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국정원, 한국노총 선거도 개입…“이용득 당선 시 걸림돌”

[MB 국정원 노조파괴 수사기록 분석⑨] ‘신분 위장한 사실 이용득 공세자료로 활용’ ‘파견전임자 임금지원 중단해 강경파 압박’ 지시

[편집자 주]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와 국정원, 고용노동부는 대대적인 노조파괴 공작을 벌였다. 보수단체와 언론, 대기업 및 관계기관 등도 다양한 방식으로 노조파괴에 가담했다. <참세상>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노조파괴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자료를 입수했다. 증거기록만 7,296쪽, 공판기록은 1,501쪽에 달한다. 이들 자료에는 국가기구가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주노조 사업장, 나아가 한국의 노동운동진영을 어떻게 파괴하려 했는지 구체적인 증거가 담겨 있다. MB정권과 국정원의 노조파괴 사건이 벌어진 지 10년. 하지만 여전히 피해사업장과 노동자들의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참세상>은 수사자료 분석을 통해 국가기구가 어떻게 노조파괴를 기획했는지 10회에 걸쳐 보도한다.

[MB 국정원의 노조파괴] 관련 기사

①MB 국정원 작성 노조파괴 문건 '176개' 드러나
②MB 국정원, ‘전교조 법외노조’ 기획...보수단체에 2억 지원
③MB 국정원, 공무원노조 간부 해임까지 관여했다
④MB 국정원, 21개 노조 ‘민주노총 탈퇴’에 개입
⑤MB 국정원, 유성기업 노조파괴 관여 정황 나와
⑥MB 노동부, ‘KT 민주노총 탈퇴 공작’…국정원은 ‘뒷돈’
⑦서울지하철노조 민주노총 탈퇴 뒤 MB 지원, 국정원 뒷돈 있었다
⑧靑·국정원·노동부, 민주노총 분열시키려 ‘국민노총’ 설립 공모
⑨MB국정원, 한국노총 선거도 개입…“이용득 당선 시 걸림돌”
⑩국정원 노조파괴, 대기업 돈줄로 보수단체 키워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은 2011년 치러진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도 개입했다. 정부가 밀어붙인 복수노조, 타임오프제에 반대하는 위원장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서였다. 국정원은 낙선을 위한 공세자료를 제공하고, 정부에 우호적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후보 간 ‘단일화’를 당부했다. 한국노총에 지원하는 자금을 인질로 강경파를 압박했다. 한국노총을 포섭하면서도 협박하고, 제3노총인 ‘국민노총’을 설립해 견제한다는 기획이었다.

‘국정원 노조파괴 공작’ 관련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수사 자료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0년 12월 8일 <‘노총 위원장 선거’ 면밀 관리로 안정적 노사관계 공고화>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수신인은 대통령실장, 정책실장, 민정·경제·고용복지 수석 등이다. 여기에는 2011년 1월 25일로 예정된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강경파’로 분류된 이용득 후보(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를 저지하기 위한 전략이 나와 있다.

국정원은 당시 이용득 후보를 ‘반(反) 집행부’로 분류하며 “복수노조·타임오프 관련 현장 불만을 의식, 집행부를 맹비난하며 노조법 전면 개정을 공언”한 인물이며 그가 “총리실이 자신을 사찰했다는 보도(2010.11.22.)에 격앙, 정부와 집행부에 대립각”을 세웠다고 서술했다.

  2010년 12월 8일 국정원이 청와대 등에 발신한 <‘노총 위원장 선거’ 면밀 관리로 안정적 노사관계 공고화>

이어 “반(反) 집행부 당선 시 그간 어렵게 쌓아온 산업현장 안정화에 걸림돌 우려”된다 라며 “여당은 노총 집행부에 후보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단일화 없이는 이용득 전 위원장 등 반(反) 집행부에 역부족임을 들어 적극적인 중재 노력 당부”라고 적고 있다. 여당이 직접 나서 한국노총 위원장 후보 단일화를 독려하라는 것이다.

국정원은 이용득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개인정보도 제공했다. 문건엔 “11월 26일 선거 출마를 위해 우리은행(임원대우)을 퇴사, 중소기업 노조에 가입해 신분을 위장한 사실 등을 공세자료로 활용”하라는 주문이 적혀있다. 실제로 이용득 후보는 우리은행을 사직한 뒤, 12월 초 성남시에 위치한 한 중소기업에 위장 취업해 한국노총 중부일반노조 소속 조합원으로 등록한 바있다. 이 보고서의 수신 시기가 12월 8일인 것을 고려하면 거의 실시간으로 이용득 후보의 정보를 수집해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려 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후로도 이용득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조합원 자격 논란에 시달렸다. 선거 기간 중 공공연맹이 중부일반노조를 제명시키면서 조합원 자격을 상실한 그는 선거일 15일을 앞두고 중부일반노조를 관광서비스연맹 산하에 편입시키며 가까스로 조합원 자격을 유지했다.

이와 관련해 이용득 의원은 “정부나 국정원 같은 기관에서 힘을 준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식으로 연맹위원장들을 포섭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이 의원은 “국정원과 노동부의 합작한 ‘이용득 고립화 정책’ ‘겁주기 정책’ 등을 다 알고 있었다”라며 “그만큼 노동계가 우습게 보였다는 걸 자각하고 정부 기관에 놀아났던 과거를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입맞에 맞게 작성된 한국노총 선거개입 보고서

같은 문건에서 국정원은 지원금 중단으로 한국노총을 압박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국정원은 “노총 출신 여당의원들을 통해 강성 집행부 출범시 상급단체 파견전임자 임금지원(2년간 135억원) 중단 가능성을 시사, 노총 내 강경파를 압박”하라고 주문했다. 당시는 2010년 7월부터 타임오프제가 시행된 직후라 전임자 임금 문제로 논란이 크던 때였다.

이용득 의원에 따르면, 위원장으로 당선된 직후 연간 10~13억 원 정도 규모의 지원금도 끊겼다. 한국노총 산하 산업안전본부, 중앙연구원, 중앙교육원으로 지급되던 돈이었다.

한편 당시 국익전략실 경제2처 고용노동부팀에서 근무하며 한국노총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던 직원 A씨는 검찰 조서에서 “이용득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불어나게 되자 일종의 위기감이 반영됐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당시 노총 위원장 후보로 김주영을 청와대에서 원했던 것은 청와대의 입장을 지지해 주는 인물이 노총 위원장이 되면 당시 타임오프, 복수노조 제도가 원활히 추진되리라 보았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A씨에 따르면 국정원은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급 회의에서 나온 자료들을 공유 받았고, 이런 회의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할 보고서를 결정했다. 국정 운영에 관한 사안을 국정원과 청와대가 긴밀하게 공유하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A씨는 이와 관련해 “저희 분석관들은 청와대 보고서를 작성하기에 앞서서 기본적으로 청와대가 어떤 내용을 원하는 지에 대해 미리 알 수가 있었고, 그 방향에 맞게 작성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