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1월 사측의 일방적인 성과급 삭감 문제를 놓고 심각한 대립을 겪은 바 있다. 당시 대부분의 언론들은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노조의 파업은 국민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며 모든 문제를 노조의 탓으로 돌려 노조에게 파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런 언론들의 보도는 현대차 노조가 왜 파업을 하는지, 무엇이 노동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는지는 없었다.
요즘 현대차의 노사관계가 다시 이슈로 떠올랐는데, 이는 지난 8일 현대차 노사가 노사전문위원회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는 “중장기적 노사신뢰 구축과 발전적 노사문화 토대 마련을 위해” 노사전문위원회를 구성했다라고 밝혔다. 노사전문위원회는 노사가 각 각 5인 씩 추천한 외부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울산과 서울에 사무실을 개소했다. 노사전문위원회 구성에는 지난 파업 이후 노사갈등에 대한 여론의 압박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무조건 양보하고 상생하면 좋은 것인가
이에 대한 한겨레의 보도태도를 살펴본다. 한겨레의 보도방향은 지난 1월 파업 당시 다른 언론과 별 차이가 없었다. 지난 파업사태에 대한 한겨레의 보도는 파업 마무리 직후인 1월 18일에 나온 기사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한겨레는 ‘노사 한 발 씩 양보해 조기 수습, 극한대치 되풀이 이제 바뀌나’라는 기사를 통해 파업사태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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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현대차 노사는 이번에 과거와 달리 서로 한 발씩 양보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서 노사 상생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라며 “파업 이틀 만에 이뤄진 합의는 관행을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노조 설립 이후 최단시간 파업이라는 기록도 남겼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현대차가 아직 갈 길은 멀다”라며 “환율 하락, 고질적인 노사갈등, 경영진과 노조의 비리사건 같은 악재들이 뒤엉키면서 지난해 현대차는 해외 주요 시장에서 판매 증가율이 크게 둔화했다”라고 경제에 대한 걱정도 잊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왜 현대차 노사가 대립했는가의 문제이다. 당시 파업의 핵심은 노사의 약속으로 지켜져 왔던 성과급 지급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깬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측이 언제든지 노조와의 약속을 깰 수 있는, 사측이 노조를 동등한 관계로 인식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갈등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한겨레가 계속 보도해 왔듯이 노사가 대화로 상생해야 한다는 당위로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노사 상생에 한 몫 하는 한겨레
또한 한겨레는 노사전문위원회 결정에 대해 결성 다음 날인 2월 9일 ‘현대차 상생 외부전문가가 이끈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한겨레는 “현대자동차가 노사대타협과 상생발전의 길로 가는 시동을 걸었다”라고 노사전문위원회 구성을 적극 환영하며, “현대차 노사는 대립적 노사문화의 상징인데다 국내 제조업 노사문제의 집적지로 취급 당해왔다”라며 “외부전문가들의 조직적 참여로 새로운 노사관계를 구축할 경우 제조업 전반의 노사관계 개선을 선도하는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 된다”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어 2월 22일 노사전문위원회 대표인 박태주 씨를 단독으로 인터뷰 해 1면에 실었다. 제목은 ‘현대차 이대로는 미래없다. 노사 빅딜해야’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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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현대차가 세계 인류기업으로 발전하려면 회사는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노조는 유연한 생산방식 도입과 생산성 향상에 협조하는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라며 “현대차가 이런 해법을 통해 노사 대타협과 상생을 이룰 경우 한국기업 전반의 노사관계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박태주 대표의 말을 인용해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노사불신이 치명적 덫이 되고 있다”라며 “노동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고용불안을 없애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 끊임없는 ‘성장’ 논리, 신자유주의 성장이 노동자에게 도움?
결국 또 다시 세계인류기업, 글로벌기업이란 말로 표현되는 성장주의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모든 갈등을 봉합해 버리는 핵심 단어 중 하나는 ‘성장’이다. 나라경제가 어려우니까 우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미FTA를 체결해야 하고, 평택미군기지를 이전해야 하고, 노동자들은 파업을 하면 안 되고... 이런 말의 핵심에는 ‘성장’이라는 단어가 있는 것이다.
지금의 성장이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고통을 요구하는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면, 그 성장은 노동자 민중을 위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성장을 위해서 노사는 상생을 해야 한다는 한겨레의 말은 보수언론의 노동자 몰아세우기와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물론 말로 잘 해결하고, 평화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더욱더 중요한 것은 평화적 문제해결방식이 가능하기 위한 조건이다. 무조건 상생을 외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겨레는 지난 민주노총 선거보도에서도 보여주었듯이 노사간 합의, 상생을 중요하게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노사간 합의는 노동자들에게 또 다시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금 필요한 보도는 상생이 가능하기 위한 조건에 대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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