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천정배, 기댈 곳은 오직 민주노동당 뿐?

한나라.구여권 외면, 민노 “단순히 몰아붙일 일 아니다”

'反FTA'라는 승부수를 던지고 단식농성을 진행 중인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천정배 민생정치준비모임 의원의 앞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일부 지지그룹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한나라당은 물론이거니와 구여권 내부에서도 이들의 행보에 손을 들어주는 세력을 찾기란 힘들다. 단식농성으로 명분을 챙기기는커녕 오히려 ‘대선용 정치쇼’, ‘말 바꾸기’ 라는 역풍을 맞는 분위기다.

기댈 곳 없는 김근태․천정배의 '反FTA'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김근태, 천정배 의원의 “충정을 이해한다”는 선에서 토닥일 뿐 입장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구여권 인사들은 이들에게 가시 섞인 비판을 늘어놓고 있다.

송영길 열린우리당 사무총장은 28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뉴스레이다’)에 출연해 “지금 단계에서는 FTA 협상을 한다, 안 한다 문제는 이미 지난 상황”이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하고 최종적으로 도저히 협상이 합의가 안돼서 결렬될 수는 있겠지만, 국가간의 협상을 시작하게 해 놓고 일방적으로 중단 할 수는 없다”라고 ‘졸속 협상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김근태, 천정배 의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또 “국회의원이 헌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최대한 활용해서 정부로부터 보고도 받고 분석도하고 논의를 해서 국민들에게 다가가야지, 그렇게 국민들의 편 가르기에 편승해서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만이 아니다. 강봉균 통합신당모임 의원도 28일 SBS 라디오 프로그램(‘김신명숙의 전망대’)에 출연해 “현재로서는 협상 결과를 아직 우리가 모르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협상 자체가 실패할 것이 뻔하니까 중단하라는 요구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강봉균 의원은 27일 한 토론회에서도 “국가와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정치인들이 한미 FTA 협상을 반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FTA 자체 반대하는 것 아니면서 ‘쇼’ 하지 마라”

구여권 내부의 이 같은 기류를 읽기라도 한 듯 한나라당은 김근태, 천정배 의원을 향해 연일 독기서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29일 “쇼를 해서라도 FTA의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김근태 전 의장의 발언에 대해 “쇼당 당원으로 가입한 모양”이라며 “지금이라도 지지층 확보와 지지층 결집, 지지층 회복을 위한 이벤트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전여옥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김근태, 천정배 의원의 단식농성에 대해 “봄맞이 MT단식, 대선캠프 단식”이라며 “쇼쇼쇼 단식은 이제 그만둬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특히 전여옥 최고위원은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의 단식과 김근태, 천정배 의원의 단식을 비교하며 “단식도 종류가 있는데, 민주노동당의 단식이 정석”이라며 “무소불위의 집권당 생활을 했던 열린우리당의 탈당하신 분들의 단식은 민주노동당과의 단식과 다른 것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권영세 최고위원도 “민주노동당 인사들이 단식을 하는 것은 차라리 이해가 될 수 있다”며 “FTA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 사람들이 아직 아들인지 딸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단식농성을 하는 것은 분명히 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권영세 최고위원은 김근태 전 의장을 향해 “졸속이어서 반대하는 것이지 FTA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변명을 하고 있는데 애초부터 FTA 협상은 시한이 정해져 있어서 시한에 쫓길 수밖에 없는 협상이라는 것을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따라서 지금 와서 졸속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말 그대로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노, “늦었지만 환영해야 한다”

김근태, 천정배 의의 反FTA 주장의 진정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현재 상황대로라면 이들의 승부수가 과연 어떤 정치적 실익을 가져올지 의문이다. 다만, 분명해 보이는 건 한나라당이 비판의 한 근거로 끌어 온 민주노동당의 지지는 확보했다는 것이다.

김형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천정배, 김근태 의원이 한미FTA 문제에 있어서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고, 이 점은 정확히 지적되어야 한다”면서도, “늦었지만 이들의 행동은 환영해야 하고, 대선을 염두에 둔 측면이 있다손치더라도 단순히 몰아붙일 문제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또 그는 전여옥 최고위원의 이날 최고위원회의 발언과 관련해 “단식을 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전여옥 최고위원도 공부를 하고, 한미FTA의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구여권 대선 주자인 김근태, 천정배 의원이 뒤늦께 쏘아올린 ‘反FTA’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진보개혁 대연합’의 실마리를 푸는 신호탄으로 이어질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