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국정원, 21개 노조 ‘민주노총 탈퇴’에 개입

[MB 국정원 노조파괴 수사기록 분석④] 발레오전장, 상신브레이크 등 포함

[편집자 주]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와 국정원, 고용노동부는 대대적인 노조파괴 공작을 벌였다. 보수단체와 언론, 대기업 및 관계기관 등도 다양한 방식으로 노조파괴에 가담했다. <참세상>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노조파괴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자료를 입수했다. 증거기록만 7,296쪽, 공판기록은 1,501쪽에 달한다. 이들 자료에는 국가기구가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주노조 사업장, 나아가 한국의 노동운동진영을 어떻게 파괴하려 했는지 구체적인 증거가 담겨 있다. MB정권과 국정원의 노조파괴 사건이 벌어진 지 10년. 하지만 여전히 피해사업장과 노동자들의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참세상>은 수사자료 분석을 통해 국가기구가 어떻게 노조파괴를 기획했는지 10회에 걸쳐 보도한다.

[MB 국정원의 노조파괴] 관련 기사

①MB 국정원 작성 노조파괴 문건 '176개' 드러나
②MB 국정원, ‘전교조 법외노조’ 기획...보수단체에 2억 지원
③MB 국정원, 공무원노조 간부 해임까지 관여했다
④MB 국정원, 21개 노조 ‘민주노총 탈퇴’에 개입
⑤MB 국정원, 유성기업 노조파괴 관여 정황 나와
⑥MB 노동부, ‘KT 민주노총 탈퇴 공작’…국정원은 ‘뒷돈’
⑦서울지하철노조 민주노총 탈퇴 뒤 MB 지원, 국정원 뒷돈 있었다
⑧靑·국정원·노동부, 민주노총 분열시키려 ‘국민노총’ 설립 공모
⑨MB국정원, 한국노총 선거도 개입…“이용득 당선 시 걸림돌”
⑩국정원 노조파괴, 대기업 돈줄로 보수단체 키워


이명박 정권 당시 국가정보원이 민주노총 소속 21개 노동조합 탈퇴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기록에 따르면 국정원은 2009년~2011년 21개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하는 데 관여했다. 국정원이 관여한 노조는 2009년 ▲NCC ▲영진약품 ▲인천지하철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충북지역상용직노조 ▲폴리미래 ▲KT ▲KT파워텔 ▲KT네트웍스 ▲KT테크 ▲KT하이텔 ▲부산예인선 ▲환경부노조 ▲굿모닝에프, 2010년 ▲한국행정연구원 ▲볼보코리아 ▲그랜드코리아레저 ▲대림자동차공업 ▲발레오전장코리아 ▲상신브레이크, 2011년 서울지하철노조다.

  국정원이 2018년 4월 검찰에 제출한 문건 중 일부.

국정원이 2018년 4월 검찰에 밝힌 ‘국정원 노조파괴 공작 의혹’ 진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민주노총 무력화’ 계획을 세우고 탈퇴 공작을 벌였다. 국정원의 ‘민주노총 무력화 활동’은 ①유관기관 협조 및 노사 관계자 직접 설득 ②노조 위원장 선거 시 온건 후보 당선 지원 후 민노총 탈퇴 설득 ③보수단체(민주노동 개혁연대) 활용 ④국민노총(제3노총) 설립 지원 등이다. 국정원은 제출 문건에서 “2009~2011년간 민노총에서 탈퇴한 노조 중 21개 노조의 탈퇴에 관여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09년 국정원의 개입으로 민주노총을 탈퇴한 노조는 14개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해 민주노총을 탈퇴한 노조는 총 32개다. 민주노총을 탈퇴한 노조의 절반 가까이 국정원이 개입한 셈이다. 특히 발레오전장, 상신브레이크의 경우 당시 용역 폭력까지 발생해 노조파괴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바 있다.

  상신브레이크 투쟁 현장 [출처: 뉴스민]

국정원은 ‘민주노총 무력화’ 계획으로 여러 사업장 노조에 개입했다. 먼저 영진약품의 경우, 국정원은 2009년 2월경 노사 대표와 접촉해 영진약품에 부과된 85억 원의 탈세 추징금 납부시한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민주노총 탈퇴를 설득했다. 영진약품노조는 2009년 4월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2009년 3월 인천지하철공사노조는 민주노총 탈퇴를 묻는 조합원 투표가 64%로 부결(의결 요건 3분의 2 이상)되자, 고용노동부에 상급단체(민주노총) 탈퇴 요건을 질의했다. 이때 국정원은 탈퇴 요건을 3분의 2에서 과반으로 유권해석 내리도록 노동부를 움직였다. 인천지하철공사노조는 2009년 4월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아울러 국정원은 2010년 한국관광공사 산하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하도록 문화체육관광부에 ‘민주노총을 탈퇴하지 않을 시 인센티브 철회’ 등으로 압박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는 그해 1월부터 지급하던 장려금을 주지 않겠다고 노조를 압박했다. 장려금 규모는 1인당 30만 원, 월 4억5000만 원에 이른다. 해당 노조는 2010년 4월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국정원이 2018년 4월 검찰에 제출한 문건 중 일부.

국정원의 KT노조 개입은 청와대의 지시로 이뤄졌다. 청와대는 2008년 말 KT노조 위원장 선거 과정에서 후보별 성향·선거운동 실태 등을 보고하라고 지시했고, 국정원은 2008년 10월에서 12월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관련 동향을 보고했다. 이후에는 강성 후보 낙선을 기획하고, 민주노총 탈퇴를 유도했다. 국정원 개혁지원단 진상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국정원) 국익정보국은 강성 후보 선거 전략과 동향을 파악해 온건 후보에 제공하고, 강성 후보 낙선을 위해 사측의 노무관리 강화를 독려하는 등 방법으로 온건 후보의 당선을 지원한 후, 2009년 3월부터는 노조 위원장을 접촉해 민주노총 탈퇴를 설득하는 한편, 사측에도 인사·보수제도 개선 등 노조 요구사항을 수용하도록 설득해 민노총 탈퇴를 유도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2018년 4월 검찰에 제출한 문건 중 일부.

그 외 국정원은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법외노조화를 시도하는 등 노조파괴 공작을 벌였다. 검찰은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2009년 8월 전부서장회의에서 “정체성 확립을 위해 민노총을 압박, 많은 단체가 이탈토록 할 필요가 있다”, 2011년 1월 “금년도 중점업무 추진 계획 중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는 3대 핵심세력, 전교조, 민노총, 전공노 와해에 총력”, 같은 해 3월 “제3노총(국민노총) 설립 지원을 통해 민노총 등 종북좌파 세력의 입지 축소를 꾀해야 한다”고 말한 사실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