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국정원 작성 노조파괴 문건 '176개' 드러나

[MB 국정원 노조파괴 수사기록 분석①] 노조 조직률 상승 억제 계획도 세워

[편집자 주]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와 국정원, 고용노동부는 대대적인 노조파괴 공작을 벌였다. 보수단체와 언론, 대기업 및 관계기관 등도 다양한 방식으로 노조파괴에 가담했다. <참세상>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노조파괴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자료를 입수했다. 증거기록만 7,296쪽, 공판기록은 1,501쪽에 달한다. 이들 자료에는 국가기구가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주노조 사업장, 나아가 한국의 노동운동진영을 어떻게 파괴하려 했는지 구체적인 증거가 담겨 있다. MB정권과 국정원의 노조파괴 사건이 벌어진 지 10년. 하지만 여전히 피해사업장과 노동자들의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참세상>은 수사자료 분석을 통해 국가기구가 어떻게 노조파괴를 기획했는지 10회에 걸쳐 보도한다.

[MB 국정원의 노조파괴] 관련 기사

①MB 국정원 작성 노조파괴 문건 '176개' 드러나
②MB 국정원, ‘전교조 법외노조’ 기획...보수단체에 2억 지원
③MB 국정원, 공무원노조 간부 해임까지 관여했다
④MB 국정원, 21개 노조 ‘민주노총 탈퇴’에 개입
⑤MB 국정원, 유성기업 노조파괴 관여 정황 나와
⑥MB 노동부, ‘KT 민주노총 탈퇴 공작’…국정원은 ‘뒷돈’
⑦서울지하철노조 민주노총 탈퇴 뒤 MB 지원, 국정원 뒷돈 있었다
⑧靑·국정원·노동부, 민주노총 분열시키려 ‘국민노총’ 설립 공모
⑨MB국정원, 한국노총 선거도 개입…“이용득 당선 시 걸림돌”
⑩국정원 노조파괴, 대기업 돈줄로 보수단체 키워


이명박 정권 시절, 국정원과 청와대가 수백 건의 문건을 공유하며 민주노총 와해 작업에 나섰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사업장별 민주노총 탈퇴 작업을 비롯해 민주노총 고립을 위한 여론작업, 제3노총 설립 등 노조파괴를 위한 광범위한 계획을 세웠다. 고용노동부 역시 제3노총 설립을 지원하며 양대노총 견제 및 무력화를 시도했다.

‘국정원 노조파괴 공작’ 관련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수사 자료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10년 2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총 176개의 노조파괴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 사회수석실로 전달했다. 해당 문건들은 민주노총의 대정부 투쟁을 비롯한 산별노조, 단위사업장 노조의 투쟁을 무력화하기 위한 내용들로 이뤄져 있다.

민주노총, 공공, 금속, 단위사업장까지 투쟁 무력화 문건 작성

국정원은 2010년 2월, 철도노조를 비롯한 공공부문 노동조합 투쟁을 무력화하기 위한 방침을 세웠다. 해당 시기 국정원은 <철도노조 민노총 간 공조활동 강화에 면밀 대처>, <공공부문 노조간부 신속 사법처리로 투쟁 무력화>, <민노총의 전국 항만 예인선 노조 결성 기도 원천 봉쇄> 등의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에 전달했다.

  국정원이 2010년 2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청와대 사회수석실로 전달한 노조파괴 문건

같은 시기, 단위사업장 투쟁에 대한 대응 지침도 마련했다. 국정원은 <(주)발레오노조 투쟁 제어로 외국인 투자환경 악화 방지> 문건을 통해 발레오 노조 투쟁에 개입했다. 당시 프랑스에 본사를 둔 발레오 자본은 발레오공조코리아 천안공장을 철수하고, 정리해고와 아웃소싱을 강행해 노사 갈등을 빚었다.

민주노총을 와해·무력화 하고 조직사업을 차단하기 위한 계획도 세웠다. 국정원은 <중공업계 노조의 탈민노총 계기 투쟁전열 와해 가속화>, <화물연대의 조직력 재건 움직임 선제 제압>(3월), <현대기아차 노조의 민노총 총파업 동참 기도 봉쇄>(4월), <금속노조의 투쟁 무력화 차원 기아차 노조관리 배가>(6월), <민노총의 삼성 등 대기업 하청업체 대상 세규합 무력화>, <완성차 노조의 무분규 타결 부각으로 민노총 투쟁 무력화>(7월), <민노총의 학교 기간제근로자 조직화 기도 차단>(11월) 등의 문건을 작성했다. 6월에는 <금속노조 간부의 도덕적 해이를 투쟁 무력화에 활용>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민주노총 노조법 재개정 투쟁에 ‘경찰, 경총, 노동부, 언론’ 등 대응 지침

해당 기간 청와대가 수신한 176건의 문서 중 9건은 국정원 국익전략실이 작성한 보고서다. 국익전략실은 국정원 2차장 산하의 정보부서 중 하나로, 수집된 첩보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배포하는 부서다. 국익전략실은 2010년 3월 9일 청와대에 <민노총의 개정 노조법 무력화 총력투쟁 조기 제어>라는 제목의 문건을 전달했다. 여기에는 당시 민주노총의 노조법 재개정 투쟁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경찰-경총-노동부-보수언론 및 단체의 대응 계획이 담겨 있다. 앞서 그해 1월 1일과 노동절 새벽, 국회가 타임오프제(유급근로시간면제한도)를 날치기 통과시키면서 민주노총은 노조법 재개정 투쟁을 전개한 바 있다.


  국정원 국익전략실이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노조파괴 문건

해당 문건에는 △경찰은 민주노총의 도심 집회를 불허하고, 불법집회 강행 시 주동자를 즉각 검거해 투쟁의 예봉을 제압 △경총은 합법적 쟁의를 벗어난 파업에 대해서는 업무방해로 사법처리토록 주지, 개별기업 노조의 투쟁 동참 차단 △노동부는 타임오프 총량 결정 시한을 넘기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므로 (한국)노총 독려 등을 통해 의사일정 엄수 △건전언론, 시민단체를 통해 현대중공업 노조 등 자발적 전임자 축소에 나선 건전노조 행보를 부각, 민노총이 국민들로부터 고립되도록 유도한다는 등의 계획이 담겼다.

그해 7월 작성된 <민노총의 하반기 투쟁 무력화로 노사관계 선진화 착근> 문건 역시 총리실과 고용부, 경찰, 재정부, 복지부, 경총 등 유관기관의 대응 지침을 담고 있다. 해당 문건에서 국정원은 총리실에 “타임오프제 관련 노사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기아차 경영진에 대해 안정감 부여와 함께 끝까지 원칙 대응을 견지해 줄 것을 당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총에는 “회원사에 ‘전임자 관련 요구 일정 불응’, ‘파업시 의법조치 및 무노동 무임금 확행’ 등 지침을 거듭 주문”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0년 8월 국정원 국익전략실이 작성한 ‘타임오프 이면합의 단속을 위한 실효적 대책 강구’ 문건

8월에는 <타임오프 이면합의 단속을 위한 실효적 대책 강구> 문건을 통해 “기아차 등 타임오프제 성패 가늠자가 되는 핵심 사업장을 선별, 베테랑 근로감독관 파견 및 회계실사 등 감독 역량을 집중”하고, “주요 언론 대상으로는 귀족노조 등의 과다 전임자 실상, 부조리 및 노조 내 정파 간 다툼 등 일탈행위를 기획보도, 대국민 비판여론 조성” 계획을 세웠다.

“노조 조직률 증가하면 산업현장 안정 저해”
노조 조직률 증가 억제 계획도 세워


2011년 7월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는 양대노총의 조직 확대 사업을 무력화시키는 계획을 세웠다. 노조 조직률 증가가 산업현장의 안정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국정원 국익전략실은 2010년 8월 작성한 <양노총의 복수노조 허용 겨냥 세 경쟁에 면밀 대처> 문건에서 이듬해 7월 복수노조 허용을 앞두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조직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국내 노조 조직률이 급감하고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19.8%(89년)를 기점으로 2007년 10.8%에서 2009년 10.1%로 급감’ 했다는 것이다.

  2010년 8월 국정원 국익전략실이 작성한 ‘양노총의 복수노조 허용 겨냥 세 경쟁에 면밀 대처’ 문건

그러면서 “양대 노총 간 ‘세 경쟁’ 방치 시 노조 조직률 증가로 산업현장 안정 저해가 우려”된다며 노조 조직률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우선 경총에는 “낮은 노조 조직률로 안정적 노사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선진국(미국 12%, 프랑스 8%) 사례 등을 집중 부각해 노총 측의 주장을 일축”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회원사에도 양 노총의 조직화 추진 동향을 알려, ‘주의인물’에 대한 집중 순화 활동을 강화하고, 조직 침투 연결고리를 차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언론을 통해서는 “근로조건 개선 등은 도외시한 채 ‘세 불리기’에만 몰두하는 양노총에 대한 비난여론 조성, 현장 내 동조 분위기 사전 제어” 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청와대와 국정원은 국정 운영 관한 사안을 전반적으로 공유했다”

민주노총 관련 문건 작성을 담당한 국정원 국익전략실 분석관 최 모 씨는 검찰 조사에서 “원세훈 (국정원) 원장으로부터 민노총 세력 악화 등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었기 때문에 저희 분석관들은 그에 따라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국정원의 노조파괴 문건이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진술도 나왔다. 청와대가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급 회의자료를 국정원에 보내면, 이를 기반으로 정보를 수집해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국익전략실 분석관 김 모 씨는 검찰 조사에서 “(수석비서관급 회의자료) 중에는 국정원에서 파악하지 못한 내용들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며 “처장급 이상들이 회의자료를 회람한 후, 분석관들에게 그와 관련된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서 “청와대와 국정원에서는 그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국정 운영에 관한 사안을 전반적으로 공유하는 구조”라며 “저희 분석관들은 청와대 보고서를 작성하기에 앞서 청와대가 어떤 내용을 원하는지 미리 알 수 있고, 그 방향에 맞게 작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재임 기간, 내부 회의에서 수차례 민주노총을 와해 내지 무력화해야 한다는 지시를 내렸다. 전 부서장 회의에서는 “(국가) 정체성 확립 목적 민노총 압박, 많은 단체가 이탈토록 할 필요가 있음”(2008.8.24), 정보처장 회의에서는 “민노총 와해를 서두르고, 제3노총 설립 지원을 통해 중간지대를 확장시키면서 기존 민노총 등 종북좌파 세력의 입지 축소를 꾀해야 함”(2011.3.14) 등의 발언을 했다.

2011년 1월 국정원이 작성한 대통령 업무보고에는 ‘국가정체성 훼손 3대 세력 와해에 전력’을 다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여기서 지칭하는 ‘3대 세력’은 민주노총과 전교조, 공무원노조다. 원세훈 전 원장은 민주노총, 전교조, 공무원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①유관기관 협조 및 노조 관계자 직접 설득 ②노조위원장 선거 시 온건후보 당선 지원 후 민노총 탈퇴 설득 ③보수단체(민주노총 개혁연대) 활용 ④국민노총(제3노총) 설립 지원 등의 활동을 벌였다.

검찰청이 확보한 국정원 문건에는 2009~2011년 민주노총 내부 정보와 함께 “(국정원은) 민노총 이념·강경투쟁 노선에 염증을 느낀 노조를 대상으로 탈퇴 가능성을 진단. 가능성 있는 회사 위주로 탈퇴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특히 국정원 노조파괴 활동 중 ‘유관기관 협조 및 노조 관계자 직접 설득’, ‘노조위원장 선거 시 온건후보 당선 지원 후 민노총 탈퇴 설득’, ‘국민노총(제3노총) 설립 지원’은 고용노동부가 직접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에서 검찰청에 송부한 수사참고자료 문건

2011년 4월 26일 고용노동부가 작성해 청와대로 전달한 <최근 노사관계 동향 및 대응방향> 문건에서는 노동계의 노조법 재개정 투쟁과 관련해 “합리적 노동운동 세력 지원을 통한 양 노총 견제 강화” 계획이 담겨 있다. 합리적 산별연맹 위원장 면담 등을 통해 집행부에 동조하는 것을 차단하고, 반 집행부 세력을 결집하며, 제3노총(국민노총) 공식 출범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가 ‘한국노총 내 자동차, 체신, 전력, 항운노조 수시면담,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면담’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1년 4월 16일 고용노동부가 작성한 ‘최근 노사관계 동향 및 대응방향’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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