 서초동 대한여행사 정문 앞에서 규탄집회를 개최하였다.

또한 대한여행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 계약직 안내사에게 정규직 발령동의서와 동시에 포괄임금계약서에 싸인 할 것을 종용하였다.

포괄임금계약서는 법정최저임금이 보장되던 정규직원들에게 2004년도에 급여체계를 ‘월 급여 25만원’으로 변경하며 만들어진 것이다.

노조는 “법정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포괄임금계약서는 노예문서에 서명하라는 것이다”며 반발을 하고 나섰다.

13년 동안 대한여행사에 근무한 B 조합원은 “정직원으로 입사하였는데, 결혼 후 임신을 하자 계약직 직원으로 전환하라는 회사의 요구에 사직서를 내고 계약직 직원이 되었다. 둘째 애를 임신을 하고 휴가를 요청하자 계약직이 아닌 파트타임으로 일하라고 해서 불룩한 배를 해 가지고 임신 8개월이 되도록 일을 했다”고 한다.

“이제는 계약직 안내사가 노동자라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나니, 정규직이 되라고 강요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정규직은 처음 정규직으로 입사할 때 호봉이 보장되고, 최저임금이 보장된 정규직이 아니라 포괄임금 25만원 받는 직원이 되라는 것이다”며 “포괄임금제를 강요받는 정규직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물건도 아닌데, 정규직 계약직 파트타임으로 제멋대로 입맛에 맞춰 바꾸고 있다. 먼저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하고, 조합과 대화와 합의를 통하는 게 순서에 맞다”고 주장한다.

여성노조는 “25만원 임금을 받는 허울 뿐인 정규직이다. 회사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시키는 모범 사례로 선전을 하고 있다. 정규직 시켜주겠다는 데 왜 거부 하냐며 조합원에게 압력을 넣는다. 알갱이 없는 빈 껍질만을 가지고, 정규직 전환이라는 선심을 쓰는 듯 악선전을 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조합원들은 규탄집회에서 “포괄임금제에 동의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업무를 제대로 배당받지 못하여 ‘준해고’ 상태”라며, “성실교섭, 업무배정의 공정성, 최저임금보장, 임신 추산 휴가 보장, 근로기준법 적용” 등을 대한여행사에 요구했다.

관광통역안내사는 국가자격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받는다. 대한여행사 계약직 안내사들은 기본급 20만원을 받는다. 업무를 배당 받으면 하루 7천원에서 1만원의 수당을 받아왔다. 하루 20시간을 일하는 경우에도 잔업, 야근 수당 등이 전혀 없어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로 알려졌다.

대한여행사는 1912년 일본의 동아교통공사(현 JTB)의 조선지사로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여행사로 알려져 있다. 1963년에는 현재 한국관광공사의 전신인 국제관광공사 산하기관으로 있기도 했다.

문화관광부는 매년 우수여행업체로 선정하였다. 일본인 관광객 유치 선두기업으로 알려진 대한여행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여행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