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국정원, 유성기업 노조파괴 관여 정황 나와

[MB 국정원 노조파괴 수사기록 분석⑤] 국정원, 창조컨설팅 통해 유성 파업 정보 수신

[편집자 주]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와 국정원, 고용노동부는 대대적인 노조파괴 공작을 벌였다. 보수단체와 언론, 대기업 및 관계기관 등도 다양한 방식으로 노조파괴에 가담했다. <참세상>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노조파괴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자료를 입수했다. 증거기록만 7,296쪽, 공판기록은 1,501쪽에 달한다. 이들 자료에는 국가기구가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주노조 사업장, 나아가 한국의 노동운동진영을 어떻게 파괴하려 했는지 구체적인 증거가 담겨 있다. MB정권과 국정원의 노조파괴 사건이 벌어진 지 10년. 하지만 여전히 피해사업장과 노동자들의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참세상>은 수사자료 분석을 통해 국가기구가 어떻게 노조파괴를 기획했는지 10회에 걸쳐 보도한다.

[MB 국정원의 노조파괴] 관련 기사

①MB 국정원 작성 노조파괴 문건 '176개' 드러나
②MB 국정원, ‘전교조 법외노조’ 기획...보수단체에 2억 지원
③MB 국정원, 공무원노조 간부 해임까지 관여했다
④MB 국정원, 21개 노조 ‘민주노총 탈퇴’에 개입
⑤MB 국정원, 유성기업 노조파괴 관여 정황 나와
⑥MB 노동부, ‘KT 민주노총 탈퇴 공작’…국정원은 ‘뒷돈’
⑦서울지하철노조 민주노총 탈퇴 뒤 MB 지원, 국정원 뒷돈 있었다
⑧靑·국정원·노동부, 민주노총 분열시키려 ‘국민노총’ 설립 공모
⑨MB국정원, 한국노총 선거도 개입…“이용득 당선 시 걸림돌”
⑩국정원 노조파괴, 대기업 돈줄로 보수단체 키워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은 2011년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건에도 관여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국정원 노조파괴 공작 의혹’ 수사기록에 따르면, 2011년 5월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파업에 돌입하자, 국정원 정 모 처장은 창조컨설팅 심종두 대표에게 연락해 노조 파업 정보를 메일로 수신했다.

앞서 2012년 9월 은수미 의원이 공개한 ‘창조컨설팅 이메일 리스트’에는 ‘국정원 정○○’의 이메일 주소가 포함돼 있었다. 때문에 당시 국정원이 유성기업 노조파괴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2012년 은수미 의원이 밝힌 창조컨설팅 이메일 리스트

국정원이 2018년 검찰에 밝힌 사실에 따르면 ‘국정원 정○○’의 이메일 주소는 국정원 대전지부 정○○ 정보처장 부인의 메일이었다. 국정원은 검찰에 “정 처장은 유성기업 파업으로 현대차 등 완성차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자 창조컨설팅 심종두 대표에게 유선 연락해 유성기업 노조 조직도·파업 상황 등 관련 자료를 요청해 자신의 처 명의 메일로 수신하고, 자료 수신 과정에서 사용된 정 처장 처 메일 주소가 심종두의 메일 송부 목록에 남아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수사기록 일부

국정원은 또 “정 처장은 심종두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정 처장이 1999년 경영자총연맹 담당 IO(Intelligence Officer, 정보담당관)로 근무하면서 당시 노사대화국장이었던 심종두와 친분관계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창조컨설팅이 2011년 4월 작성한 ‘노사관계 안정화 컨설팅 제안서’에는 “국정원·노동부·경찰청·검찰 등 유관기관의 원활한 협력 체제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다만 국정원은 청와대에 ‘창조컨설팅 활용 결과’를 보고하거나, 국정원 예산을 직접 지원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국정원법에는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 정보 및 배포’로 규정하고 있다. 국정원이 대공, 대테러 등이 아닌 국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국정원법 위반이다.

  유성기업 노조파괴 현장 [출처: 미디어충청]

김상은 새날 변호사는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국정원이 유성기업 파업 정보를 수집한 것은 국정원법 위반 사항”이라며 “파업은 국정원 직무인 대공, 대정부전복 같은 게 아니다. 직무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당연히 문제가 된다. 국정원이 어떤 이유에서 이런 위법 행위를 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성대 금속노조 유성기업아산지회장은 “국정원과 창조컨설팅의 소통으로 유성기업 노조파괴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국정원은 유성기업뿐만 아니라 전교조 등에도 개입했다. 대통령이 지휘하고, 국정원이 행동대장으로 나섰다. 국가가 직접 노조파괴에 나선 것이다. 또 국정원은 (검찰에 유성기업 관련) 대통령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명박은 2011년 5월경 라디오에서 우리를 두고 ‘연봉 7천만 원 받는 노동자들이 불법파업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정원의 보고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 수사자료에 따르면 국정원은 창조컨설팅으로부터 유성기업뿐만 아니라 한진중공업, KEC 등 노사분규 사업장에 대한 자료를 전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수사기록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