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여행사, ‘계약직원 가라오케에서 돈 번다’ 비하

[통역안내사 집중취재](2) - 4대 보험 적선하는 회사

계약직 관광통역안내사 집중취재 기사를 6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부득이 취재원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를 구합니다. - 편집자 주

지난해 12월 21일 대법원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A씨는 “재판에서 이겼지만, 소송과정에서 받은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지는 못할 것이다”고 밝혔다.

계약직 관광통역안내사로 일한 A씨가 근로자가 아니라 자유소득업자 임을 주장하기 위해, "대한여행사는 관광통역안내 업무를 하며 뒤로는 암암리 가라오케에서 돈을 버는 등 숨겨진 수입이 많은 자유소득업자라는 답변서를 소송과정에서 제출하였다"고 A씨가 주장하였다.

또한 대한여행사는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을 적용하며 계약직 안내사를 근무 시킨 것이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자, “계약직 직원에게 4대 보험 적용은 회사가 계약직에게 적선한 것이다고 사측이 주장하였다"고 A씨는 말한다.

복직판결을 받은 A씨는 “회사가 아무리 법정 다툼을 한다지만 이런 이야기를 서슴없이 한다는 것은 야비하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여행사가 자신의 직원을 상대로 삼류잡지와 같은 유언비어를 날포하다니 말이 되냐. 그렇다면 회사가 직원을 돈벌이로 이용한 것 아니냐”며 분노하였다.

A씨는 1989년 대한여행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하여, 해고 전까지 16년을 일해 왔다. 1996년 임신 등의 사유로 계약직으로 전환한 뒤에 호봉은 사라졌지만, 회사는 A씨에게 팀장 직책은 계속 유지하도록 했다.

“비정규직이 되어도 나에게 팀장을 맡긴 회사가 아닌가. 수당도 없는 팀장이었지만 돈을 떠나 회사를 위해 16년을 일해 왔다. 이제와서 4대 보험은 적선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우리가 일을 했지, 동냥을 했는가? 적선은 수당도 없이 묵묵히 일을 한 직원들이 한 거 아니냐.”

A씨는 누구에게도 이 말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회사의 답변서를 읽으며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고 한다. “가족에게 말할 수도 없고, 친구한테도 이걸 보여줄 수도 없잖아요. 혼자 앓다보니 속병이 생겼어요. 꿈에서도 가라오케니, 적선이니 하는 말이 떠오르곤 해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A씨는 컸다고 한다. 대한여행사 직원이라는 자긍심으로 일을 했다고 한다. “최고의 여행사의 직원인 만큼, 외국 고객에게 우리나라를 잘 알리려고 정치, 경제, 역사, 문화 등 가리지 않고 공부를 하며 일을 했다”고 한다. A씨는 "통역안내사가 천직이라 여기고 뒤늦은 나이에 야간대학에 입학까지 하며 공부를 했다”고 한다.

“관광통역안내사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과 하루 서너 시간 잠을 자며 일을 하는 고된 노동이다. 하지만 이 직업이 국위를 선양하는 일이며, 관광수익을 통하여 외화를 버는 일이라는 자긍심으로 일을 한다”며, “나를 부당하게 해고하기 위해 전체 관광통역안내사를 모욕하는 것이다”며 울분을 터뜨린다.

“열 살 된 딸에게 부끄럽지 않는 엄마가 되기 위해서 힘든 해고 생활을 버티며 재판을 해왔다”며, “법으로는 이겼지만 빼앗기고 짓밟힌 권리와 인격은 어디서 찾냐”고 호소한다.

입술을 바르르 떨며, 눈물을 글썽이며, 끝까지 말을 이어가던 A씨의 얼굴이 마침내 흠뻑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