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통역안내노동자의 하루

[통역안내사 집중취재](3) - 70년대 평화시장과 뭐가 다르나

계약직 관광통역안내사 집중취재 기사를 6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부득이 취재원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를 구합니다. - 편집자 주


관광통역안내사를 취재하며 든 생각은 70년대 평화시장이다. 근로기준법은 관광통역안내사에게는 찾아볼 수 없다.

20만 원의 기본급, 하루 20시간 근무해도 잔업수당은 없어요, 여행사가 지정한 상가에만 가서 고객이 물건을 많이 사게 하라, 그러면 회사가 아닌 상가 주인이 너희에게 수당을 줄 거다.

C씨는 업무 배당이 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여행사로 간다. 친구와 약속이 있었지만 부랴부랴 취소한다.

일본에서 고등학생 300명이 수학여행을 오는데, C씨가 가이드로 배정됐다. 고객에 대한 주의사항을 지시받고, 일정표를 읽는다. 가라고 지정한 사우나에 가야하고, 지정한 식당에 가야하고, 지정한 상가에 가야 한다. 지정되지 않은 곳으로 고객을 안내했다가는 해고를 감수해야 한다.

배당 받은 업무와 관련한 회의와 지시를 받고, 법인카드와 경비 등 준비물을 챙겨 퇴근한다. 약속도 취소하고 회사에 출근을 했지만 오늘은 하루 수당인 7,000원을 받지 못한다.

다음날 오전 8시, 인천공항으로 갔다. 비행기는 9시 도착이지만, 고객보다 1시간 먼저 도착해서 고객 맞을 준비를 하는 게 원칙이다. 함께 배정받은 가이드 D씨는 8시 40분에 도착을 했다. 지각이다.

지난 번 동료 E씨는 30분 늦었다고 징계 1개월을 먹었다. 지각을 한 D의 얼굴이 창백하다. 하필 오늘 출근하는데 교통사고가 날 게 뭐람. 징계 기간 먹고 살 일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관광버스를 타고 서울 안내에 들어간다. 버스를 타면 버스 가는 방향을 쳐다보지 못한다. 늘 고객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움직이는 버스에서 내내 서있어야 한다. 앉아서 졸다가는 경을 친다.

동료 F는 경주까지 가는 장거리 여행에서 자리에 앉았다가 피곤에 못 이겨 잠시 존 적이 있다. 그 날 저녁 호텔 로비에 모든 가이드들이 일렬로 줄을 서서 호되게 욕을 먹어야 했다. 호텔을 오가는 사람들이 재밌다는 듯 쳐다본다. 부끄러워 혼이 났다.

경북궁으로 남산으로 하루 종일 돌고 숙소인 호텔로 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본 수학여행단은 그 날 그날 평가 시간을 갖는다. 평가가 끝날 때까지 있어야 한다.

밤 열 시, 선생님들 평가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과일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다. C씨는 부랴부랴 과일을 깎아 올려다 준다. 계단을 내려오는 데 무릎이 쑤시고 현기증이 난다. 픽 쓰러질 뻔했다. 계단 안전대를 잡고 한참을 앉아있었다.

동료 G는 호텔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서 목과 허리를 다쳐 두 달째 누워있다. 산재는커녕 병원비도 받지 못하였다. 일을 하지 못하니 수당도 없다. 다치지 않은 C씨는 돈을 번 거다.

밤 열한시 반, 고객들은 잠자리로 들어갔다. 이제 집으로 가는 게 아니다. 가이드들끼리 모여 내일 일정에 대한 회의를 해야 한다. 날이 바뀌어 영시 삼십분, 이제 업무가 끝났다.

이미 집으로 가는 대중교통은 없다. 택시를 잡는다. 집에 도착하니 심야할증이 붙어 요금이 3만2천원이 나왔다. 오늘 수당 1만원, 교통비 1만원 해서 2만원을 벌었다. 오늘은 돈을 번 것이 아니라 1만2천 원을 날린 거다. 차비도 안 된다는 말이 꼭 맞다. 70년대 버스비가 고작이라던 시다의 월급이 생각난다.

새벽 1시 30분. 집에 와서 씻으려고 하니 전화가 온다. 고객 한사람이 배탈이란다.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로 간다. 휴대폰 번호를 남겨두고 오기를 잘했지. 만약 고객에게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오면 징계다. 퇴근해도 긴급 상황은 가이드 몫이다.

응급실을 다녀오니 새벽 4시 20분. 벌써 동료 가이드들이 출근을 한다. 고객 기상시간이 5시인데, 30분 전에 도착해야 한다. 동료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나왔다. 호텔에서 모닝콜을 제대로 해서 깨우는지 확인하는 일도 가이드의 중요한 일.

자유소득업자 관광통역안내사 C씨는 한숨도 못 자고 다음날 일정을 시작한다. 노동법을 적용받지 못한 C씨는 노동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