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국정원·노동부, 민주노총 분열시키려 ‘국민노총’ 설립 공모

[MB 국정원 노조파괴 수사기록 분석⑧] 청와대가 지시, 국정원·노동부가 실행

[편집자 주]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와 국정원, 고용노동부는 대대적인 노조파괴 공작을 벌였다. 보수단체와 언론, 대기업 및 관계기관 등도 다양한 방식으로 노조파괴에 가담했다. <참세상>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노조파괴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자료를 입수했다. 증거기록만 7,296쪽, 공판기록은 1,501쪽에 달한다. 이들 자료에는 국가기구가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주노조 사업장, 나아가 한국의 노동운동진영을 어떻게 파괴하려 했는지 구체적인 증거가 담겨 있다. MB정권과 국정원의 노조파괴 사건이 벌어진 지 10년. 하지만 여전히 피해사업장과 노동자들의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참세상>은 수사자료 분석을 통해 국가기구가 어떻게 노조파괴를 기획했는지 10회에 걸쳐 보도한다.

[MB 국정원의 노조파괴] 관련 기사

①MB 국정원 작성 노조파괴 문건 '176개' 드러나
②MB 국정원, ‘전교조 법외노조’ 기획...보수단체에 2억 지원
③MB 국정원, 공무원노조 간부 해임까지 관여했다
④MB 국정원, 21개 노조 ‘민주노총 탈퇴’에 개입
⑤MB 국정원, 유성기업 노조파괴 관여 정황 나와
⑥MB 노동부, ‘KT 민주노총 탈퇴 공작’…국정원은 ‘뒷돈’
⑦서울지하철노조 민주노총 탈퇴 뒤 MB 지원, 국정원 뒷돈 있었다
⑧靑·국정원·노동부, 민주노총 분열시키려 ‘국민노총’ 설립 공모
⑨MB국정원, 한국노총 선거도 개입…“이용득 당선 시 걸림돌”
⑩국정원 노조파괴, 대기업 돈줄로 보수단체 키워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 고용노동부가 ‘국민노총’ 설립을 주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을 고립, 분열시키고 한국노총을 견제하기 위한 일종의 ‘노조파괴’ 목적이었다. 이들은 국민노총 설립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했으며, 국정원을 통해 1억5700만 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했다.

청와대가 지시한 국민노총 설립, 국정원과 고용노동부가 움직여

2010년 3월 18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작성한 ‘현안자료’ 문건에 따르면, 청와대는 국민노총 준비 단체였던 ‘새희망노동연대’를 활용해 민주노총을 견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새희망노동연대’를 민노총 견제에 적극 활용”하고, “우군화를 통해 민노총 힘 빼기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 방향을 설정하고, 노동부와 경총, 보수단체의 역할 분담을 기획하기도 했다.

  2010년 3월 18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작성한 ‘현안자료’ 문건

구체적으로는 언론을 통해 ‘새희망노동연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을 담은 특집기사 등을 집중 보도하고, 보수단체들의 지지성명으로 여론몰이를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노동부와 경총을 매개로 방향성을 조율하고, 단체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등 ‘측면지원’을 펼친다는 계획도 있었다. 다만 청와대는 “잡음 소지 차단 차원에서 직접적 지원활동은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한편으로는 국민노총을 추진하는 핵심 인사들의 동향을 파악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새희망노동단체가 “정치세력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제어”하기 위한 조치였다. 사실상 정부 주도의 ‘관변노총’을 만들겠다는 기획인 셈이다.

청와대의 지시가 나오고 6개월 뒤, 국정원 국익전략실은 이와 관련한 구체적 계획을 작성했다. 그해 9월 7일 국익전략실이 작성한 <새희망노동연대 지원 강화로 민노총 고립 가속화 문건>에는 국민노총 출범 시기와 지원 계획, 국민노총 핵심 인사들의 동향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문건에서는 “금년 하반기 사무국을 개설해 조직기반을 다진 후 내년 7월 복수노조 허용 계기 정식으로 ‘제3노총’의 닻을 올린다는 복안”이라고 적시했다. 이듬해 5월부터 가입신청을 받되, 민주노총 내 온건세력들을 별도 노조로 분리해 흡수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2010년 3월 18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과, 2010년 9월 7일 국정원 국익전략실 문건

  2010년 3월 18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과, 2010년 9월 7일 국정원 국익전략실 문건

아울러 “새희망노동연대를 강성 노동계 분열 촉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육성”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2010년 9월 7일 국정원 국익전략실 문건

고용부에는 측면지원을 하라는 청와대 지시사항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국정원은 문건에서 “고용부는 양 노총이 기득과 사수를 위해 정부개입 시비를 제기할 것을 우려, 새희망노동연대 육성·지원에 소극적 태도를 견지”하고 “노사발전재단 등을 매개로 ‘새희망노동연대’ 소속 노조들에 노사협력사업 우선 발주 등 측면 지원하되 직접 지원은 자제하여 잡음소지 원천 차단”할 것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국정원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국민노총 설립을 주도하던 당시 정연수 서울메트로 위원장과 오종쇄 전 현대중공업 위원장에 대한 구체적 동향 정보를 작성했다.

노동부, 국정원에 예산 요청하며 ‘국민노총’ 설립 지원

한편으로 고용노동부는 청와대 지시에 따라 국민노총 설립에 필요한 예산을 국정원이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2011년 2월 25일 국정원이 작성한 <고용부, 제3노총 출범추진 관련 당원의 예산(3억원) 지원 문의> 문건에는 “최근 대통령께서 임태희 실장·박재완 장관에게 (한국)노총·민노총을 뛰어넘는 제3노총 출범지원을 지시하신 바 있다”고 나와 있다. 임태희는 이명박 정권 당시 대통령 실장으로, 2009년 9월에서 2010년 7월까지 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박재완은 2010년 8월부터 2011년 5월까지 고용노동부장관을 역임했다.

  2011년 2월 25일 국정원 국익정보국이 작성한 ‘고용부, 제3노총 출범추진 관련 당원 예산(3억원) 지원 문의’ 문건

검찰 조사에 따르면, 최초 국정원에 국민노총 지원 예산을 요청한 인물은 이채필 당시 고용노동부 차관이다. 그는 2011년 5월부터 2013년 3월까지 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국정원 문건에 따르면, 이채필 차관은 임태희 당시 대통령 실장에게 “국정원에 국민노총 출범예산 일부지원(3억 원)과 함께 여당 의원들이 이용득에게 끌려다니지 않도록 측면에서 도와달라는 말씀을 전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임태희 전 실장은 민병환 당시 국정원 2차장에게 이채필 전 차관의 요청 내용을 전달했다. 이후 국정원 국익정보국 소속 IO는 국민노총 설립 지원에 총 4억1400만 원의 경비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했다. 또한 문건을 통해 “전경련이나 경총 등 경제단체 재정지원은 고용부 의견처럼 부작용이 크므로 곤란”하다며 “고용노동부의 노동계 지원예산(연간 30억 원)에서 전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양노총의 반발과 어용 시비가 예상돼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안으로 예산 집행에 유연성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국정원에 지원을 요청(3억 원)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문건을 작성한 국정원 직원은 검찰 조사에서 “(이채필) 차관님이 저에게 ‘국정원 예산은 국회 통제를 안 받아도 된다’고 얘기해 제가 ‘차관님, 저희 예산도 정보위 통제를 받습니다’라고 했다”며 “그러자 차관님이 ‘아니 통치자금도 국정원에서 주지 않느냐’며 웃으며 얘기해 놀랐던 기억이 난다”고 진술했다.

이후 원세훈 당시 국정원 원장의 승인에 따라, 국정원은 2011년 4월부터 이동걸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실 정책보좌관에게 매달 현금으로 1570만 원 씩 총 1억5700만 원을 지급했다. 이동걸 전 보좌관은 검찰 조사에서 “(받은 경비로) 한국노총, 민주노총, 상급단체가 없는 노조(새희망노동연대 등)을 포함해 지인들을 만나 식사비용, 주류비용, 선물비용, 교통비용, 활동비 지원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 자료에서 “민노총을 무력화 내지 와해할 목적으로 제3노총인 국민노총을 설립하기 위해 국정원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국정원의 직무 활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노총 설립 개입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올해 2월,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징역 1년 2월, 이동걸 전 보좌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임태희 전 실장과 박재완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 등에 대한 기소는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