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노조 민주노총 탈퇴 뒤 MB 지원, 국정원 뒷돈 있었다

[MB 국정원 노조파괴 수사기록 분석⑦] 당시 노조 위원장 “국정원 돈 받았다” 시인

[편집자 주]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와 국정원, 고용노동부는 대대적인 노조파괴 공작을 벌였다. 보수단체와 언론, 대기업 및 관계기관 등도 다양한 방식으로 노조파괴에 가담했다. <참세상>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노조파괴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자료를 입수했다. 증거기록만 7,296쪽, 공판기록은 1,501쪽에 달한다. 이들 자료에는 국가기구가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주노조 사업장, 나아가 한국의 노동운동진영을 어떻게 파괴하려 했는지 구체적인 증거가 담겨 있다. MB정권과 국정원의 노조파괴 사건이 벌어진 지 10년. 하지만 여전히 피해사업장과 노동자들의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참세상>은 수사자료 분석을 통해 국가기구가 어떻게 노조파괴를 기획했는지 10회에 걸쳐 보도한다.

[MB 국정원의 노조파괴] 관련 기사

①MB 국정원 작성 노조파괴 문건 '176개' 드러나
②MB 국정원, ‘전교조 법외노조’ 기획...보수단체에 2억 지원
③MB 국정원, 공무원노조 간부 해임까지 관여했다
④MB 국정원, 21개 노조 ‘민주노총 탈퇴’에 개입
⑤MB 국정원, 유성기업 노조파괴 관여 정황 나와
⑥MB 노동부, ‘KT 민주노총 탈퇴 공작’…국정원은 ‘뒷돈’
⑦서울지하철노조 민주노총 탈퇴 뒤 MB 지원, 국정원 뒷돈 있었다
⑧靑·국정원·노동부, 민주노총 분열시키려 ‘국민노총’ 설립 공모
⑨MB국정원, 한국노총 선거도 개입…“이용득 당선 시 걸림돌”
⑩국정원 노조파괴, 대기업 돈줄로 보수단체 키워


이명박 정부 당시 구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의 민주노총 탈퇴에 청와대의 지원과 국가정보원의 ‘뒷돈’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서울지하철노조는 2011년 4월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이명박을 공개 지지했던 당시 노조 위원장 정연수가 2008년부터 민주노총 탈퇴를 시도한 까닭에, 배후에 정부의 노조파괴 공작이 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민정수석실 문건 “민노총 탈퇴 투표 총력 지원”
‘민주노총 재가입 시도 차단’까지 계획


<참세상>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11년 4월 14일 작성한 ‘서울메트로노조의 민노총 탈퇴 투표 총력 지원’ 문건을 입수했다. 해당 문건에는 “올(2011년) 1월 3선에 성공한 온건 정연수 집행부는 공약 사항인 민노총 탈퇴 이행을 위해 4.27~29일간 전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 예정”, “D-day를 앞두고 ‘탈퇴 시 서울시의 공기업 경영성과 평가 긍정 효과에 따른 성과금 증액 배려’ 등 실리 정서에 호소하며 표심 잡기에 총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성과금 예산을 가진 서울시를 통해 민주노총 탈퇴를 유도한 셈이다. 또 “검경은 민노총 등 상급단체 요주의 인물의 동선을 면밀 관리해 사업장 무단출입 등 물의 소지를 원천 봉쇄, 조합원들과 철저히 분리”하라며 검찰과 경찰의 대응도 주문했다.

서울지하철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한지 7개월이 지난 2011년 11월 30일. 민정수석실은 ‘서울메트로 노조 내 강성파들의 민노총 재가입 기도 차단’ 문건도 작성했다. 민정수석실은 “민노총 추종 세력들은 최근 서울시장의 해고자 복직 언급 등을 계기로 민노총 재가입 추진을 통한 세 확대 모색”을 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이에 대한 전략으로 ▲서울메트로를 노사문화대상 기업으로 선정하는 등 인정감 부여책 강구 및 ‘해고자 복직→파업 획책→분규사업장 변질’ 문제점 부각으로 복직 차단 ▲민노총 탈퇴 이후 상급단체 맹비 납부 중단에 따른 복지기금 증가·정치투쟁 불참 등 긍정 변화 홍보로 현장 내 反민노총 기류 확산 등을 세웠다.

  민정수석실 현안자료(2011.4.14)


  민정수석실 현안자료(2011.11.30)

국정원, 노동부에 ‘민주노총 탈퇴요건 완화’ 사실상 압박
노조 위원장 “국정원 돈 받았다” 시인


아울러 국정원은 고용노동부에 상급단체 탈퇴 의결 정족수를 기존 ‘3분의 2’에서 과반수로 유권해석을 내리도록 압박했다. 2011년 4월에 실시된 서울지하철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투표 결과 찬성 53.02%, 반대 47%였다. 그러자 고용노동부는 ‘전체 조합원 과반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 찬성으로 상급단체 탈퇴 효력이 발생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 유권해석을 근거로 노조는 2011년 4월 민주노총을 탈퇴하기에 이른다.

당시 국정원 서울지하철노조 담당 IO 방 모 씨는 검찰 조사에서 민주노총 탈퇴 유권해석에 대한 국정원의 입장을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고 시인했다. 방 씨는 신문에서 “서울지하철노조가 후에 국민노총을 설립하는데 중요한 단체였”다면서, 고용노동부에 “기존의 고용노동부 정책 기조에 따라 (유권해석을) 처리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국정원이 정연수에 2천만 원을 지급한 영수증


  검찰 수사보고 일부

국정원은 서울지하철노조에서 민주노총 탈퇴를 이끌고, 국민노총 초대 위원장에 오른 정연수에게 돈도 건넸다. 방 씨는 검찰에 ‘국민노총 관계자를 격려하라’는 지시를 받고 정연수에 2천만 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돈이 오간 날은 2011년 12월, 강남역 근처 한우식당에서다. 여기에는 방 씨를 포함한 국정원 직원 2명과 정연수 등 총 3명이 자리했다. 정연수는 2018년 7월 검찰 조사에서 “2천만 원을 전달받은 적은 없다”면서도 “손○○, 김○○(국정원 담당 I/O)을 만난 자리에서 내게 격려금조로 2~3백만 원을 봉투에 담아줬다”고 진술했다. 정연수는 검찰에 1년에 3~4번 국정원 직원을 만났다고도 했다. 현재 정연수는 퇴직자 조합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도시철도협동조합의 대표를 맡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노조 황철우 사무처장은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서울지하철노조 민주노총 탈퇴 공작은) 민주노조 운동을 끝까지 죽이겠다는 세력의 합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국가기구가 나서서 헌법정신인 노동3권을 훼손한 사건이다. 당시 많은 조합원과 활동가들이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많은 희생을 치렀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민사회 감시 기능 등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