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민노당이라도 만들 가능성 보여줘야”

민주노총 추진위, 반성과 비판 속에 1만 추진위원 10만 당원 결의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민주노총 추진위원회(추진위)가 결의대회를 열고 진보정당 분당과정과 현재 통합논의들에 대해 반성과 비판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새진보정당 건설 노동자 결의대회에 참석한 진보 3당 대표들. 왼쪽부터 이정희 민노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안효상 사회당 대표.

20일 오후 7시 서울 양천 해누리타운에서 추진위 주최로 열린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노동자 결의대회’는 때론 반성과 때론 강한 비판, 때론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미약한 수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또 현장 노동자들에게 진보정치 통합의 절박성을 듣고, 산별, 지역본부의 관점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에 대한 평가와 전망 토론을 벌였다. 이어 민주노총 전직 위원장들의 비판과 결의를 거쳐,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대표들에게 ‘새 진보정당 건설 연석회의(연석회의)’에 대한 결의를 듣기도 했다.

추진위는 이날 결의대회를 통해 9월까지 연석회의 합의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대중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또 2012년까지 10만 노동자 당원 조직화 사업 기반을 확장하기 위해 민주노총 1만 추진위원을 조직화할 계획이다. 추진위는 기획 사업으로 ‘통합과 건설을 위한 민주노총 1만간부 (추진위원) 집중 정치대회’를 열고, ‘새로운 세상 바꾸기 노동자 대축제(가)’도 연다.

  민주노총 전 위원장들. 왼쪽부터 조준호, 이수호, 임성규, 권영길 전 위원장.

이남신 소장, “도로 민노당이라도 만들 수 있는 가능성 보여줘야"

이날 대회에 현장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참석한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이랜드 비정규직 투쟁 당시를 소개하며 “소위 진보운동의 전위라 할 수 있는 진보정당의 지도부 부터 분열했고, 투쟁사업장은 연대전선에서 힘을 얻기 어려웠다”며 “제가 진보신당 비례 후보 2번으로 나갔지만 민주노총 사업장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저와 생각이 다른 동지들에게 왜 이랜드 투쟁을 파느냐는 얘기를 들으면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 다시는 그런 패배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남신 소장은 “현장노동자들에게 단일 진보정당 건설이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상층의 건설 운동 한계가 있지만 거기부터라도 제대로 출발해야 한다. 도로 민주노동당을 걱정하지만 도로 민주노동당이라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면 현장을 바꿀 수 있다”고 제시했다.

맹주인 기아차 화성 지회 정치통일 위원장은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현장에 들어가 세액공제 이야기를 못하고 있다”며 “현장 조합원은 냉소적이다. ‘왜 굳이 민노당만 해야 하느냐? 그놈이 그놈 아니냐?’ 이런 식으로 현장은 심각하게 반응한다. 현장의 목소리는 분당 된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운 진보정당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유화선 서울도철노조 대협국장은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라 똘똘한 시의원이 필요하다”며 “당이 두 개다 보니 시의원도 비례대표가 안 된다. 시의원 한 분이 안계시니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할 수 없이 민주당 시의원을 쫓아다니고 있다. 조합 활동을 위해서라도 진보정당이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승철, “현장에 연석회의 쟁점 물어나 봤나?”
울산본부, “연석회의 너무 매이는 것 문제, 6월에 진보대합창 사업”


이어진 노동자 정치세력화 평가와 전망 토론회는 냉철한 평가와 제안이 이어졌다.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진보정당 분열 후 야권연대의 이름으로 노동자들이 민주당에 가서 얘기를 해도 이젠 욕을 하지 않는다. 민노당, 진보신당이 야권연대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며 “내년 총선과 대선 전에 통합을 못하면 이 열어 놓은 문호로 민주노총과 진보진영의 물적 자원이 다양한 정당에 다양한 방식으로 나갈 것이다. 그러면 진보정당 존재감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대중들이 몰라서 패권이나 북한 세습, 선거 전술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통합을 해서 그 안에서 녹여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통합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어느 조직이 통합에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통합 정당의 헤게모니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성환 민주노총 충남본부 부위원장(정치위원장)은 “민주노총이나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모두 분당에 대한 사과를 현장 조합원에게 한 바가 없다”며 “사과와 비전 제시가 없으면 정치세력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라고 전했다. 안성환 부본부장은 “민주노총은 노동 중심성 관철의 비전 제시 없이 정치세력화 지침만 하달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현장에서 정치세력화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중앙에서 통합 논의만 진행하고 노동자 중심성이 없으면 뻔하다. 현장의 요구가 중심에 없으면 통합은 성공하지 못 한다. 결국 자기 밥그릇이나 챙기려고 진보정치 통합을 얘기한다고 현장이 본다”고 경고했다.

조홍영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사무국장은 “6월 부터는 통합 대중운동을 전개할 생각”이라며 “민주노총, 민노당, 진보신당과 논의를 통해 오는 6월부터 진보대합창 사업을 본격화 하기로 했다. 새 진보정당 건설은 상층이 아닌 현장 조합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조흥영 사무국장은 “연석회의에 너무 매이는 것이 문제”라며 “현장에선 북한 문제 등은 주요 쟁점이 아니다. 현장에 중요한 쟁점은 대통합이다. 이제는 전체민중이 함께하는 공간 만들어 그들이 주체가 되는 대중운동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승철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다시 통합을 해도 잘 된다는 확신이 없다는 것이 제 고백”이라며 “정치세력화가 되면 세상이 좋게 변한다, 다 된다 했지만 그 다음에 해줄게 없다”고 토로했다. 신승천 전 부위원장은 “진보정당을 하면서 시스템이 없었다. 민주노총과 당과의 관계, 정책대안 고민도 안 했다. 그는 되면 되는 줄 알았다.국회에서 몸으로 막아 달라는 것 외엔 제대로 된 관계설정도 못했다. 그러다 깨졌다. 정책대안을 낸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연석회의 합의문은 나올 것이라고 본다”면서 “과연 그 합의서를 민주적 절차라고 자신할 수 있나? 대중조직에서 통합의 전망을 논의한 적이 없다. 종북이다 패권이다. 복지논쟁도 위에서만 얘기하고 현장에서 토론하고 의견을 물은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정희, “26일 넘기지 않을 것”

이어 진보3당 대표들이 연단에 섰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연석회의 통합논의가 막바지에 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결단의 시점에 왔다는 것”이라며 “5월 26일을 넘기지 말자는 것에 연석회의 대표자 모두 동의했고 그 시간을 안 넘기도록 논의 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아마 26일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남은 몇일 동안 최선을 다해 합의를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9월 전에 반드시 (합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현재 5월 26일 한번 남은 최종 합의절차에 최선을 다 하겠다”면서도 “그 시기가 늦춰졌다고 이제 물 건너가서 안 될 것이라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안효상 사회당 대표는 “지금은 역동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을 역동적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논의들이 충분히 이뤄질 때 가능하다”고 밝혔다.


임성규, “새노추와 합쳐야”

민주노총 공동 추진위원장단을 맡은 이수호, 조준호, 임성규 민주노총 전직 위원장들과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도 단상에 올랐다.

임성규 전 위원장은 이 자리에 참가한 노동자들에게 날선 비판을 던지기도 했다. 임 전 위원장은 “21일에 새로운 노동자 정당 추진위가 발족한다. 거기에 대부분 참석하는 분들이 민주노총 조합원이고 비정규직 조직 활동가들”이라며 “이들이 아무것도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들과 우리 합치지 못하면 노동운동은 밑으로부터 분열한다”고 밝혔다. 임성규 전 위원장은 이어 “진보신당 내 독자파 중 죽었다 깨도 민주노동당과 못하겠다는 사람과는 모르지만 제대로 된 통합을 하자는 독자파와 같이 못하도록 분열 행동을 하는 것이 진보의 합창”이라며 “저는 산별대표자들과 김영훈 위원장이 (합창에) 속았다고 생각한다. 노동계 참가 이후 정당인들이 이틀 만에 결합하면서 그런 상황이 됐다. 그럼에도 해야 하기 때문에 얼굴 붉히면서도 함께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오늘 현장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것을 느꼈다. 개량이 필요할 때 하지 못하면 혁명의 시기가 도래해도 혁명을 이룰 수 없다. 지금 새 진보정당을 못하면 혁명시기가 와도 못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4차 중앙집행위 회의를 통해 ‘진보정치 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민주노총 추진위원회’를 건설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또 5차 중집에선 추진위 조직체계와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민주노총 전직 위원장을 포함한 공동 추진위원장단을 구성했다.