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분리직군’ 도입

2년 넘은 비정규직 직무급제 채용 공고, 비정규법 악용

  이정원 기자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기 위한 사기극”

이랜드 사측이 뉴코아 계산원 비정규직 노동자 350여 명을 집단 계약해지한 것에 이어 홈에버에서는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직무급 도입을 밝혀 노조가 파업을 진행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랜드 홈에버는 ‘직무급제 정규직 채용’이라는 공고를 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이 발표한 직무급제는 노조파업을 무력화시키고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기 위한 악질적인 사기극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정원 기자

홈에버가 도입하려는 직무급제는 현재 금융업계를 시작으로 전 직종으로 퍼지고 있는 ‘분리직군제’와 같은 것이다. 홈에버는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직무급제에 응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동안 일 해온 기간이 인정되지 못함은 물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재채용의 방식을 채택함으로 팀장과 점장의 추천을 받지 못하면 이에 응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해고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규직 아닌 영원한 비정규직화

또한 ‘직무급제 정규직 채용 대상은 2년 이상 근속한 비정규직’으로 한정되어 있어 이랜드 사측이 올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비정규법을 피해가기 위한 방법으로 직무급제를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비정규직 2년 고용 시 정규직화를 피해가는 것은 물론이며, 비정규직을 하나의 직군으로 묶어 차별시정 조치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다.

이랜드일반노조에 따르면 사측이 직무급제 공고를 내면서 ‘직무에 따른 급여제도’로 별도의 급여 방식이 적용된다는 것을 외부 공고에는 밝히지 않았으며 내부에만 이를 밝힌 상황이다. 이는 외부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상징을 보여주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이에 많은 언론들이 “이랜드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라는 방향으로 보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들은 노동부의 기만적인 비정규법 안내서를 찢어버렸다./이정원 기자

  찢어버린 노동부의 안내서를 멀리 날려보냈다./이정원 기자

이에 대해 17일, 홈에버 월드컵점 앞에서 열린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 공동투쟁본부 결의대회에서 김경미 월드컵점 분회장은 “이랜드는 왜 직무급제의 정체를 소상히 밝히지 않는가. 독이 들어있어서 그런거 아니냐”라며 “이래도 이랜드가 윤리경영을 외칠 수 있는가”라며 비판했다.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이 17일 집회에서 삭발을 했다./이정원 기자

  삭발식에서 눈물을 흘리는 조합원/이정원 기자

이에 이랜드일반노조는 직무급제와 집단 계약해지를 반대하며 18일부터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집회에서 공동투쟁의 결의를 높였다./이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