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통역사, 일당 7천 원?

[통역안내사 집중취재](4) - 관광통역안내사냐? 전문 산악인이냐?

계약직 관광통역안내사 집중취재 기사를 6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부득이 취재원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를 구합니다. - 편집자 주


관광통역안내사에게는 ‘특수투어’라는 업무가 있다. 일반적인 관광통역업무를 넘어서는 일이다.

H씨가 다니는 여행사가 정부기관 등에서 동시통역 일을 수주하면, 이 업무를 맡아 진행하는 사람은 관광통역안내사다. 일본 현의원(지방의회)들이 정부기관 등을 방문하면, 회의를 비롯한 일정을 동행하며 동시통역 일을 수행해야한다.

여행사는 얼마에 수주했는지는 모르지만 관광통역안내사인 H씨가 받는 하루 수당은 7천원이다.

관관통역안내사가 동시통역을 수행하는 일은 보통 곤욕스러운 것이 아니다. 전문적인 용어도 많고, 동시통역을 수행하려면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몇 배나 심한 편이다.

한국수행원들이 처음 관광가이드들이라고 하면, 얕잡아 보고 ‘H양, I양’하고 부른다. 하지만 통역의 업무를 잘 수행하고 나면, ‘H 선생, I 선생’하며 호칭이 바뀐다.

동시통역 업무는 수당을 얼마 받느냐를 떠나 직업에 대한 자부심으로 버텨 나갈 만 하다.

H씨가 잊지 못할 일은 생명을 담보하고 산행 가이드 업무를 맡은 일이다. 일본의 S사가 직원들 정신교육을 한국에서 진행하는데, 교육과정에 산악훈련이 있다.

마침 이 산악훈련을 하기로 한 날 폭설이 왔다. 눈이 허벅지까지 쌓이고, 북학산은 ‘입산금지’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산악훈련은 강행이었다.

입산금지인데도 산악훈련을 위해 입산을 허용한 까닭은 일본의 S사가 “서울시에 막대한 금액을 기부했기 때문”이라고 H씨는 말한다.

“가슴까지 눈이 왔는데, 전문 산악인도 아닌 우리한테 앞장을 서라는 거예요. 통역 안내가 아니잖아요? 우리에게 준 장비는 아이젠이 전부예요? 아무도 오르지 않은 눈에 파묻힌 산을 앞장서서 오르라고 하는데, 무서워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장에서 시키는 일이기에 앞장을 섰다고 H씨는 말한다. “결국 날이 어두워져 정상까지는 못 가고 하산을 했지요. 동료 네 명과 함께 앞장을 섰는데, 하산을 할 때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먹고살기 위해 목숨까지 걸고 일을 해야 하나?하는 생각도 들고, 돈벌이를 위해 사지로 내모는 회사가 야비하기도 하고요.”

‘특수투어’라고 해서 직원들에게 특별수당이 지급되는 것도 아니다. 주 고객이 되는 일본의 여행사나 수학여행 사전 답사를 오는 일본 선생들의 가이드 역할도 ‘특수투어’라고 해서 몇 배의 고된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H씨는 십수 년을 관관통역안내사로 근무를 한 베테랑이다. 국내에서 알아주는 여행사의 계약직 직원인 H씨의 급여통장은 월 20만원에, 업무를 배당받은 날만 주어지는 일당 7천원이 더해진다.

관광 성수기에는 한달에 업무배당을 20-25일을 받는다. 업무가 주어지면, 하루 전날 출근을 해서 업무지시와 업무준비를 한다. 성수기에는 한달 꼬박 출근하는 셈이다.

준비를 위해 출근하는 날은 수당이 없다. H씨의 급여통장에 찍히는 금액은 50만원이 되지 않는다.

한때 쇼핑 수수료가 더해져 100만원이 넘게 찍힌 적도 있었다. 여행사가 계약한 상가로 고객을 데려가면, 고객이 구매한 금액의 일정비율을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쇼핑수수료로 상가 주인이 입금해 준다.

그런 봄날도 사라졌다. 일본 관광객의 주머니는 이제 쉽게 열리지 않는다. 쇼핑수수료로 입금되는 금액이 일만원도 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 하루 네 시간을 자며 20시간을 일을 해 찍힌 통장의 50만원. 베테랑 관광통역안내사 H씨는 절로 한숨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