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또 퇴출 대상 ‘현장시정지원단’ 88명 선정

공무원노조, “관리직 공무원들을 위한 눈치보기 행정만 남아” 반발

서울시, 작년 44명 퇴출에 이어 88명 다시 퇴출 대상에

서울시가 작년에 이어 2차 ‘현장시정지원단’에 88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현장시정지원단’은 서울시가 작년 도입한 퇴출제의 일환이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도입 취지에 대해 “경쟁은 경쟁력”이라며 “유럽 프리미어 리그 20개 축구팀 중 매년 3팀은 2부 리그로 내려가고, 2부 상위 3팀은 1부 리그로 다시 올라오는 업 앤 다운(Up&Down) 방식을 채택하는 데 이렇게 하면 경쟁력이 생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가 내세운 퇴출자 선정 기준이 모호해 공무원 노동자들은 “줄 서기만 남았다”라고 강력히 반발해왔다. 작년 서울시는 최종 퇴출대상자를 실, 국, 사업소장이 실, 국별로 할당된 3%의 퇴출대상자 중 ‘함께 근무하고 싶은 직원’을 선정하도록 하고 이에 뽑히지 못한 사람으로 구성했다. 이런 기준에 따라 44명의 서울시 공무원이 최종 퇴출당했다.

이번에 서울시는 지난 2일, 헤드헌팅제와 드레프트 방식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퇴출대상자를 선정했다. 이 제도는 서울시청 공무원 중 절반인 2년 이상 근무한 6급 이하 4천 2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서울시는 “(현장시정지원단 선정을) 상시기록평가와 근무성적 평정제도 등 객관적인 인사 평가 자료를 기본 토대로 했다”라고 밝혔지만 공무원 노동자들은 “인사 평가 제도 모두 애초부터 설계가 잘못되어 있었다”라고 비판했다.

공무원노조, “수도 서울에서 로마시대 노예제도가 부활”

오늘(23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경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시청지부장은 “드레프트제의 근거가 되고 있는 상시기록평가시스템, 정기다면평가제도 모두 애초 설계부터 잘못되어 시청 직원들의 큰 반발을 샀고, 수차례 문제제기 했음에도 우리의 의견을 묵살하고 강행했다”라고 설명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오늘(23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의 현장시정지원단 폐지를 촉구했다. [출처: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서울시가 밝힌 88명은 인사평가시스템으로 57명, 비위행위 관련 감사 자료에 의한 경우가 15명, 드래프트 실시 후 잔류자 16명으로 구성된다. 기자회견에서 이달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본부 본부장은 “비리가 있거나 문제가 있는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징계를 줄 수 있는 모든 근거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라며 “결국 드래프트제의 칼을 쥐고 있는 관리직 공무원들을 위한 눈치보기 행정만 남았다”라고 비판했다.

결국 작년과 다르지 않게 실, 국장들에게 ‘함께 하고 싶은 직원’으로 뽑히기 위한 줄 서기만 남았다는 설명이다. 이광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수도 서울에서 고대 로마시대의 노예제도가 부활했다”라고 분노하고, “한국은 OECD 국가 중 공무원 1인당 국민 수가 최하위”라며 “이명박 정권과 오세훈 시장이 단 한 번이라도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행정을 했는지 고민스럽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런 퇴출제도가 “서울시청을 일하는 조직으로 재탄생시킬 것”이라고 밝혔지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시청지부가 서울시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절반 이상이 서울시청을 떠나고 싶어 하고 96%가 드래프트 인사를 반대하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고용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할 정부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본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고용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할 정부기관이 오히려 사용자의 입장에서 노동자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구조조정에 앞장서는 천인공노할 짓을 벌이고 있다”라고 비난하고, “공무원 퇴출제가 열심히 일하는 공직사회의 새로운 활력이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라며 “줄서기, 눈치 보기, 상명하복의 권위주의 질서의 강화 등으로 능동적으로 일하는 분위기에 역행하는 결과만 남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퇴출제 발상자체가 무능한 퇴출대상”이라면서 현장시정지원단과 드래프트 인사제도의 폐지를 서울시에 요구했다.

  기자회견에서 김민호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수석부본부장 등이 삭발을 하기도 했다. 이어 김경용 공무원노조 서울시청지부장이 서울시청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출처: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한편, 현장시정지원단에 속한 88명의 공무원들은 내일(24일)부터 6개월 동안 교육을 받게 된다. 서울시는 교육내용에 대해 “금년도 교육내용 중 특기할 사항은 작년에 진행된 시민공원 환경정비(풀 뽑기 등) 활동을 ‘산업체 근로체험’ 및 ‘농촌 일손돕기’ 등 민간분야 현장체험활동으로 재편함으로써, 시민고객의 삶의 현장에서 고객 마인드를 제고할 수 있도록 했고, ‘호국현장체험 국토종단 도보순례’를 통해 태도변화와 극기력을 동시해 체득하는 프로그램을 새롭게 도입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