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욱 조합원 의식 있으나 중태

불붙인 후에도 구호 외쳐 화기 흡입, 오후에 정밀검사

허세욱 조합원이 치료를 받고 있는 한강성심병원에는 2일 현재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은주 부위원장, 임성규 공공운수연맹 위원장, 구수영 운수노조 택시본부장 등 민주노총 및 운수노조 관계자들과 민주노동당 당원,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상황을 공유하며 대기중이다.

한강성심병원을 찾은 일반 시민들도 관계자들 20여 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병원 로비에 모여 있는 모습을 눈여겨 보며 "FTA 반대하면서 분신한 사람이 여기에 입원해 있다"는 말을 주고받으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박석민 민주노총 대협실장이 전날 담당의가 밝힌 소견을 전달한 바에 따르면 허세욱 조합원은 목 위 얼굴부위와 하반신에 보다 심각한 화상을 입었으며, 전신 63% 화상 중 51% 이상이 3도 화상으로 중태다. 담당의는 "회생하지 못할 가능성이 70% 이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허세욱 조합원은 몸에 불을 붙인 이후에도 "한미FTA중단하라", "노무현은 퇴진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기 때문에 상당량의 화기를 흡입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기도의 상실도 우려되고 있다. 아울러 경찰이 살포한 소화기 분말이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갔을 경우 더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이 허세욱 조합원이 치료받고 있는 한강성심병원 로비에서 한미FTA 폐기와 허세욱 조합원의 쾌유를 비는 피켓을 들고 대기하고 있다.

분신 후에도 구호 외쳐 화기 흡입 우려

민주노총에 따르면 오늘 오전 10시 30분부터 허세욱 조합원의 기도와 폐 상태 확인을 위한 호흡기내과 주도의 내시경 검사가 실시됐으며, 기관지가 크게 손상돼 빠른 시간 안에 인공호흡기를 부착하게 될 수도 있다는 소견이 나왔다. 이어 오후 2시 30분경 정밀검사에 들어가게 된다.

한강성심병원에서 만난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간밤에 허세욱 조합원을 면회했는데 의식이 있고 사람 말을 알아듣는 정도였지만 현재 상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평소 허세욱 조합원을 개인적으로 알고 지냈다는 김은주 부위원장은 "그 연세에도 늘 앞장서서 열정적으로 활동하셨고 주변의 활동가들을 잘 챙겨주는 자상하신 분이었다"고 말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허세욱 조합원은 평통사와 참여연대 회원으로서 할 수 있는 실천을 성실히 해오신 분"이라며 "미국 문제에 남다른 심각성을 느끼고 평택미군기지 관련 투쟁에도 앞장서 오셨지만 분신까지 하시리라곤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허세욱 조합원은 1953년 경기도 안성 출생으로 중학교를 중퇴하고 상경한 이래 빈민촌에서 철거를 당하는 등 이제껏 가족 없이 홀로 힘들게 생활했으며, 지난 15년간은 택시기사로 일하면서 사회적 모순을 느끼고 참여연대, 평통사, 민주택시노조, 민주노동당 등에 가입해 적극적으로 활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운수노조 택시본부 한독운수분회에서는 대의원과 통일부장을 지냈다.

한강성심병원에 모여있는 관계자들은 허세욱 조합원이 고통스럽고 말은 하지 못하지만 희미하게 의식이 남아있는 점, 최근 의학계의 화상 치료 정도가 상당히 발전하고 있다는 점 등에 미루어 허세욱 조합원의 회복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